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닌 방향을 생각하라
속도가 아닌 방향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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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9.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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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은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획득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란 교육부에서 전국 117개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혁신 추진성과 △핵심 교육성과 △자체 성과관리로 3개 영역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 후 등급에 따른 예산을 지급하는 제도다.

  교육제도의 발전을 위해 흔히 ‘혁신’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혁신이라는 단어는 긍정도 부정도 뜻하지 않으며 급진적인 변화를 의미할 뿐이다. 즉, 결과를 알 수 없는 실험이나 마찬가지다. 혁신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모르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산물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난 2020년, 우리대학은 수도권 최초로 전면 자유전공제를 선언하며 교육혁신에 앞장섰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됐으며 대학 교육면에선 융합 학문의 기로를 제시했다는 의의도 가진다. 그러나 한 제도에 무조건적인 장점만 존재할 순 없다. 우리대학은 그간 전면 자유전공제로 인한 크고 작은 논란을 겪었다. 당장 덕성여대신문 과월호만 살펴봐도 그렇다. 지난 744호 ‘복합 인재양성하는 제2전공, 억울함 호소하는 제 1전공 학생’에서는 제1·2전공 간 수강신청 문제를 다뤘으며750호 ‘제1·2전공 본질 흐리는 제도 개선 필요해’로 전공 간 지원 차이 논란을 말했다. 여전히 학우들 사이에서는 △등록금 납부 체계 미비 △전공 전문성 약화 △신입생 소속감 부족 등의 문제가 거론된다. 우리대학은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최근 교육부는 또 다른 혁신으로 무전공제도를 제시한다. 무전공제도는 자유전공학부 신설·단과대학별 광역모집으로 우리대학이 높은 등급을 획득한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우리대학은 학칙개정안을 통해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단언했다. 전면 자유전공제를 선언한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새로운 학부가 생기며 학사구조가 개편된다. 이제 막 전면 자유전공제에 익숙해지려던 학내 구성원들이 새롭게 도입될 자유전공학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사소한 선택 하나가 몇 년 뒤 우리대학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다.

  교육혁신을 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결국 학내 구성원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된다. 결국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혁신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거대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있다. 과연 그 학생의 공부 방식이 무조건 올바르다 할 수 있는가? 단순 암기에 그쳐 핵심은 잊어버리는 등 당장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건 아닐까. 진정한 배움을 위해서는 시험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현재 공부법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살펴야 한다.

  대학 또한 마찬가지다. 당장 성과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았다고 안주하긴 이르다. 대학이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얼마나 더 빨리’ 나아가느냐가 아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를 계속해서 고찰해야 한다.

  갈수록 대학은 학문을 배우기 위한 곳에서 취업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변질돼 본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실정 속 우리대학은 무엇을 위해, 어디를 보고 달려가고 있는지 묻는다. 덕성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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