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거리선전전, 교육부 항의방문, 구재단 이사진 항의방문 등으로 한 교수님의 복직투쟁을 한 선후배들과의 연대감이 주는 경이로움과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의의 힘을 체험했다는 사실은 지금도 강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편으론 사학계가 박원국같은 세력으로 이 사회에 먹이사슬처럼 구조화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거대한 벽 앞에 마주선 것 같았던 막막함 또한 남아있다. 현실의 모순에 처음으로 마주하며 느꼈던 나의 고민과 감정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기억 위에서 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학은 더 이상 사유하고 실천하는 학문의 장이 아닌 취업을 위해 높은 성적을 받고, 학위를 따기 위한 곳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더 이상 사유와 저항과 실천의 학문을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고. 얼마 전 있었던 홍대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해고로 인해 기본 생존권으로 투쟁하는 것을 두고 학생들이 “면학분위기를 망친다”고 했던 사건이 바로 그런 일면을 보여준다.
홍대 학생들과 같은 무지와 무관심은 중립이 아니다. 무지와 무관심은 그 자체로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몰상식의 자양분이며 박원국 이사장과 같은 세력이 뻔뻔하게 다시 돌아오게 하는 토양이 된다.
아우슈비츠 사건보다 무서운 것은 아우슈비츠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것은 되풀이하지 말아야할 역사를 또 다시 반복하게 된다. 한상권 교수님께서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란 책을 통해 덕성인과 위태로운 이 대한민국에 전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에 우리에게는 반드시 기억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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