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덕성여대신문사 차기 편집장 고선영입니다. 정신없이 달려와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어느새 한 부의 신문처럼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웃고 고민하며 같이 기사를 작성해 온 선배님들을 이제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리게 됐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면을 채워 나가실 선배님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문사가 좋아서
“넌 학교가 아니라 신문사를 다니는 것 같아”
지난 2년 반의 시간 동안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며 내가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학교를 가긴 했지만 말 그대로 들리기만 했고
사실 가장 많이 간 곳은 기자실이니까. 그 정도로 신문사 기자 생활은 개인 생활의 일부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았고 어쩔 땐 매번 한계를 시험하는 하나의 관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주위에서 중간에 그만둬도 괜찮지 않냐는 이야기 또한 많이 들었다.
그런데도 신문사 생활을 계속 했다.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그냥 신문을 만드는 일이 좋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전부같이 느껴졌고 신문사가 없는 생활이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비슷하지만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좋은 기사와 문장을 싣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순간들은 흔치 않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처음 신문사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이러한 시간은 인생에서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임을 매번 느꼈다. 그렇기에 일에 지칠 때마다 스스로에게 그만둘 수 없다고 계속 되뇌었다. 신문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에서 얻어가는 것들이 많았고 발행할 때마다 뿌듯했다. 그래서 할 수밖에 없었고 버틸 수 있었다. 계속해서 부정해 온 사실이지만 퇴임을 앞둔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그러고 나니 저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학보사를 하며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누가 이러한 수고를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란 생각이 들 때였다. 가판대에 신문이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괜시리 씁쓸해지기도 했다.
누가 알아주건 아니건 간에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이제 나는 안다. 그렇기에 좋은 기사를 싣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는 덕성여대신문사 기자들의 수고를 이 자리를 빌어 알아주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모였고 앞으로도 모일 것이기에 덕성여대신문사가 꾸준히 이어져 나갈 것임을 믿으며 안심하고 퇴임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묵묵히 응원하겠다.
한 문장에 마음을 담는 일
분명 신문사에 처음 지원했을 때는 그다지 깊은 마음이 아니었다. 하나의 동아리, 하나의 교내활동 쯤으로 생각했던 신문사가 일상의 전반을 차지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문사 기자들 모두가 하나의 신문을 위해 각자 맡은 기사에 매달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멋있으면서도 놀라웠다. 물론 신문사 일이 너무 고돼서 지칠 때도 많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마다의 기사가 완성되고 신문이 발행되면 그저 뿌듯함만 남았다. 매 발행마다 기자들과 최선을 다해서 기사를 작성하고 퇴고를 보던 기억은 오랜 시간 추억으로 남을 거라 확신할 수 있다.
기사는 아무리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한다 해도 기자의 생각에 따라 기사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여러 사실 중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쓰는 지는 온전히 기자의 몫이다. 사실을 편향되지 않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 조사했던 시간들은 나의 시야를 많이 넓혀주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부장기자로 일하게 되면서 많은 부담감도 있었다. 나의 미숙함으로 동료기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더욱 열심히 임하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감 때문에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감사하다. 주어진 일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마음가짐, 매사 진정성 있게 임하려는 노력 같은 중요한 가치들을 신문사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덕성여대신문사에서 함께 보낸 1년 반의 시간은 나의 대학 생활에 큰 축으로 남을 것이다. 함께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하며 만들어간 기사들, 기사의 구성이나 제목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했던 편집일처럼 신문사의 어느 것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일이 없다. 함께 했던 훌륭한 기자들이 신문사에서 만들어갈 추억과 글을 응원하며 덕성여대신문사만의 진정성 있는 신문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다 영’원할 줄 알았다
773호 발행을 끝으로 나의 덕성여대신문사 활동은 막을 내린다. 그간 동고동락했던 부장기자들과 편집장, 믿고 따라준 정기자들 그리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수습기자들과 마지막 신문을 발행한다.
그저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으로 신문사에 들어왔다. 수습기자 시절, 첫 장편 기사를 맡았을 땐 정말 막막했다. 그러나 내 기사를 보고 고쳐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 글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재밌었다. 이때부터 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후 부장 기자가 되고 나서는 그 욕심 때문에 기사를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장편 기사를 맡을 때면 눈 뜨고 감을 때까지 기사의 흐름과 방향성을 고민했다. 가족, 친구, 지인 등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내 기사가 어떤지 물어봤다. 누군가에겐 고작 글 한 편일지는 몰라도 난 기사에서 내 역량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항상 정해진 마감 기한이 있었고 그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발버둥쳤다. 발버둥 쳐서 완성된 내 기사를 보면 그저 뿌듯했다.
사실 난 내 글을 쓰는 것보다 퇴고 보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 두 사람이 함께 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서로 생각이 다르면 글이 산으로 가기도 하고 처음에 생각한 개요와 전혀 다른 글이 나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정기자가 기사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려줘서 글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매번 수정본을 먼저 보내주는 선영 기자, 열정적으로 취재에 임하는 혜원 기자, 생각이 뚜렷해 글의 뼈대가 단단한 수아 기자 모두 너무 감사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때론 많은 업무로 벅차기도 하고 때론 밤을 새가며 기사를 쓰다 후회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데스크진 덕분이다. 데스크진이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었기에 온전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의사 표현이 확실해 글을 깔끔하게 쓰는 진아 부장,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고 엉뚱한 효원 부장, 책임감이란 하중에도 묵묵히 버텨준 정민 편집장, 정말 고생 많았고 함께여서 행복했었다. ‘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덕성여대신문사, 이제 안녕.
기사보다 오래 남은 것
대학 입학 후의 첫 1년은 참 빠르게 지나갔다.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동아리도, 과 생활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총 4년뿐인 대
학생활 중 1년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지나간 것 같아 아쉽고 허무했다.
그런 순간 친구가 “신문사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물었다. 평소 글 쓰는 일을 좋아했기에 큰 고민 없이 지원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
론 분야로 나아가고 싶다는 꿈이나 기자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신문 한 호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기사 아이템을 고민하고 취재를 나가며 여
러 번의 퇴고 끝에 기사가 완성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렇게 정신없이 배우던 중 수습기자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부장기자가 됐다. 준비할 틈도 없이 데스크 업무를 맡게 된 것이다. 내 기사뿐 아니라 정기자들의 기사까지 살피며 기사 작성 외의 업무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보낸 동기들 덕분에 힘들지만은 않았다. 어느새 우리는 신문사 밖의 일상도 함께 보내는 가까운 사이가 됐다.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더욱 소중한 인연이었다.
신문사 활동을 하며 사람마다 일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함께 일한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해가는 과정이라는 점 역시 깨달았다. 내게 신문사는 단순히 기사를 쓰는 공간만은 아니었다. 기사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책임이 필요한지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사람들을 만났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문사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니 결국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기사보다도 사람과 인연이었다. 덕성여대신문사 84기로 만나 함께했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내게 신문사 지원을 권유해준 진아와 84기 동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제는 독자의 자리에서 덕성여대신문을 응원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