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하는 여성과 돌봄 공백
이주하는 여성과 돌봄 공백
  • 고유미 편집장
  • 승인 2023.10.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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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출신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해 살고 있다. 남성 노동자가 생계부양을 위해 국제 이주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국경을 넘는 이주 여성이 증가하는 추세다. 생계부양자 남성을 따르지 않고 주체적으로 이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여성 이주노동자는 본국을 떠나 여성적 직종이라 여겨지는 저임금·저숙련 가사서비스 노동을 수행한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종사는 전 세계적인 성별 직종분리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 내에서 서비스직, 돌봄·가사노동과 같은 업무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제 3세계 여성을 이주시켜 저임금·저숙련 노동 분야에 고용함으로써 전 세계적인 성별 노동 분업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제1세계국의 사회 발전과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돌봄 및 복지 수요는 개별 가정 내에서 충족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 제1세계국은 돌봄 공백 문제를 제3세계 저개발국 출신 여성의 이주노동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여성들은 돌봄을 매개로 연쇄적으로 이동하며 낮은 임금을 받고 제1세계 개별 가정에 고용된다.

  선진국의 돌봄 공백을 이주 여성의 돌봄 노동으로 해결한다면 이주 여성 출신국에서 발생하는 돌봄 공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제사회는 돌봄 공백 현상을 여성의 자발적 저임금 혹은 대가 없는 노동에 전가하면서 공백을 메우기에 급급한 해결 방식을 택했다.

  우리나라도 이주 여성을 고용해 가사노동 부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제안했고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본격적인 제도 검토를 지시하며 서울시의 시범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차별적 현실에서 어떤 점을 성찰해야 할까. 첫째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 여성 노동자가 생계부담이라는 책임하에 이주했을 가능성을 상기해야 한다. 단순히 세계화와 이주의 ‘피해자’라는 시각은 이들에게 주어진 노동의 의미를 간과한다. 둘째, 차별적 현실을 개혁해야 한다. 개별 사회의 인식 개선과 국가의 주도적 해결 시도에서 멈추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돌봄 공백과 이주 여성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초국가적 이주가 일상처럼 여겨진 국제사회에서 돌봄 공백이 있는지, 노동을 위해 떠나는 여성이 어떤 차별적 현실을 겪는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돌봄 공백이 위계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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