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현재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장면이 시시각각 변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 그때 갑자기 결정적인 순간에 화면이 멈춘다거나, 멈춘 그 상태로 영화가 끝이 난다면 어떻겠는가? 당황할 수도, 긴가민가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장면이 오래, 강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처럼 영화의 움직임을 한 장면에 정지시켜 스크린 위에서 움직임을 멈춘 채로 지속시키는 영화 촬영기법을 ‘프리즈 프레임(혹은 스톱 프레임, 홀드 프레임)’이라 한다.
프리즈 프레임은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영화 <400번의 구타>(1959)에서 소년의 얼굴 표정을 정지 화면으로 마무리한 것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 촬영기법은 영화의 특정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또한 이전 장면과는 다른 반전을 꾀하거나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이 주인공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력히 전달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프리즈 프레임은 그 장면을 강조하거나 순간의 감정과 여운을 더욱 지속시키는 데 일조한다.
프리즈 프레임이 사용된 영화는 다양하다. 그 중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는 마지막 장면에 이 촬영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의식을 더욱 강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유명하다. <델마와 루이스>는 단조롭고 지겨운 일상생활을 벗어나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델마와 루이스의 이야기다. 여행 도중 그들은 순간의 실수로 강력범으로 수배된다. 경찰의 끈질긴 추격 끝에 델마와 루이스가 탄 차가 그랜드 캐년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되고, 그 순간 그들은 자유와 비상을 꿈꾸며 벼랑 끝으로 질주한다. 감독은 자동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전 공중에 떠있는 장면에서 프리즈 프레임 기법을 사용해 영화를 끝낸다. 감독은 이를 통해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델마와 루이스의 저항의식을 강하게 보여줌으로써 ‘1990년대 스타일의 여권주의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다.
프리즈 프레임이 사용된 장면을 보는 관객들은 감독이 장면에 변화를 줄 때까지 ‘얼어붙은’ 장면을, 그것이 주는 극적 효과를 맛보게 된다. 때로는 행동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가만히 침묵하는 것이 더 강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이 프리즈 프레임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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