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다
곤충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다
  • 이효은 기자
  • 승인 2023.04.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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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모기나 파리 등 곤충들이 병균을 옮겨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곤충은 범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곤충의 특성을 활용해 사건의 단서를 찾는 법곤충학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 교실 신상언 외래교수를 만났다.

 

 

  Q. 법곤충학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법곤충학의 법(法) 자가 영어로는 포렌식(forensic)을 의미하는 ‘법정에서’를 뜻해요. 법정에서 곤충학적 정보가 과학적 증거로 쓰이려면 오류 가능성 없는 원리나 예외 없는 법칙을 발견해야 해요. 단순히 곤충학 지식을 연구하기보다 연구 결과를 도출해 직간접적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곤충 전문가예요.


  Q. 법의학과 법곤충학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법의학은 문신, 치아 배열 등 의학적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부검해 살해 도구나 신원 확인 등을 해요. 예를 들면 시신의 사망 원인을 알아내는 데에도 법의학이 필요해요.

  법곤충학은 곤충학적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시신의 최소 사후 경과 시간이나 죽기 전 상태 등을 파악하는 법생물학의 한 분야예요. 아직 법곤충학은 실제 사건의 증거로 쓰이지는 않고 수사 방향을 제시하거나 단서를 찾아내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어요.


  Q. 법곤충학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생물학과에 진학하면서 곤충의 다양성에 매료돼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부터 곤충학책을 즐겨 보곤 했어요. 습성, 서식 환경 등 곤충의 특성을 배우면서 나와 다른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느낌이었어요. 곤충 동아리에 입부해 졸업할 때까지 활동할 정도로 곤충을 좋아했죠. 그래서 곤충 분류학 석사 과정을 밟았던 3학기 때 고려대학교 법의학 교실에 들어가 법곤충학 연구를 이어오고 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Q. 20년 동안 법곤충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법곤충학은 곤충에 대한 전문 지식과 과학적 증거에 대한 개념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쉽지 않아요. 실제로 곤충학을 좋아해 연구실에 들어와도 일이 너무 힘들어서 나가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두 가지를 같이 학습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렵죠.

  법곤충학은 예외 없는 법칙을 발견하는 학문이에요. 법곤충학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시신에서 곤충을 채집할 때가 있는데 이때 악취가 몸에 배어 계속 씻어도 잘 안 없어져요. 또 시신에 있던 벌레들이 사방에 흩어지기 때문에 보호복을 벗으면 이곳저곳에 떨어질 때도 있어요. 이처럼 환경이 좋지 않은 것도 힘들지만 인체에 해로운 약물을 사용해 무리가 오기도 해요. 곤충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알코올이 몸에 해로워서 평소 음주를 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간이 손상된 상태예요.

 

  Q. 곤충학 지식으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나요?

  곤충학 지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해요. 곤충의 성장 속도를 바탕으로 시신의 사후 경과 시간을 추정할 수 있어요. 추정이 어려운 매장 시신과 백골화된 시신은 곤충이 출현하는 계절의 특성을 이용하거나 월별 곤충 정보를 바탕으로 사후 경과 시간을 알기도 해요.

  구더기가 사람한테 기생하는 병인 승저증은 파리가 냄새를 맡고 올 정도로 악취가 났고 파리를 쫓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는 증거가 돼요. 이는 방임이나 학대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어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갓난아이 혹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를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민사 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죠.

  약물을 먹은 시신을 구더기가 먹고, 그 구더기를 딱정벌레가 먹으면 *생물 농축이 일어나요. 법곤충독성학에서는 청산가리나 마약과 같은 아주 독한 약물을 먹고 죽은 시신을 분석하기도 해요.

  고고학에도 곤충학 지식을 사용해요. 백제나 신라시대를 나타내는 역사적 묘지에 파리 번데기가 발견된 적이 있어요. 파리는 묘지 안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없어요. 이는 묘지를 만들 때 구더기에서 번데기로 성장할 시간이 있었고, 그 기간을 일주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돼요. 이를 통해 당시 일주일 이상 무덤 밖에서 장례를 지냈던 **복장제 문화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어요.

  또 다른 사례로는 시신의 상처가 개미에 뜯겨서 난 것인지 콘크리트 바닥에 긁혀 생긴 것인지 구별해서 범행 장소를 추측했던 사건도 있어요. 이처럼 곤충 매개 흔적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줘요.


  Q. 곤충마다 사건에 적용하는 방법이 다른가요?

  시신 주위에서 발견되는 곤충은 매우 다양하지만, 오차 범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모든 곤충을 사건 해결에 활용하지 못해요. 주로 파리나 딱정벌레 혹은 벌 등으로 연구를 진행해요. 이 곤충들은 시신을 먹는 시식성 곤충이에요. 곤충의 장 속에서 사체의 DNA가 발견되어 곤충과 사건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경우에만 법곤충학적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어요. 이런 결과는 정황 증거 혹은 보강 증거로 쓰여요.

  곤충마다 선호하는 서식지가 있어요. 어떤 파리는 숲에서 볼 수 있고 어떤 파리는 실내에서 자주 보이곤 하죠. 이 특성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요. 곤충의 서식지 선호는 하나의 습성일 뿐이지 꼭 그곳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태풍이나 비 등 기후에 따라 서식지가 변하기도 하거든요. 예외가 발생하므로 증거로는 사용하지 않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제가 지금까지 해결한 사건은 91건 정도예요. 그중 4.16 세월호 참사와 관련이 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에서 발생한 곤충을 감정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시신이
발견된 지 45일이 지나서 현장에 갔어요. 현장 주변에 구더기가 번데기로 되기 위해 이동한 흔적을 보고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아냈어요.

  파리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 단계를 거쳐 완전한 개체가 돼요. 번데기로 성장하기 직전에는 먹이를 먹지 않으면서 마른 땅으로 이동하는 시기가 있어요.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파리 유충의 특성을 토대로 이동 흔적이 없으면 유충이 번데기로서의 단계를 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장에는 유충이 번데기로 성장했던 흔적이 있어 구더기가 시신과 함께 이동한 것이 아니라 번데기가 되기 위해 이동하는 단계를 지났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시체에서 나온 구더기 종의 특성과 현장 습도, 온도 등 환경을 조사해서 통계를 바탕으로 유병언 회장이 2014년 6월 2일 정오 전에 사망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죠.

 

  Q. 법곤충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길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종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야 하니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요. 전 세계에서 기피 직업 1순위가 아닐까 할 정도로 힘들다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는 법곤충학자의 능력을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전문성을 키울 만큼 전도유망한 직업이에요. 우리나라도 해당 제도를 도입해서 인재를 기른다면 분명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어요.

  법곤충학자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유충이 번데기를 거쳐 성체가 되는 것처럼 인내심으로 연구를 이어간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생물 농축: 특정한 물질이 먹이 사슬을 거듭하며 생체 내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
**복장제: 장례를 2번 지낸 후 시신을 묻는 장례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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