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부문 우수작 <적막>
<제48회 학술문예상 사진 우수작 수상소감>
바람이 날카로워진 나날입니다. 이번 여름은 유독 푸르렀습니다. 내리쬐는 볕을 피하려 거목 아래로 숨던 날들이 지금은 꼭 없던 일처럼 느껴집니다. 곧 흰 눈이 쌓이면 민주동산에 맺힌 빨간 산수유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학교는 계절마다 옷을 쉽게도 바꿔 입으니까요.
캠퍼스를 거닐며 사계를 눈에 담은 지 벌써 세 해가 지났네요. 올해는 학생회관에 자주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학교 건물들은 낮은 편이지만 어디든 올라가기만 한다면 전경이 훤히 보입니다. 옥상을 특히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학생회관 옥상에서는 소영근터에서 영근터, 민주동산을 지나 북한산의 바위 결까지로 흐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막 움튼 연둣빛, 줄기찬 생명력으로 튼 녹빛, 밀밭과 불꽃 같은 단풍이 움직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엉켜 살아있다는 걸 알아채면, 어째서인지 한 번쯤은 이 물결을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몸을 전부 담구어 그저 맡겨 두어야 한대도요.
〈적막〉은 피로한 나날을 보내다 학생회관 옥상에서 포착한 찰나입니다. 안도를 조금이나마 담아 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셔터를 눌렀는데, 신기하게도 까치는 사진이 저장되는 순간 다른 곳을 찾아 날아갔습니다. 혼자 간직하던 사진을 수상으로 오래 남길 수 있게 되었으니 기억은 쉬이 바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요한 날들의 명암 속에서 모두 자기만의 위안을 찾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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