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은 그냥 학생이 아니다, 내 자식이다
이 아이들은 그냥 학생이 아니다, 내 자식이다
  • 정기화(약학부)교수
  • 승인 2010.03.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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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캠퍼스 어디에서나 보이는 눈앞의 북한산이나 머언 산 도봉산에는 때 아닌 3월 폭설로 겨울 소나타를 떠올리게 하지만 눈이 부시도록 예쁜 신입생들로 교정은 벌써 봄이다.
‘이건 그냥 복분자가 아니여. 내 자식이여’라는 어떤 양조회사의 캐치프레이즈가 마음에 와 닿는다.
‘이 아이들은 그냥 학생이 아니다. 내 자식이다.’
 내가 입학했을 무렵을 떠올려보자니 벌써 45년 전 일이라 먼저 그 세월이 놀랍다. 강산이 변하고 변했으며, 또 다시 확 변해 버린 세월이다.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종으로 학대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시는데 걸린 세월보다 긴 세월이다. 더욱 20세 후의 45년은 가히 전 생애와 가깝다.
 1965년 덕성여대 신입생으로 입학하던 당시는 운니동 캠퍼스만 있었고 이곳 쌍문동 캠퍼스는 소나무 밭이었다. 약학관(현 운현초등학교) 3층의 강당에서 입학선서를 하던 기억이 출발점이다.
 현재 지령 568호의 <덕성여대신문>은 그 당시 3호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석합격 소감을 읽으신 김정호 주간교수님의 권유로 학생기자로 참여하였고, 한때는 지명관 교수님도 주간을 맡으셨는데 두 분 모두 하숙하지 말고 댁에 와서 다니라는 말씀까지 해 주셔서 참 자랑스러웠다. 그때는 학교가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다른 교수님들로부터도 사랑을 많이 받았고 특히 김재완 교수님의 한결같은 신망과 가르침은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많은 교수님들께서 나를 이끄시고 고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셨던 것처럼, 나도 후배들을 이끌어야지 했는데 흉내도 못 내고 세월만 흘렀다. 5천 평의 운니동 용광로는 이처럼 교수님들의 사랑으로 끓고 있었고 그 힘으로 저마다의 꿈이 이루어졌지 싶어, 학생과 교수의 상호작용이 가장 잘되는 대학을 다녔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해 약사국시에 4학년 졸업생 전원의 합격과 강선희 선배의 수석합격으로 학교가 축제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이 전통은 잘 지켜지고 있고 최근 5년 내 3번이나 수석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열심히 한 학생의 노력도 귀하지만 60년대에도 개강 첫 주부터 수업이 시작되었고 70년대부터 강의평가를 시작한 앞서간 교육중심대학의 저력이라고 믿는다.
 쌍문동 교지개발사업의 박차를 가한 것은 73년부터지만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때도 꿈과 준비가 무르익고 있었고 재단에서 7만평의 토지를 확보한 것은 50년대의 일이다. 60년 전부터 오늘의 쌍문동 시대를 열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10만평 가까운 넓고 평탄한 캠퍼스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재학생이나 동문들의 해외유학을 위해 귀하게 쓰이고 있는 32억 원(이자수입만 연 1억 4천만 원)에 달하는 해외유학 장학금도 그 시작은 67년 개교기념일의 물품판매 이익금 95,480원이라는 작은 재원에 학생회 임원들의 동의를 얻어 학생자치활동예산의 10%씩을 적립하기 시작하여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회장으로서 뜻이 좋으니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런 푼돈을 모아서 언제 장학기금을 만드나 하며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우리 쓰기에도 빠듯한 학생회비를 포기했던 그때의 짧은 생각이 부끄러웠다. 공간이 좁다고 불평할 때마다 쌍문동 캠퍼스 계획을 얘기하시는 터에 귀에 못이 박히겠다며 질려했던 일도 많았는데, 79년 약학관 신축 후 실험기구를 옮기는 삼륜차 조수석에서 눈물이 났다.
 그날 이후 나는 교육은 미래를 바라보며 해야 하는 것이라는 신념 같은 것을 마음에 품었다.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온 우주가 도와주어서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누군가의 격려를 믿으며 퍼스트 펭귄으로서의 운명에 충실하고자 한다.
 오늘 우리는 60년 후의 덕성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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