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으로 보는 금산사(金山寺)의 장소성 1. 머리말 ‘숭유억불’, 조선시대 불교 정책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이와 같다. 조선시대는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유교 사회였다. 전 왕조의 국교였던 불교는 양반 사대부층이 주류가 된 조선 사회에서 배제되었다.1) 연산군과 중종 때는 공식적인 폐불이 진행되었다. 이는 불교의 존재를 부정하고 승려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었고, 공인되지 못한 불교는 법제의 밖에서 스스로를 보전하여야 했다.2) 그러나 500년간 고려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던 불교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건 불가능했고 조선에서도 억불

사진 부문 가작 ‘녹음의 경계’는 10월의 어느날 경주 불국사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가족들과 잠시 떨어져 홀로 보문호수를 거닐다 울긋불긋한 가을하늘 아래 푸르름을 간직하던 숲을 만났습니다. 흐려서 색을 잃은 하늘과 투명한 호수, 그 사이의 푸른 나무와 수풀이 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입니다. 하늘을 가리는 수풀과 호수에 비치는 수풀이 마치 서로의 경계를 어그러뜨리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하늘, 호수, 숲. 홀로 떼어내어 본다면 서로를 닮은 구석이 없을 텐

사진 부문 가작 안녕하세요, 로 사진 부문에서 가작을 수상한 인도현입니다. 학술문예상에서 제 사진으로 수상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가족들과 가볍게 드라이브를 하다가 잠시 들렀던 한 햇살 좋고 정원이 예쁜 카페에서 찍었던 사진인데요. 아직도 이 사진을 보면 그 순간의 따뜻했던 분위기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가족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햇빛이 들어오는 한 테이블에 놓인 모카포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 부문 우수작 하루에 하늘을 세 번 보면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이 말을 알게 된 이후로 시간이 날 때 하늘을 올려다보곤 합니다. 그러다 이따금 청명한 푸른 하늘이나 환상적인 노을 하늘을 맞이할 때면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내와 사진을 찍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날도 여느 때처럼 해가 질 무렵의 오후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우이천의 물길을 따라 놓여진 은은한 조명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과 그리고 북한산을 감싸는 노을과 구름이 만들어낸 잔잔한 동네의

사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담는 작업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역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예술입니다. 렌즈를 통해 표현되는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자리한 공간적 공감과 정서적 교감을 통해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매개체가 됩니다. 사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이러한 과정에서 빛을 발하며,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와 교감하도록 이끕니다. 이번 학술문예상 사진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은 바로 이러한 사진 예술의 본질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사진 부문 우수작 바람이 날카로워진 나날입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푸르렀습니다. 내리쬐는 볕을 피하려 거목 아래로 숨던 날들이 지금은 꼭 없던 일처럼 느껴집니다. 곧 흰 눈이 쌓이면 민주동산에 맺힌 빨간 산수유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학교는 계절마다 옷을 쉽게도 바꿔 입으니까요. 캠퍼스를 거닐며 사계를 눈에 담은 지 벌써 세 해가 지났네요. 올해는 학생회관에 자주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학교 건물들은 낮은 편이지만 어디든 올라가기만 한다면 전경이 훤히 보입니다. 옥상을 특히 좋아

창간 60주년을 맞은 덕성여대신문사의 제48회 학술문예상 ‘학술논문’ 부문의 심사는 △연구 주제의 창의성 △선행연구의 이해도 △연구 방법의 적절성 △연구 자료의 객관성 △논리 전개의 타당성 △논문 형식의 체계성 △표현의 정확성과 적절성 △출처 표기의 윤리성을 기준으로 해 진행했다. 학술논문은 연구자의 독창적인 주장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입증해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는 글이다. 이를 위해연구자는 먼저 주제와 관련한 선행연구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그 성과와 한계 위에서 새롭고 의미 있는 주장을 제시하되 이를 적

커튼콜을 위하여1 대본에 스치며 나는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연극톤의 목소리, 무대 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연출들의 발소리가 섞여 들렸다. 그 소란 중에 서 있던 연극부의 부장이자 연출팀인 이아진이 대본을 뒤적거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대본은 주인이 몇 번이나 들춰본 것인지 이미 너덜거리는데다가, 펜으로 끼적인 여러 메모들이 어지럽게 섞여있었다. 대본을 뒤적거리다 시선을 무대 위 배우들에게 옮긴 이아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동시에 대본을 원통형 모양으

시선후감 - 자주 바람 맞는 기대(企待)일지라도 바야흐로 문학청년들의 계절, 십일월입니다. 우리대학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문사 주최의 학술문예 축제가 진행되나 봅니다. 시 부문에 모두 24편이나 응모해 왔으니 심사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지난 몇 번의 심사에서 상처받은 경험이 떠올라 할까 말까 망설였더랬습니다. 아니다, 그래도 기대해 보자, 이 기댈 곳 없는 무망한 계절, 몇 줄의 빛나는 글귀라도 만나지 않고 겨울을 맞는다는 건 너무 허망하다, 하는 마음으로 심사를 수락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진행 중인 한국의 근대화가 문학 혹은 예술

냉장고 안에 아끼다가 썩어버린 진물 맛 사과 버석한 가장자리를 파고들면 가운데 자리한 물컹한 공간 그 안에 버티고 있는 단단한 씨앗 누가 있나 싶어 두드려 보면 사각사각 들려오는 중력의 사과 붙잡아서 미안해, 하고 얼굴을 붉히는 그래, 너였구나 곪아버린 땅에 떨어진 우주의 사과 올해 친구의 전시회에서 한 그림을 보았습니다. 사과 주위에 반짝이는 별들이 빛나고 있는 그림의 캡션에는 ‘중력’이라고만 적혀있었습니다. 그의 그림이 이번에 쓰게 된 시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과와

지구는 둥글고 우리는 하나야 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월드 핏줄이 뿌리처럼 얇은 가족은 한 라인에 14가구 아파트에 살았다 이웃사랑 나라사랑 격언이 새겨진 엘리베이터를 손가락 하나로, 닫으며 그래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는 거지 우리의 닮은 꿈, 담은 말, 단 밥 같은 화면을 바라봐야 예능이 되고 충만한 인류애로 배를 채운 저녁 쿵쿵 천장에 부대끼는 혀가 속살거렸다 저기요 혹시 제 몸 못 보셨나요 어제 남편이 냉장고에 숨겼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미안한데 우리 집 천장이 당신 집 바닥이에요 인간이라면 개념 좀

덕성여대신문사가 창간 60주년을 맞았다. 신문 한 호가 나오기까지 덕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작성을 위해 하루가 바쁘게 움직인다. 덕기자들은 지금까지 기사를 작성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본사의 창간일을 기념해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덕성여대신문과 함께한 정기자 5인의 후일담을 들어봤다. 학우들의 목소리가 담긴 나의 첫 기사 류지민 기자 _ ‘덕우들의 일회용품 사용 실태는?’ 따스한 햇살이 가득했던 4월, 신문사에 들어와 수습기자로서 처음 작성한 기사인 ‘그랬근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그랬근화는 하나의 주제를 둘러싼 학우들의 의견을

​​​​​​언어에는 힘이 있습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맴돌게 되는 어떠한 경험과 의식이,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그것은 ‘공유’되고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문학에도 힘이 있습니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과 ‘허구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는 낭만을 꿈꾸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쓰기’는 작가가 가진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작업이며, 자신이 바라본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을 낭만적으로 풀어낸 작업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니 ‘소설 쓰기’

인문학 위기 속 문학의 사회적 인식이 점차 감퇴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학에 대한 인식을 향상하고자 한국 문학사에 기여한 시인들을 기리는 문화공간들이 있다. 이에 덕기자가 우리대학 캠퍼스 주변에 위치한 문학관 및 기념관에 방문해 우리나라의 근대문학사를 되돌아봤다. 지친 영혼의 가압장 윤동주문학관 윤동주(1917~1945)는 일제강점기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그는 , 등 식민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삶에 대한 고뇌와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린 작품들로 한국 문학사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대학 종로운현캠퍼스가

지난달 22~24일, 우리대학 축제 근화제 ‘찬란’이 열렸다. 이번 근화제는 ‘반짝이는 덕성, 일렁이는 파도’를 주제로 사흘 동안 진행했다. △포토부스 △퍼스널컬러 △사주·타로 △굿즈 판매 및 체험형 부스 등 다양한 놀거리가 마련됐으며 각 전공과 동아리의 많은 학우가 참여했다. 영근터에는 덕우존과 휴식을 취하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파도풀존을 운영했다. 푸드트럭에서는 △닭강정 △추로스 △화덕 피자 △분식 △비건 소시지 등을 즐길 수 있었다. 전공 부스를 운영한 박민영(일어일문 3) 학우는 “일본의 전통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1920년 차미리사 선생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선여자교육회와 부인야학강습소를 설립해 당시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 해방 △성평등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가르쳤다. 우리대학은 여성 교육의 선구자인 차미리사 선생이 설립해 현대에도 그 뜻을 이어받았다. 차미리사 선생이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여성 교육을 주도했던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여성학 강의를 가르치는 우리대학은 여성 교육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창학 104주년을 맞아 우리대학에서 여성학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들을 만나봤다. 한 번쯤은 꼭 수강해야 할 ‘핵심’교양

지난달 23일 우리대학 하나누리관에서 새내기들의 입학을 축하하는 (이하 입학식)이 열렸다. 입학식이 끝난 후 23일부터 25일까지 를 진행했다. 우리대학은 △글로벌융합대학 664명 △과학기술대학 359명 △아트앤디자인대학 97명 △미래인재대학 80명이 입학하며 올해 총 1,200명의 신입생을 맞이했다. 개강 전에 열린 두 행사를 통해 덕성의 일원이 된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자리를 가졌다. 입학식에서는 식전행사를 운영하며 새내기들이 △페이스페인팅 △헤나

이번 시 부문 응모 작품은 총 15편이었습니다. 모두 시 주제를 잘 표현했고 다양한 소재로 풍요로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 정신이 내포된 작품이 적어 아쉬웠습니다. 심사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최종적으로 가작 2편을 선정했습니다. 이들 시편에는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차분하게 표현하며 시 주제와 특성을 잘 전달했습니다. 이런 점이 돋보여 해당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은 꽃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시입니다. 에서 겨울은 인내의 시간이고 화자는 겨울을 지나 봄을통해 행복한 시간을 맞이하고

겨울입니다 뼈가 깎여나갈 듯한 추위 속 당신이 어디 있을까요 새하얀 세상 속 새하얀 당신을 보지 못하겠습니다 잘 압니다 언젠가는 봄이 오리라는 것을 그 계절에는 생명이 찾아오겠지요 세상에는 색이 돌아올 테고요 그 세상에서는 당신을 찾을 수 있을까요 봄이 올 때 당신을 데려오라고 말을 전해두어야겠습니다 봄이 그리운 당신을 데리고 오면 나의 세상은 더욱 행복해지겠지요 그날에 나는 당신을 버선발로 맞으러 나가겠지요 우리의 세상에 어서 오라고 당신을 계속 찾아다녔다고요 안녕하세요, ‘동백

나침반이 고장 났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앞에 누군가 보인다. 더 다가가 보니 여러 명이 보인다. 그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 그냥 그렇게 그들을 따라가고 있다. 그들을 따라가면 따라갈수록 자꾸만 더 힘이 든다. 어느새 고장 났던 나침반이 다시 방향을 가리킨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은 그들과 반대 방향이다. 겁이 난다. 틀릴까 봐. 결국 용기 내지 못한다. 그렇게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이 아닌 그들이 가는 길을 가고 있다. 갑자기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걷는 것을 멈췄다. 나침반은 나에게서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