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과 매창의 시비에 쓰인 <매창을 생각하며> <이화우 흩뿌릴 제> 두 시의 감수를 우리대학 이명찬(국어국문) 교수(이하 이 교수)가 맡았다. 이 두 시의 특징, 가치 등을 이 교수에게 들어보고자 인문사회과학대 364호, 이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우선 <매창을 생각하며> <이화우 흩뿌릴 제> 두 시의 감수는 어떻게 제의를 받은건가
현재 인문대 지역문화연구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어 종종 도봉구청에 도봉구의 지역문화와 관련한 자문을 해주곤 한다. 이번 시 감수 또한 그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때마침 내가 국어국문학과 교수라 제안을 해온 것 같다. 사실 나는 현대시 전공인데 이 두 시는 워낙 알려진 것이고 자료도 많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받아들였다.
<매창을 생각하며>의 특징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천인이지만 예를 중시하고 양반과 교류하는 점잖은 선비였던 유희경이 ‘매창’을 향한 연정의 마음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점을 <매창을 생각하며>의 특징으로 꼽고 싶다.
그렇다면 <이화우 흩뿌릴 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화우 흩뿌릴 제>는 <매창을 생각하며>처럼 솔직하고 진정성이 드러나 있다. 또한 한자로 시를 짓는 게 대부분이었던 당시 순우리말을 사용했다는 점과 여성이 쓴 시가 드물었던 당시에 나온 시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말할 수 있다.
매창과 유희경은 시비에 실린 두 시 외에도 많은 시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이 두 시가 시비에 실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사람들은 시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이 두 시는 다른 시에 비해 난잡하거나 복잡하지 않게 서로를 향한 그리움을 시에 녹여냈다. 시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두 시를 읽고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이 시비에 실리게 된 가장 큰 계기인 것 같다.
매창은 황진이 허난설헌 등과 함께 조선시대의 여류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매창이 후세에 ‘여류시인’이라는 높은 평가를 듣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은 시를 잘 썼기 때문이다.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은 배꽃비가 내리는 봄날에 이별하는 연인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배치를 한 매창은 우리말을 다루는 솜씨와 이미지를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현대적 감각에도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또한 유희경,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 인조반정의 주역인 이귀 등 뛰어난 사람들과 있었던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해 부안의 아전들이 자신들의 돈을 모아 부안의 대표적인 예술인인 매창의 시를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해 목판본으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매창집’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이유다.
끝으로 이 교수는 “매화가 핀 창가를 뜻하는 매창이라는 호도 멋지다”며 연구실에 있던 아직은 피지 않은 매화 가지를 보면서 유희경과 매창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