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축제 같은 분위기 속 한 해의 소원을 빌곤 한다. 1월 1일로 넘어가는 자정, 나는 새해 소원으로 ‘행복해지고 싶다’고 빌었다. 그러나 막연한 소원에 문득 우울해졌다. 그 말이 마치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행복해지려 한다. 그렇다면 우린 그 행복을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얼핏 ‘행복은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의지를 다져주는 다정한 위로 같지만 나는 예전부터 이 말에 큰 공감이 가지 않았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에게 마음만 먹으면 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실례인 것과 같다. 행복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들에겐 그 말 또한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막연히 감정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압정을 꽂듯 일상생활에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을 심어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 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 그리고 잠들기 전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을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즐거움의 정도가 아니라 빈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행복은 매일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한 번의 강렬한 기쁨보다 소소한 즐거움이 반복될 때 우리의 일상은 더 단단해지고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책 <행복의 기원>에선 가장 좋은 압정이 ‘사람’이라고 말한다. 매일 볼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도 좋지만 길거리 속 지나가는 행인들처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보길 권한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나를 잘 아는 이들은 깊은 감정적 울림을 주지만 가까운 관계일수록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린 그런 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반면 카페 직원과의 눈인사나 길을 묻는 낯선 이와의 대화처럼 나를 잘 모르는 이들과의 짧은 만남은 부담 없는 온기만을 남긴다.
행복은 꼭 깊은 관계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사소한 일상의 만남들이 꾸준히 이어질 때 그 안에서도 행복은 충분히 자랄 수 있다. 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 외로움을 키우는 것보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그냥 섞여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의 온도는 달라진다. 행복은 드물게 찾아오는 특별한 사건보다 이러한 만남이 얼마나 꾸준히 반복되느냐에 달렸다.
그렇다면 내가 찾는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하나 확실한 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니 불행하다고 자책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길 바란다. 거창한 행복을 쫓기보다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며 시간의 힘을 믿자. 그리고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행복 압정’을 찾아낼 한 끗의 용기면 충분하다. 서두르지 말고 우리만의 속도로 행복에 천천히 다가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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