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학교선생님을 만나다
병원학교선생님을 만나다
  • 천소영
  • 승인 2009.01.08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 8시30분 유연희 선생님은 일찍 출근해 오늘의 수업을 준비하고 계셨다. 병원학교의 수업은 오전 10시 반에 시작된다. 하루 3교시씩 영어, 수학, 독서, 미술, 종이접기, 음악, 컴퓨터, 구연동화 등의 다채로운 수업으로 진행된다. 하루 3교시의 수업시간 이외에는 소아병동의 다른 환아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교육시설 겸 놀이방의 역할을 수행한다.


병원학교와의 인연   

      
유연희 선생님은 작년 10월 이 병원학교가 개교했을 때부터 함께했다. 항상 ‘선생님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었다. 그곳에서 진로 지도를 통해 아이들의 꿈을 구체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자리를 잃은 공교육에 마음이 아파, 여러 가지 교육문제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병원학교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이곳이면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였다. 당시 경쟁률은 무려 500대 1이었다. 높은 경쟁률에 놀라자 그녀는 “남들보다 크게 능력이 뛰어나서 내가 채용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진심이 통했을 뿐이죠”라고 이야기하며, 병원학교에 관심이 있거나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자하는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은 통한다”고 충고해주었다.

 

특수교육에 대한 오해


병원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건강장애를 입증할 특수교육대상 선정진단서가 필요한데, 학부모들이 특수교육이란 단어를 들으면 우리아이가 정상인데 무슨 특수교육이냐는 반응을 보인단다. 심지어는 아이의 담임선생님까지도 오해를 하신다고. 하지만 특수교육이란 정신장애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장애로 인해 일반적인교육이 불가능한 학생들을 위한교육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또는 오해해서 해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건강상의 문제로 학교를 나가지 못한 아이들이 학교에 돌아가 수업진도를 못 따라가고, 유급당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래도 요즘은 담임선생님들이 아이와 학부모에게 병원학교를 추천해서 다니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병원학교 작은선생님들


수업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학교이기 때문에 교사자격증을 갖거나 교직을 이수한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현직선생님도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병원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오기 때문에 안타깝다고 한다.


병원학교 학생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선생님은 웃으셨다. 병원학교에서는 매일매일 수업을 듣는 학생이 달라진다. 학생들이 갑자기 병이 악화되거나 수술이 있어 자주 못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자신들이 가르칠 학생은 몇 학년이냐며 묻는다. 가끔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수업을 준비해 왔는데 그날 온 학생들은 전부 유치원생 또래의 아이들이라 당황하던 봉사자도 있단다. 그랬던 봉사자들이 이주일 정도 지나면 알아서 어린아이들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수준까지 미리 준비해 와서 어떤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오든지 척척 수업을 진행한다고.


늘 뒤에서 응원하고 있단다


얼마 전에 개교 2주년을 맞은 선생님은 감회가 새롭다며 “벌써 아이들과 함께한지 2년이 라니,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신입사원시절의 마음이 변질되고 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항상 참 좋고 처음같이 설렌다”고 말했다.
물론 가슴 아픈 일도 많았다. 한 아이는 수업일수가 모자라 무균실에서까지 수업을 받으며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얼마 후 아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또 다른 아이의 경우는 어머니가 찾아와 “아이가 어제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도 선생님덕분에 우리아이가 5학년이에요. 선생님 아니었으면 우리아이는 4학년이었을 텐데, 정말 감사드려요”라고 말했을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고통이 너를 성숙시킬 것이라고 했던 사람이 암에 걸리자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아무 말 하지 말라고 했다죠. 그만큼 병은, 고통은 아이들을 아프게 해요. 나는 그런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어요. 항상 그 아이들의 뒤에서 지켜봐주며 마음으로 응원해 줄 뿐이죠”라는 유연희 선생님의 말에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