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폭발적 성장률을 자랑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바로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2%에 달했고, 롯데에서 운영하는 ‘빅마켓’은 같은 기간 동안 8.6%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2016년 기준 전년 대비 0.9% 상승한 대형 마트의 매출 성장률과 크게 대비된다. 그렇다면 창고형 할인매장은 어떻게 소비자를 사로잡은 걸까? 소비자들의 관심과 유통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에 대해 알아봤다.
이젠 창고에서 쇼핑한다,
창고로 몰리는 사람들
창고형 할인매장은 거대한 창고 안에 다양한 물품이 채워진 매장으로,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케아, 빅마켓 등이 대표적 예시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각종 공산품을 시중가 대비 5~2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고형 할인매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창고형 할인매장을 회원제로 운영 중인 코스트코의 지난해 전국 매출은 3조 8,000억 원을 넘었으며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도 약 1조 5,200억 원에 달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특정 용품만 취급하는 창고형 할인매장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30일에 개점한 ‘코지네스트 창고 아웃렛’은 침구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매장이다. 해당 매장은 해외에서 직수입한 제품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와 관련해 코지네스트 창고 아웃렛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품질 대비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이 늘었다”며 “이에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을 개점하게 됐다”고 전했다.
높은 수익은 어디로부터?
곳곳에 숨겨진 성공 요소들
창고형 할인매장이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대다수 창고형 할인매장은 ‘RRP 진열 방식’을 사용한다. RRP란 ‘RetailReady Package’의 약자로, 판매할 준비가 완료된 포장 상태를 의미한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RRP 진열 방식을 사용해 제조업체가 납품한 포장 상태의 제품을 그대로 진열한다. 이에 제품을 낱개로 진열할 필요가 없어 직원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또한 RRP 진열 방식은 소비자에게 정돈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창고형 할인매장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장예진(21. 여) 씨(이하 장 씨)는 “창고형 할인매장에 가면 물품들이 늘 박스 상태로 정리돼 있어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창고형 할인매장이 제품을 진열하는 방식도 소비자가 창고형 할인매장을 찾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이 할인행사를 최소화하고 제품을 상시 저가 상태로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도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상시 저가 전략을 연구한 미국 에모리대학교의 라이언 해밀턴 (Ryan Hamilton) 교수와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알 렉산더 셰르나브(Alexander Chernerv) 교수의 ‘낮은 가격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소매 경영에서 가격 이미지’ 논문에 따르면 상시 저가 전략을 이용 한 가격 책정 방식은 소비자에게 저가 이미지를 형성하기 쉽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상시 저가 전략이 소비자들의 체감 가격을 공략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창고형 할인매장에는 ‘오늘만 반 값’ 같은 자극적 할인 문구가 없다”며 “그런데도 창 고형 할인매장의 제품 가격이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것 같아 창고형 할인매장 에 자주 가게 된다”고 말했다.
매장 내 직원 수를 최소화한 것도 창고형 할인 매장을 운영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반 대형마트는 점포당 400〜500명의 직원이 필요하지만 창고형 할인매장은 150〜200명의 직원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고객을 응대하는 업무를 맡은 직원이 없어 제품의 운반과 결제 등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매장이 운영된다. 이에 장 씨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에 갈 때 직원들의 호객 행위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며 “직원 수를 줄이면 매장은 인건비가 줄고 고객은 마음 편히 쇼핑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고 말했다.
변화를 모색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창고 안에 서비스를 담다
창고형 할인매장은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에서 접할 수 있는 시식 코너가 창고형 할인매장에 모 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방문했던 A 씨는 “직원들이 식빵을 맛보기용으로 잘라 잼을 발라줬다”며 “제품을 진열하는데 그쳤던 창고형 할인매장이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주대학교 산업유통학과 조영상 교수(이하 조 교수)는 “고객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고객 흡입력이 떨어진다”며 “창고형 할인매장 은 시식·시음 코너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쇼핑과 관련된 즐거움이나 재미를 줘 고객을 불 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시식·시음 코너는 제품을 구매하 는 고객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조 교수는 “점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시식·시음 코너로 인해 매 장 내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하지 만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시식·시음 코너를 운영 하면 대용량 제품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망설이던 소용량 구매 고객도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맛을 알 수 없 는 대용량 식품은 구매하기 꺼렸다”며 “하지만 시식 코너가 생긴 후 대용량 식품을 직접 맛볼 수 있 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분별력 있는 태도로
현명한 소비 지향해야
창고형 할인매장의 명과 암을 살펴보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과제다. 제품의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작정 구매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판매하는 제품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케아에서 구매한 유리컵을 건조대 위에 올려놨는데 유리컵이 갑자기 터지면서 산산조각 난 것이다. 해당 제품 은 이케아에서 가격 대비 성능 효율이 좋기로 유명한 제품이었다. 이케아에서 자체 제작한 제품의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이케아 관계자는 강화 유리 특성상 파손 위험이 있지만 강화유리는 깨져도 날카롭지 않은 조각 형태로 부서져 위험하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이케아 제품은 이외에도 더 있었다. 이케아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안전 문제로 인해 자전거와 서랍장, 비치체어, 초콜릿을 리콜했다. 코스트코 역시 지난해 12월, 코스트코가 자체 제작한 3단 간이 사다리를 안전 문제로 리콜했다. 해당 사다리는 내구성과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 530kg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KC기준(국가통합 인증마크)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교수는 “창고형 할인매장은 소비자에게 수많은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소비자도 유통업체의 사회적 책임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고형 할인 매장이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며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불매하거나 안전 문제와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소비자의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