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Wien)의 봄 풍경
빈(Wien)의 봄 풍경
  • 이선자(독어독문) 명예교수
  • 승인 2011.05.21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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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모국어인 독어로는 빈이라고 불리는 이 도시에는 전에도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보다 집중적으로 몇 곳을 보기로 결심했다. 빈의 길거리 사방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독일어를 들으며, 언젠가 자기네가 가장 아름다운 독일어를 구사한다고 말했던 이곳 오스트리아 지인이 생각이 나서 저절로 미소가 흘러 나왔다.

  빈 도착 다음날 아침 우선 모차르트하우스를 방문했다. 빈에서 매우 번화한 성 슈테판 성당 주변에 위치하고 있고 전에도 가본 적이 있어 쉽게 찾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어느 골목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이곳 지리를 잘 모른다고 했다. 지나가는 한 부부에게 물었더니 남편은 좀 더 가야한다 했고 부인은 이미 지나쳐온 것 아니냐고 서로 의견이 달라 난감했다. 그래서 “이제 보니 모차르트는 빈에 살았던 게 아니고 빈 사람들 가슴 속에 살았군요”라고 말했더니 그 부부는 맞는 말이라고 하며 즐겁게 웃었다.

  모차르트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받은 보수는 그 당시 지위가 낮은 귀족보다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궁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준으로 1년에 3,000~4,000 굴덴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 높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그가 경제적으로 곤란했던 이유는 부인의 낭비적인 성향 탓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저녁 빈 사람들과의 만찬에서 옆 자리에 앉은 한 부인은 모차르트가 궁핍했던 이유를 모차르트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돈이 있으면 다 써버렸고 ‘놀이’같은 것도 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 사후에도 그의 부인은 악곡을 팔며 어떻게든 아이들과 살아보려고 노력을 했다며 동정하는듯 했다. 그래서 필자는 두 사람 모두 낭비 성향이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었다.
다음 날은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와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는 이 건물에는 오스트리아 중세로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빈 도시가 자랑하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도 이곳에 전시되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저녁에는 빈의 오페라하우스에 초대를 받아 베르디 (Giuseppe Verdi 1813-1901)의 초기 오페라 <나부코>(Nabucco 1842)를 감상할 수 있었다.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은 입석까지 꽉 차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노래였지만 각 좌석 앞에 비치된 손바닥 크기의 모니터로 노래의 내용을 독일어나 영어로 선택하여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어느 정도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학생시절 뮌헨에서 오페라 구경을 갔을 때 여자들이 긴 옷을 차려입고 휴식 시간에 로비에서 이리저리 거니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던 터라 이번에도 청중들의 의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는데 대부분은 우아한 옷차림보다는 단정한 옷차림이었고 요즘은 예전처럼 의상에 크게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금요일 밤에는 빈 음악당에서 시 교향악단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주말 밤 근처 지하철 역은 음악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음악의 도시 빈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점은 여행하는 국가의 언어를 어느 정도라도 알고 가면 그 나라 사람들과 그 문화가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게 되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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