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넘고 노동을 넘어 행복한 삶으로
자본을 넘고 노동을 넘어 행복한 삶으로
  • 강수돌(고려대 교수, 조치원 마을 이장)
  • 승인 2009.07.06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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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고 살기 시작한 때로부터 치더라도 1만 년인 인간 역사 그 중 5%도 안 되는 시기가 자본주의이다. 요약하면, 인간은 95%의 역사를 비자본주의적으로 살아 왔고, 단지 5% 정도만 자본주의적으로 살고 있다.
자본주의란 쉽게 말하면 ‘돈 놓고 돈 먹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처음에는 돈이라는 실체로부터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 사이의 관계 또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여기서 자본이란 사람을 고용하고 노동을 조직, 통제하며 이윤을 생산하는 그런 관계다.
그런데 이 짧은 시기 동안에 자본주의 구조와 인간은 지구가 가진 자원을 거의 탕진하고 말았다. 석탄, 석유, 가스, 철광 등 다양한 천연자원은 물론이요, 공기와 물, 흙마저 온전하지 못하다. 비자본주의로 살아온 지난 95%의 역사 동안 인간은 비교적 자연과 더불어 잘 살았다. 물론 인간 사회 자체의 모순은 노예제나 봉건제에서 보듯이 상존했다. 그러나 자본제 사회에 들어서 인간 사회의 모순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모순까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 결과 이제는 자본 스스로가 ‘녹색 성장’ 담론을 들고 나올 정도다. 녹색 자본주의 아니면 더 이상 돈벌이가 지속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돈벌이가 되는 한, 생명의 담론도, 평화의 담론도 모두 포섭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생리다.
여기서 한번 따져보자. 최소한 지난 9천 5백 년의 긴 세월 동안 인간은 자본 없이도 잘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5백 년의 기간 동안 자본주의는 인간 없이는 하루도 지탱하기 힘들지 않은가? 요컨대, 자본이 아니라 인간이 배짱을 부려야 하는데, 현실은 인간이 아니라 자본이 배짱을 부린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풀뿌리 민초들이 분열과 경쟁 속에 휘말려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자본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의 힘이 인간 앞에 왜 그렇게 센지에 대한 이유를 잘 말해 준다.
첫째, 풀뿌리 민초가 분열과 경쟁 속에 있다는 것은 주어진 사다리 질서(또는 피라미드 질서)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남보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 더 많은 기득권을 차지하겠다는 경쟁의 바다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력별, 성별, 직종별, 업적별, 나라별, 지역별, 산업별 등 각종 분열의 경계선이 문제다. 우리가 분열과 경쟁 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만큼, 자본은 우리 중의 누가 일등을 하는가에 관계없이 일등부터 꼴찌까지 모두를 장악, 지배하게 된다. 이것이 경쟁의 비밀이다.
둘째,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를 스스로 내면화할수록 자본의 힘은 더 강해진다. 인간이 자본을 내면화한다는 것은 이미 자본에 굴복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내면화 결과 우리는 일상적으로 한편으로는 일중독, 다른 편으론 소비중독이라는 쌍두마차에 시달리며 산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고 삶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문제는 ‘과연 우리가 행복한가?’ 라는 질문이다. 그건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거짓과 부패로 얼룩진 권력과 자본이 ‘삽질의 경제’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 시대, “멍청아, 문제는 경제야!”라 이야기했던 클린턴의 표현을 응용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멍청아, 문제는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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