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와 3분 그 사이
15초와 3분 그 사이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4.09.01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짧고 자극적이다. 또한 중독적이다. 이 문장의 나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이 오는가? 바로 ‘숏폼’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금이다. 이에 맞춰 등장한 짧은 길이의 영상을 뜻하는 숏폼은 하나의 문화가 됐다.

  대중교통을 타면 분주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영상을 넘기는 사람들을 주로 볼 수 있다. 무료한 시간에 어느새 손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그리고 습관처럼 숏폼을 시청한다. 눈길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뜰 때까지 영상을 넘기고 시청하길 반복한다.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청하던 영상들이 모여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할 일이 잔뜩 밀려 있음에도 손은 멈추지 않는다.

  앞서 서술한 모습은 많은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중독돼 더 큰 자극을 원하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이라고 한다. 전두엽이 짧고 강렬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일상 속 자극에는 무감각해져 튀어 오르는 팝콘처럼 점점 더 큰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팝콘 브레인 현상이 지속되면 집중력이 저하되거나 현실인지 능력이 떨어져 일상 속 흥미를 잃게된다.

  현대인들이 팝콘 브레인 현상을 겪는 원인에는 무분별한 숏폼 콘텐츠 제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을 필두로 여러 SNS에서 비슷한 형태의 숏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또한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의 숏폼이 많아지는 추세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숏폼 영상은 뇌가 스스로 생각하지 하게 만든다. 2021년 저장대학이 발표한 <개인 맞춤형 영상에 따른 뇌 활성화 연구>에 따르면 숏폼에 과다 노출된 대학생의 뇌는 숏폼에 노출되지 않은 뇌보다 수동적 뇌 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수동적 뇌 신경계가 활성화 될 시 집중력과 기억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숏폼의 형식 또한 사고를 방해한다.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핵심 내용을 담아야 하기에 대부분의 정보를 생략·압축한다. 이는 영상의 주된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고 가치판단 능력을 약화한다. 약해진 뇌는 수동적인 사고를 하게 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간다. 숏폼에 중독된 우리는 주체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다시금 큰 자극에 의존하며 점점 사고의 주체성을 상실해가는 악순환 속에 빠져든다.

  우리는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숏폼에 끌려가는 시간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집중 시간을 정하는 것이 어떨까. 집중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새 자극에서 벗어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흔히 인터넷 세상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른다. 쏟아지는 콘텐츠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극적인 정보와 올바른 정보 속 균형을 잡고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아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임양규
  • 편집인 : 윤수아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