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other 월드>
지구는 둥글고 우리는 하나야
위 아 더 월드 위 아 더 월드
핏줄이 뿌리처럼 얇은 가족은 한 라인에 14가구
아파트에 살았다 이웃사랑 나라사랑 격언이 새겨진
엘리베이터를 손가락 하나로,
닫으며 그래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는 거지
우리의 닮은 꿈, 담은 말, 단 밥
같은 화면을 바라봐야 예능이 되고
충만한 인류애로 배를 채운 저녁
쿵쿵
천장에 부대끼는 혀가 속살거렸다
저기요 혹시 제 몸 못 보셨나요
어제 남편이 냉장고에 숨겼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미안한데 우리 집 천장이 당신 집 바닥이에요
인간이라면 개념 좀 지키고 삽시다 비명 좀 작게 지르자고요
자자 고기가 단돈 오천 원
할인마트의 정육 코너에서 마감 세일을 외치면
배고픈 사람들은 천장을 두드렸다
쿵쿵
쿵쿵쿵쿵쿵쿵
요 앞 마트는 인심도 좋다니깐
사람 간에 정이 있죠 정말
입주민들의 뒤꿈치에선 불꽃 축제가 한창
펑펑
퍽퍽퍽퍽펑펑
이런 것도 다 같이 보니까 즐거운 거야
위 아 더 월드 위 아더 월드
예의 있는 비명은 조용했고
한여름이라 쟁여둔 고기가 빨리 물렀다
부패할 때라면 지금이었다
<제48회 학술문예상 시 우수작 수상소감>
입이 쓸 때마다 글을 썼습니다. 맵고, 시고, 쓴 것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건 혀가 쓸데없이 예민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왜 이리 쓴지, 세상이 왜 이리 매운지. 그런 고민이 드는 날엔 케이크와 우유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밤에 글을 쓰면 덩어리진 감정을 뱉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에 밖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요. 뭉친 감정과 시선을 여과 없이 보이는 게 무서웠거든요.
대학에 온 뒤, 문예 창작 수업과 운지문학회 활동을 통해 조금씩 글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두렵지만 가끔은 쓴맛을 나누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other 월드’는 다른 사람과 ‘씀’을 공유하기 위한 글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는 부끄러워도 관점은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동체 감각에 대한 찬양과 개인을 향한 무신경함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가정폭력은 왜 지극히 사적인 일로 취급되는지.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잃는지. 그런 씁쓸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여러분이 이 시를 볼 때 무슨 생각이 들지 알 수 없지만... 애매하게 맛없고, 맵고, 시고, 쓴맛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졸업하기 전에 글을 내고 싶다는 치기가 들어 마감일이 되어서야 제출한 글인데, 수상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아침에 문자를 보고 눈이 번쩍 뜨여 2교시 수업에 지각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수상소감을 작성하는 지금도 부끄럽고, 혀는 여전히 예민하고, 그 사이 입술도 조금 부었어요. 하지만 입이 쓸 때마다 글을 썼고, 앞으로도 쓰고 싶습니다. 보여 드릴 수 있을 진 모르겠으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