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군대가 많이 좋아져서, 그런 일들은 옛날이야기일 뿐이라고 믿어온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돈없고 빽없어서 군대 간 것도 서러운데 갑자기 기억상실증에 걸려 돌아온 아들을 바라보는 가족의 심정이야 오죽이나 했을까. 최근 들어 군대내 성폭력 및 자살문제와 같은 실상들이 보도되면서 군대내 인권 유린이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군대에서 안전사고의 희생자를 포함하여 일년에 약 6백여 명씩 타살되거나 자살한다고 한다. 그 중 구타 등 가혹행위의 결과로 타살되거나 자살하는 사병의 비율이 20~30%로 추산된다고 하니 이는 매우 놀라운 수치이다. 강제로 징집이 되어 자유의 제약을 받고, 계급의 힘을 빌려 복종을 강요당하며 인권을 침해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이런 문제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과중, 혹독한 방법으로 군역을 지원했음에도 사병이라는 이유로 인간적 모멸감을 견뎌야 하고 존엄성이 짓밝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또한 이것은 병사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 ‘조직의 특성상’, 그리고 ‘힘이 곧 정의’라는 군사주의문화는 군대뿐만 아니라 학교, 직장, 여성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뿌리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하고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대로 향하고 있는 와중에도 한편에서는 병역비리가 끊이지 않고 양심적 징집거부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저급하고 비인간적인 폭력이 횡행하는 한 군대는 ‘영원히 가기 싫은 곳’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8일 몇몇 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군대내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견서와 질의서를 국방부에 전달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제한적인 개선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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