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부끄러워하는 대통령
국민들을 부끄러워하는 대통령
  • 김지영(사회부 객원기자)
  • 승인 2010.11.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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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우리나라에서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세계경제의 최상위 협의체로서 글로벌 이슈에 적극 대응할 것’을 밝혔다. 또한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존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 ▲국제 개발격차 해소 및 금융안전망 구축 등 새로운 의제 발굴 ▲비 G20회원국 및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를 추진할 것이며, 아울러 정상회의 계기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할 것임을 밝혔다.
   G20 정상회의는 이런 거창한(?) 의도로 개최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G20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일반 시민은 얼마 없다. 심지어 많은 시민들은 주요 의제들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G20 정상회의에 대해 일반 국민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지는 않고 G20 기간에는 승용차 이용을 자제해 달라,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금지해 달라, 삼성역은 지하철이 서지 않고 그 일대는 통행을 금지하는 등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어이없는 요구만 할 뿐이었다.
   시민들이 G20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 시절 장학사가 방문했을 때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사전 연습을 열심히 시키고 평소와 달리 가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의견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G20에 대한 불만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G20 정상회의는 역대 어느 회의 때보다 안전하고 평화롭게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반기문 UN사무총장까지 “경비를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실제 회의장과 서울전역의 경비를 맡았던 경찰들에게는 그닥 달가운 칭찬은 아니었다. 한 경찰은 “매일 새벽 5시 전에 기상시키고 자정이 넘어서 귀가시켜 하루 4시간도 못잤다”면서 “일제검문검색도 아니고 종일 도로가에 멍하니 서서 지나가지도 않은 정상들을 기다렸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G20근무기간 동안 정말 고문 받는 느낌이었다. 이런 근무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니, 이 정도만 보아도 G20 기간 동안 동원된 경찰들에 대한 복지는 축제기간 같았던 G20의 겉모습과 달리 매우 형편없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G20은 국민들을 부려먹으면서까지 좋은 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 막상 외국인들의 눈에 국민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하는, 이중적이면서도 이기적인 행사였다. 외국에서 온 손님은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자기 나라의 국민들은 만만하게 여기는 그 태도를 보니 우리 나랏님은 ‘우매한’ 국민들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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