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SNS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키즈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할 정도로 아동 콘텐츠 산업은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동의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유출 △정서적 피해와 같은 사각지대에 놓인 문제가 있다. 이에 아동 콘텐츠 산업에서 아동이 겪는 문제의 해결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아동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배경
2013년에 방송한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작으로 현재 인스타그램 내 일명 ‘#육아스타그램’ 게시물 수는 약 4,600만 개에 육박한다. 또한 2021년생 아기 일상을 보여주는 ‘태요미네’는 8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로 인기가 높아지며 화제의 척도를 보여주는 네컷 사진 프레임까지 생겨났다. 동영상 중심 플랫폼이 보편화되며 부모가 자녀의 성장 기록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아동 콘텐츠는 가족과 친구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아동·청소년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수익성이 보장되자 많은 부모가 자녀를 키즈 크리에이터로 키우며 ‘셰어런팅(sharenting)’이란 단어가 생겨났다. 셰어런팅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의 합성어로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셰어런팅의 유형에는 △아이들이 영상에 출연해 활동하는 키즈 크리에이터형 △부모가 SNS에 자녀를 공유하는 일상 공유형 △육아 정보 공유형이 있다.

셰어런팅은 SNS를 통해 다수의 부모가 서로 육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들은 셰어런팅을 통해 육아 제품을 리뷰하고 양육에 대한 정보를 교류할 뿐만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초보 양육자는 이를 통해 △아기 수면 교육법 △이유식 추천 △육아용품 리뷰와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육아의 어려움을 나누며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셰어런팅은 단순한 SNS 활동을 넘어 육아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동에게 상처뿐인
셰어런팅의 현주소
셰어런팅은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자녀와 추억을 남기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는 동시에 아동·청소년의 초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SNS를 통한 셰어런팅은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켜 아동·청소년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 영국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비클레이즈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아동·청소년이 겪을 신원 도용 범죄의 3분의 2가 셰어런팅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부모가 게시한 콘텐츠는 아이가 성장한 후에도 남아 허위 사실 형성과 조롱 등 본인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 2022년 세이브더칠드런이 만 0세~11세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에게 SNS를 통한 자녀의 △사진 △영상 △이야기 게시 경험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86.1%가 관련 경험이 있다고 나타났다. 그중 13.2%가 개인정보를 도용하거나 불쾌한 댓글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또한 방송인 박찬민의 아역배우 딸 박민하 양은 SBS ‘붕어빵’을 포함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기점으로 각종 소문에 휘말렸다. 그 외에도 과거 인기를 끌었던 MBC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군과 배우 이종혁의 아들 이준수 군도 외모 비하와 같은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이처럼 셰어런팅은 성장기 아동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더해 셰어런팅은 아동·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침해와 같은 인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18년 발표된 논문 『영유아 어머니의 셰어런팅 특성과 자녀 인권 인식 연구』에 따르면 미취학 영유아 자녀를 둔 어머니 158명 중 95명이 자녀의 노출 사진을 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동은 자신의 이미지 및 신상정보 공개에 대한 통제권이 없어 성장 과정에서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김영심 교수(이하 김 교수)는 “아동은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거부 의사를 온전히 표현하기 힘들다”며 “아동 스스로 SNS나 방송 노출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잊힐 권리가 사라진
아동·청소년의 권리
셰어런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 앞서 ‘잊힐 권리’를 잊어서는 안된다. 잊힐 권리란 2014년 EU 사법재판소 판례에 기반해 인정된 개념으로 정보 주체가 자신과 관련된 온라인상의 모든 정보에 대한 삭제와 확산 방지를 요구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과 통제 권리를 뜻한다.
2023년부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지우개 서비스’는 ‘지켜야 할 우리들의 개인정보’의 약자로 아동·청소년 시기에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을 대신 삭제하거나 검색을 차단해 주는 서비스다. 과거에 올린 게시물의 주소와 본인 게시물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첨부하면 신청할 수 있다. 지우개 서비스의 처리 건수는 지난해 1만 6,000건에 달했으며 현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이전에 올린 게시물을 대상으로 잊힐 권리를 보장해 주는 정책이 존재하지만 셰어런팅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우개 서비스의 경우 부모나 제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선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없으며 현행법상 제3자의 게시물 삭제는 명예훼손과 같은 공식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지난해 정부는 부모나 친구가 자신의 허락 없이 작성한 사진 및 영상을 지울 수 있는 법안인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법을 제정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현재까지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김 교수는 “아동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권리 보호에 힘써야
해외에서는 아동·청소년의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보호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17세 미만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자녀의 동의 없이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부모의 SNS에 올리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어길 시 최대 징역 1년이나 4만 5,000유로(약 6,8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최근 프랑스에서는 ‘셰어런팅 제한법’이 상원 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해 관련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부모에게는 자녀의 사생활을 보호할 의무가 있기에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게시하기 전 자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더해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부모의 노력도 중요하다. 우선 부모는 SNS에 셰어런팅 게시물을 올릴 때 자녀의 의사를 먼저 묻고 차후 자녀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써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부모가 지켜야 할 셰어런팅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자녀의 사진·영상 신중히 생각 후 게시하기 △자녀의 의사 확인하기 △자녀의 사생활 보호하기 △성범죄 위험으로부터 자녀 보호하기 등이 명시돼 있다.

유럽연합과 프랑스처럼 국내 또한 아동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더욱 강력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부모가 자녀의 동의를 받지 않고 게시물을 올리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대책이 필요하다. 성인의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만큼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또한 중요시 여겨져야 한다. 부모는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권리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책임감을 가져 아동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