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메뉴판이나 광고 등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음식 사진을 접한다. 그 속에서 음식은 단순한 영양소의 집합체가 아닌 예술로 보여진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식거나 불어버리는 음식의 특성상 가장 맛있어 보이는 순간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음식을 배치해 새로운 시각예술을 선보이는 신소희 푸드스타일리스트를 만나 봤다.
Q.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어떤 직업인가요?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어요. 카페나 음식점에 갔을 때 보이는 사진 속 음식이 맛있어 보일 수 있도록 섬세한 손길을 더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저는 △*라이브 커머스 △지면 △영상으로 총 3개 분야의 연출을 맡고 있어요. 음식 모형이 아닌 진짜 식재료를 사용하는 직업이지만 지면과 영상 분야에서는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다 보니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만들기도 해요. 반면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음식을 맛보기 때문에 최대한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소개해요.
Q.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궁금합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요리에 대한 지식 △공간을 활용하는 감각 △작품을 돋보이게 만드는 손재주예요. 음식의 가장 맛있는 모습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요리 지식 없이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일을 하기 힘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스테이크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더 익을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맛있어 보이는 고기 색깔을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공간 능력도 필요해요. 사진을 찍을 때 다양한 구도로 나눠야 하는데 이때 카메라의 시선에서 물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효율적이고 질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요.
간혹 음식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배경지나 타일을 만들고 페인트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손재주도 있으면 좋아요. 이처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한마디로 못하는 것 빼고 다 잘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요리사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전직하신 이유가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거창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에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이상 요리를 했어요. 그런데 하루 13시간 이상 꼬박 5일을 일하는 요리사 특성상 많은 체력을 요구해 힘에 부쳤어요. 그럼에도 요리를 좋아해 전공까지 한 제 특성을 살리고 싶어서 푸드스타일리스트에 도전하게 됐어요.
물론 푸드스타일리스트라고 요리사보다 덜 힘들었던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직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고 촬영 현장이 익숙하지 않아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매일 하는 일이 비슷한 요리사보다 늘 다른 소품이나 식재료를 촬영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일을 계속하다 보니 힘들었던 촬영에도 흥미가 생겨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일단 지면, 영상 분야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소통이에요. 기획안에 따라 촬영을 진행하긴 하지만 촬영 중간에 상품이 달라지거나 의뢰자의 요구가 바뀌는 경우에는 작업 시간이 하루 이상으로 길어지기도 하죠. 그리고 라이브 커머스는 촬영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맛이나 온도에 관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기도 해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변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꼼꼼히 준비해요.
많은 돌발 상황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임기응변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힘들 때 “이거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일을 그만둔다는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했어요. 포기를 생각하지 않는 절박한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변수가 많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일을 해낼 수 있었어요.
Q. 음식을 더 맛있어 보이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자연스러움이에요. 음식이 너무 가지런하게 놓여있으면 가짜 음식처럼 보일 수 있고 너무 뒤섞이면 맛이 없어 보이죠. 그래서 일렬로 놓지도, 너무 어지럽지도 않은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두거나 짜고 남은 레몬을 옆에 놓는 등 작은 요소를 활용해요. 그리고 음식이 윤기 있어 보이게끔 물엿이나 기름을 바르기도 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을 담을 때 요리사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럼에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정성껏 음식에 손길을 더해요.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일에서 더욱 뻗어나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음식을 담는 그릇에도 관심이 생겼거든요. 작업에 용이한 그릇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촬영할 때 사용하는 협탁을 조립해 음식을 돋보이도록 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어요.
직업에서 벗어난 개인적인 목표는 가족과 행복한 미래를 함께하는 거예요. 제 가족은 모두 손을 사용하는 직업이기에 건물 하나를 사서 1층부터 3층까지 각자 분야로 꾸며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뭐든 상상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Q. 푸드스타일리스트님만의 좌우명이 있나요?
제 좌우명은 “일단 해보자”에요. 부모님께서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고 말씀해 주신 것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저는 항상 정해진 대로 행동해야 하는 성향이라 집에서 ‘FM’이라고 불렸어요. 그럼에도 매일 변수가 생기는 직업에 도전하며 원래 성향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긍정적인 사고방식 덕분이에요. 내가 망할 일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면 뭘 하든 자신감이 생겨요. 항상 밝게 생각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푸드스타일리스트를 시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푸드스타일리스트 지망생이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요?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강점을 잘 살리려는 자세가 특히 중요해요. 본인이 남들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땐 각자의 강점을 밀고 나가면 돼요. 부족한 부분은 연습을 통해 채워나가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요.
그리고 푸드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학생이 있다면 꼭 현장을 경험해 보고 일을 계속할지 결정했으면 좋겠어요. 매번 이사를 하는 수준으로 챙겨야 할 것이 많고 환상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이 직업은 주어진 주제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고 매장 전체를 꾸미는 작업을 하는 만큼 다재다능하게 일할 줄 알아야 해요. 두드릴 문이 많은 직업이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찾아와도 좌절하지 말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Q. 덕성여대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무조건 경험을 많이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꼭 푸드스타일리스트를 꿈꾸지 않더라도 어떤 것이든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르바이트나 휴학, 인턴 등 안 해본 많은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이 어떤 일을 하든 꼭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프랑스에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는데 요리하는 방식이나 문화 등이 매우 달라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은 간단한 인사 후 바로 각자 할 일을 시작하는 반면 프랑스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요리를 시작하거든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프랑스의 문화는 팀워크를 올리고 일의 능률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을 줬어요.
이렇듯 사소한 경험으로도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의 좌우명대로 일단 고! 도전해 보세요. 어떤 것이든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