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들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은 대중이 일상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생활이 된다. 나아가 최근에는 원작을 토대로 창작된 작품을 향유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하나의 원작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문화 산업 전략을 ‘OSMU’(One Source Multi Use)라고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문화 산업 시장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OSMU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오늘날 문화 산업에서 주목하는
‘OSMU’
오늘날 우리는 원작을 토대로 제작된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영화 중에서도 원작을 각색한 영화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가 각색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이 있다. 두터운 독자층을 지닌 웹툰 <신과 함께>의 내용이 영화화된다는 사실은 대중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는 두 영화가 흥행의 성공가도를 달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인과 연>은 각각 1,441만 명과 1,227만 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더불어 두 영화 모두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창출하면서 원작 각색 영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원작이 기반이 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제작되는 것을 ‘OSMU’라고 한다. 이는 One Source Multi Use의 줄임말로, 하나의 원작(one source)을 기반으로 다양한 2차적 저작물(multi-use)이 개발·배급되는 문화 산업 전략이다. 이러한 OSMU를 통해 오늘날 하나의 원작 콘텐츠는 장르의 벽을 허물고 △뮤지컬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나 상품으로 재탄생돼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원작의 이점을 등에 업고
나아가는 각색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OSMU로는 ‘각색’이 있다. 여러 예술 작품들은 각색을 통해 기존의 작품 형태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소비된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대중들에게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들도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이 각색된 작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 뮤지컬 전공 황진하 씨의 <뮤지컬 「위키드」 대본연구 : 문학 텍스트에서 공연 텍스트로 각색연구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각색된 작품은 원작을 이미 잘 알고 있던 대중들에게 기존에 알고 있던 원작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각색된 작품에 친밀감을 느끼며 잠재적 흥미를 갖게 만든다. 즉, OSMU에서 제작자는 각색을 통해 ‘원작의 동반효과’를 하나의 마케팅 방식으로 사용해 작품에 대한 대중의 소비를 이끄는 것이다.
새로운 원작 콘텐츠
‘웹툰’
이전까지 OSMU에서는 뮤지컬 <위키드>와 <돈키호테> 같은 문학 소설이 각색된 무대 위의 예술 작품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근래엔 웹툰이 OSMU의 주요 콘텐츠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T경제경영 연구소 ‘디지에코’가 발표한 보고서 <웹툰, 1조원 시장을 꿈꾸다>에 따르면 올해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는 약 8,850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13년에 1,500억 원 정도였던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에 비해 5배 가량 증가한 수치로, 나날이 증가하는 웹툰에 대한 대중의 수요와 웹툰 시장의 높은 발전 가능성을 나타낸다.
웹툰은 이러한 높은 시장성을 바탕으로 웹드라마, 영화, 연극, 게임 등에 OSMU로서의 확장성을 갖고 있다. KDI 경제정보센터의 월간 간행물 ‘click 경제교육’에서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영화 원작으로 웹툰을 선호하는 이유로 △소재 개발의 용이성 △웹툰의 지명도와 팬덤 △시각 콘텐츠의 용이한 시각화 △대중소설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웹툰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꼽았다. 이는 웹툰이 다른 저작물로의 전환이 용이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THE PR NEWS에서 “웹툰은 넓은 범위의 소재와 장르를 다루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며 “영화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웹툰에 기반한 스토리가 공감을 얻으며 웹툰이 원작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해당 기사에서 부산대학교 디자인학과 윤기헌 교수는 “웹툰은 기본적으로 다른 저작물의 원작이 되기 좋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캐릭터의 배경과 대사 등 웹툰 특유의 만화적 요소는 소설이나 연극보다 2차적 저작물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에 대한
세심한 주의 필요해
OSMU의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은 ‘2차적 저작물’로서 원작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저작권을 가진다. 2차적 저작물은 다시 각색돼 또 다른 저작권을 갖는 ‘3차적 저작물’이 제작되기도 한다. 그 사례로는 원작 소설이 영화로 각색된 후 해당 영화가 다시 뮤지컬로 각색된 <서편제>가 있다. 이청준 작가의 연작소설 <서편제>를 각색한 영화 <서편제>와 뮤지컬 <서편제>는 원작 소설이 재조명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는데, 이 중 뮤지컬 <서편제>는 소설이 아닌 영화 <서편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된 것이다.
이처럼 OSMU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제작하면 관련된 종사자들의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나의 원작을 기반으로 다양한 저작물이 제작되면서 저작권을 통해 얻는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이에 잘못된 수익 배분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겨나기도 한다. 상명대학교 법학과 김인철 교수(이하 김 교수)는 “3차 저작물이 원작과 다른 2차 저작물의 요소를 이용해 각색된다면 3차 저작물은 원작과 2차 저작물을 제작한 제작자 모두가 포함된 계약이 필요하다”며 “2차 저작물의 요소에 착안해 3차 저작물을 만들면 원작의 요소도 3차 저작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저작권과 관련된 사항을 다룰 때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원작과 각색된 저작물의 저작권에 대한 수익을 배분할 때 수익 배분 계약서를 어떤 내용으로 작성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며 “제작자들은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계약서를 비롯한 법적 조치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 산업에서의
앞으로 귀추가 주목돼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은 OSMU로 형성되는 문화 산업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전망한다. OSMU를 통해 제작된 2차 저작물과 3차 저작물이 미래의 문화 산업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논지다. 이에 대해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 양경미 소장은 서울경제에서 “앞으로 문화 산업은 OSMU를 통해 캐릭터를 중심으로 관광, 화장품, 패션, 휴대전화, 자동차 등 다른 산업영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며 “미래에 OSMU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가치는 현재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