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에 셔레이드(charade)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이 몸짓을 통해 신호를 보내면 그것이 무슨 뜻인지 맞히는 ‘제스처 게임’을 뜻하는 것으로서 크게는 신체언어를 통한 의미표현을 말한다. 영화계에서도 이 단어가 사용되는데 바로 ‘셔레이드 기법’이다.
셔레이드 기법은 제스처 게임이라는 뜻에 걸맞게 대사를 통한 직설적인 표현이 아닌 시각예술이라는 영화의 장점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무성영화가 발전할 당시, 대사로 직접적인 표현이나 감정 전달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처음 도입된 기법으로서 비언어적 수단을 이용해 의미를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셔레이드 기법에는 신체언어를 통한 셔레이드, 소도구나 상징요소 같은 물체로 보여주는 셔레이드, 인물관계·상황·장소를 이용한 셔레이드 등이 있다. 특히 얼굴 표정이나 몸짓 등 신체언어를 통한 셔레이드가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셔레이드 기법을 처음 시도한 그리피스 감독 역시 자신의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경직된 표정이나 눈물 고인 눈을 클로즈업 하는 등 표정을 통한 셔레이드를 시도했다.
영화 <모던 타임즈>(1936)는 셔레이드 기법이 사용된 대표적인 영화다. 감독이자 주인공인 찰리 채플린은 무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들리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신체를 통한 셔레이드를 완성도 있게 보여줬다. <모던 타임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톱니바퀴 속에서 찰리가 함께 돌아가는 장면은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이 된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주는 셔레이드 기법 중 하나다. 쉴 틈 없이 나사 조이는 일을 하는 찰리는 심지어 여자의 옷 단추처럼 너트 모양으로 생긴 물건만 보면 이를 조이려는 행동을 한다. 영화는 이러한 행동에 기반한 셔레이드 기법을 통해 웃음을 자아냈다.
셔레이드 기법은 대사로 표현하는 것보다 영화의 메시지를 훨씬 강하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깊은 내면이나 감정 역시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유용하다. 작가 아라이 하지메가 자신의 저서에서 ‘셔레이드는 간접묘사를 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고 했을 정도로 이 기법이 지니고 있는 장점과 영향력은 상당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물건으로, 장소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재미는 물론 예술성과 작품성까지 높이는 방법. 그것이 바로 셔레이드 기법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