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대학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은
디지털 시대, 대학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은
  • 이샤론 기자
  • 승인 2024.11.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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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 포화 문제와 수요 많은 디지털 자료 사이에서 타협점 찾아야

  인터넷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학생들은 책 외에 다른 경로로도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갈수록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도서관 내 많은 책들이 갈 곳을 잃고 버려지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전국 대학도서관에서 폐기된 장서는 약 900만 권에 임박한다. 이에 대학도서관 존속을 위한 발전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학습을 위한
  최적의 장소, 대학도서관

  한국에서 대학도서관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다. 1922년, 조선총독부는 도서관을 구비해야 한다는 조항을 가진 ‘공립·사립 전문학교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이화학당과 숭실전문학교가 각각 1923년, 1924년 도서실을 개설하는 등 대학의 전신인 전문학교는 총독부의 인가를 받기 위해 도서실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1961년 군사 정변 이후 침체기를 거듭하던 대학도서관이 다시 발전한 요인에는 민주화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부산대학교에서 시 작된 ‘대학도서관 개혁운동’은 △경북대학교 △전남대학교 △전북대학교로 확산됐다. 이 운동은 대학도서관에 여러 변화를 일으켰다. 관리자의 승인없이는 열람이 불가능했던 폐가제에서 열람이 자유로운 개가제로 운영방식이 변화했고 인력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서로 전환됐다. 장서에 대한 검열이 줄어듦과 동시에 이용자 수준에 맞춰 대학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발전했다.

  대학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달리 대학생과 교직원을 위한 전문적인 학술자료를 보유한다. 국가도서관위원회 윤희윤 위원장(이하 윤 위원장)은 “대학도서관은 대학 내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곳이다”며 “학생에게는 교양과 학술정보 제공을, 교수 및 연구집단에게는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화학당(현 이화여자대학교)의 프라이홀 도서실 <출처/이화여자대학교 중앙도서관>

  예산 부족 및 정책 미흡으로
  위기 맞은 대학도서관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발표한 ‘2023 대학도서관 실태조사 결과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재학생 1인당 대출 권수는 연당 3.1권으로 코로나 발발 전의 4권 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
다. 그러나 감소한 이용률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5년간 대학 총결산액 대비 자료구입비는 0.8%로 동결 중이다. 이는 한국도서관협회가 2013년에 제시한 4년제 대학 기준인 2~2.5%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각 대학이 도서관에 투자하는 지원이 매우 부족함을 시사한다. 자료구입비 부족은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을 떨어뜨려 대학의 학문 경쟁력을 약화한다. 더해 대학도서관진흥법 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대학도서관은 학생 1인당 70권 이상의 도서를 보유해야 하고 연간 1인당 2권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대학 내 예산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준을 충족하긴 쉽지 않다. 결국 대학은 도서의 질과 주제를 고려하지 않고 예산에 맞춰 책을 다량으로 구입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자책에 주목하게 된다.

  대학평가 내 대학도서관 비중이 현저히 낮은 점도 문제다. 국내에서 널리 통용되는 대학평가인 2024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준에 따르면 도서관 관련 지표는 ‘학생당 자료구입비’ 뿐으로 290점 중 겨우 5점을 차지한다. 앞서 말했듯 대학도서관은 국가교육·연구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도서관에 관한 투자는 대학의 기초를 정립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대학을 평가함에 있어 중요한 척도로 작용하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대학도서관 자료구입 비중이 낮다면 도서관 지원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장덕현 교수는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표는 높은 반면 대학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 속
  애물단지로 전락한 장서

  장서란 간직해 둔 책이라는 의미로 각 도서관이 보유한 책을 말한다. 현재 예산 부족으로 인한 디지털 자료 전환과 높은 포화율을 이유로 많은 대학도서관은 장서를 폐기하고 있다. 지난 10월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장서 보유 및 도서관 예산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는 531만 6,202권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서울대조차 지난 1년간 약 20만 권의 장서를 폐기해 지난해 기록인 544만 2,275권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약 37만 권의 책을 버려 장서 폐기 1위를 기록한 경상국립대학교는 학습공간의 확대를 바라는 학생들의 건의에 따라 3개 층이던 자료실을 2개 층으로 줄이고 열람실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료실에 존재하던 장서는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최근 5년간 전국 대학·대학원 도서관 책 폐기량 <출처/한겨레>

  이처럼 현재 대학도서관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장서 보존 및 관리다. 전국 4년제 대학도서관의 76.3%는 이미 장서의 수가 한계 소장 책 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대학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이유로 도서관을 열람실화하며 장서의 보존 공간이 줄고 그 폐기량은 늘고 있다.

  각 대학은 장서를 폐기할 때 장서의 가치보다 이용률에 더 주목한다. 이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전에 발간된 국가유산과 같은 책들 또한 낮은 수요를 이유로 폐기 위기에 처했다. 윤 위원장은 “대학도서관이 보유한 학술연구 활동들은 폭넓은 시대상을 담고 있다”며 “△조선시대 문화정책 △고려시대 조세제도 △기원전 불교 발달 등시대와 대상이 매우 다양하고 소급적인 연구가 많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도서관 장서는 △지식정보의 공공재 △대학의 역사와 우수성을 가늠하는 잣대 △교육과 연구에 필요한 지식정보자원의 역할을 한다. 수용 공간 부족과 낮은 이용률을 이유로 폐기하기엔 장서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게다가 그 가치를 외면하는 행위는 학문 연구라는 대학도서관의 본분을 망각함과 같다.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내부 <출처/한국대학신문>

  대학도서관의
  발전 방향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밝힌 최근 5년간 재학생 1인당 종이책 대출 서비스와 상용 DB(데이터베이스) 검색량을 비교했을 때 데이터베이스가 종이책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게다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2023년에는 300건을 돌파했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와 구독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은 각 대학이 전자책이나 전자저널 등 다양한 디지털 자료를 확충하게 했다. 교육부 또한 올해 3월 제3차 대학도서관 진흥종합계획을 통해 빅데이터분석과 AI검색 기술 등을 적용한 연구자 맞춤형 학술정보 검색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수요만 보고 전자책에만 집중하면 종이책이나 학술지와 같은 아날로그 자료들이 소외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현행제도들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도서 구입에 있어서 종수보단 다양한 분야와 자료의 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을 확대해 예산이 한쪽으로 치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윤 위원장은 “대학도서관이 시류에 영합해 △온라인 △디지털 △비대면을 강조할수록 도서관의 아날로그 자료는 중요성이 약화된다”며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고민해 현세대에게는 충실한 지식정보서비스가 중심이 되고 미래세대를 위한 자료 보존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지원을 위해선 그만큼의 이용도 뒤따라야 한다. 대학도서관에 대한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그 가치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이 보유한 아날로그와 디지털 자료는 학생들이 학문적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대학생들이 도서관의 가치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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