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대학생활
코로나 시대의 대학생활
  • 장태순 철학과 교수
  • 승인 2020.03.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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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는 휴교와 함께 찾아왔다. 행정적으로는 3월 2일에 개강했으나 사실상 휴교 상태다. 신입생들은 스머프 동산의 예쁜 벚꽃이 다 진 다음에야 캠퍼스를 구경하게 생겼다. 출근 시간 우이신설선에 빈자리가 널려 있고, 학생 만나기가 덕냥이 보기보다 힘들다. 인문사회관 복도에서 마주치는 얼굴은 교수 아니면 조교다. 모처럼 아는 학생이 보여 반가워했더니 2월에 졸업하고 조교로 일하는 중이라고 한다.

  요즘 일본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까뮈의 <페스트>나 읽어보려던 소박한 꿈은 단숨에 무너졌다. 생전 해본 적 없는 온라인 강의를 위해 장비 구입하랴, 프로그램 설치하랴, 이것저것 조사하고 배우랴 바삐 뛰어다닌 탓이다. 작년에 모 교수가 같이 유튜브 방송하자고 할 때 거절하지 말걸.

  인터넷으로 주문한 마이크는 생각보다 커서 책상 앞에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반값의 비슷한 마이크를 발견하고 툴툴거리다가, 교수들 때문에 마이크가 품절이라는 옆방 교수의 이야기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러다가 마이크 5부제가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간신히 마이크를 설치하고 녹음한 소리를 들어 보니 생각보다 별로다.

  보이지 않는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강의실에서는 내가 던진 말이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온라인에는 그런 게 없다. 댓글로라도 반응이 오는 라이브 방송은 그나마 낫다. 동영상 녹화는 시작하자마자 기운이 빠져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간신히 강의를 녹음해서 사이트에 올리려니 업로드가 끝없이 오래 걸린다. 지난 학기에도 강의 시간을 안 지킨다고 지적을 받았는데 온라인도 지각이라니.

  페스트로 대학이 휴교하는 동안 고향에 돌아가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을 떠올린다. 그 시대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뉴턴도 <프린키피아>는 못 썼을 거야. 요즘 대학이 과제 폭탄에 부실 강의로 난리라는 기사를 읽으며 최소한 부실 강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신입생 여러분,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반갑습니다. 새터도, 입학식도 없이 3월을 맞이한 여러분에게 위로를 보내며 환영의 인사를 전합니다. 개강하면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대학은 정말 좋은 학교랍니다. 재학생 여러분, 온라인 강의를 듣느라 불편하고 힘들 테지만 손을 자주 씻으면서 잘 견뎌내세요. 건강하게 캠퍼스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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