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소비하는 사회
감동을 소비하는 사회
  • 권경우 문화평론가
  • 승인 2012.05.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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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최고의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 스타>나 <개그콘서트>를 떠올릴 수 있다. <케이팝 스타>는 아이돌 스타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인 기획사들이 직접 방송을 만들어가는 독특한 제작방식으로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차별을 둬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개그콘서트>의 경우는 일상의 깨알 같은 재미와 정치를 비롯한 시사적인 주제로 대중의 욕망을 잘 풀어주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두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이나 화제성의 측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프로그램으로는 <힐링캠프>를 꼽고 싶다. 주로 스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게스트로 등장해서 자신의 일과 삶, 사랑, 결혼 등 솔직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장점이다. 올 초에는 박근혜와 문재인이라는 대표적인 대선주자를 출연시킴으로써 섭외 능력까지 인정받으면서 프로그램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차인표와 박진영이라는 어쩌면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두 남성을 등장시킴으로써 또 한 번 화제를 낳았다. 차인표의 경우에는 그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구호단체의 홍보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비판적인 시선보다는 공감을 넘어 감동의 호응이 쏟아졌다. 실제로 그 구호단체에는 7천여 명 이상의 후원자가 몰려드는 일이 발생했다. 기껏해야 1년에 3천 명 정도의 신규 후원자가 늘었지만 차인표의 2주에 걸친 출연으로 2~3년 치의 후원자를 한 번에 만들어낸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이번에 후원을 결심한 이들이 그러한 구호단체의 존재를 차인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단체 말고도 많은 다른 단체들이 오래전부터 활동하고 있다.

<힐링캠프>의 한 장면

  그럼에도 대중들이 차인표를 통해 ‘기부’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대 대중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나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 정직하게 직면하지 못한다. 누군가 대신해서 그 일을 해 주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부까지도 타인의 힘을 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도우미’와 ‘플래너’가 흘러넘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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