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님
  • 문혜영 교수
  • 승인 2009.01.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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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은사’란 단어는 늘 묘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언제나 그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깊이 아련한 그리움과 친근함이 묻어난다. 사제삼세(師弟三世)란 말처럼,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란 매우 깊고 밀접한 것이다.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입장이고 또한 매번 대학 캠퍼스에 들어설 때나 강단에서 제자들이자 나의 후배들인 학생들을 대할 때면 생각나는 나의 대학시절의 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곧 다가올 종강 다음 주는 기말시험 기간인데, 그 주 목요일은 30여년 가까이 우리학교 불어불문학과가 개설된 이래 동고동락을 해 오셨던 신현숙 선생님께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을 하시는 날이다. 선생님 제자들인 불문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내외 빈을 모시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선생님 퇴임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 신 선생님의 퇴임을 앞두고 문득 지난 시간들이 반추된다. 내가 입학했던 당시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과 면접 장소에서 였다. 단아하고 화사했던 모습이 아직도 내 머릿속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 이후 불어불문학과는 여러 선생님들을 차례로 모시게 되었다.


  대학시절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이자 진정한 자신의 가치관이 성립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 역시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었고, 많은 시도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대학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대학입학까지 오로지 입시위주의 획일적 목표의 교육환경에서 최초로 벗어나는 시기였기에 감옥에서 해방되는 자유로움도 있었지만, 갑자기 내몰린 것 같은 자유가 생경스러워 이리저리 비틀거리기도 했다. 다행히 앞선 경험을 전달해주고 조언해주는 좋은 선배들이 있었고, 개설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아 많은 부분들이 정립되는 과정의 학과였지만 엄격하면서도 애정 어린 가르침으로 제자들을 이끌어주신 은사들이 있으셨기에 오늘날 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점차로 풍부한 깊이와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불문학에 매료되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폭과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불문학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학업을 계속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 동대학원에 진학한 내게 세분의 은사이신 신현숙 선생님, 박혜영 선생님, 심민화 선생님께서는 지식에 대한 다양한 폭, 학문에 대한 책임감, 학문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는 인내심을 알게 해주셨다.


  우리학교 불문학 석사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유학을 떠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학생의 입장이 아니라 선생의 입장으로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대하고 보니, 지난 학생시절 나의 스승들의 마음이 조금은 헤아려지는 것 같다. 가르침을 주는 제자들이자 한편 나의 후배들이기도 한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없는 안타까움과 때론 자랑스러움이 생긴다. 아마도 나의 은사들도 당시 우리들을 바라보았을 때 그런 마음 때문에 때론 엄격한 꾸중을 하시기도 하지만 때론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지으셨던 것이 아니였을까 짐작해본다.


  과거에 비해, 요즘 대학교육은 극심한 취업난 때문에 배움의 깊이와 넓이를 다지는 장이 아닌,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변해가는 추세이다. 시대에 따라 교육의 목적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가치는 있다. 폭넓은 지식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학문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이 거듭나야 하며, 전문적인 지식 축적과 진정한 인격도야는 스승에 대한 기본적인 공경심과 존중함이 바탕이 된 돈독한 사제지간의 맥이 이어져 나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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