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위한 수면 이야기
잠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위한 수면 이야기
  • 이상하 아주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
  • 승인 2025.11.25 0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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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그림자가 된 수면장애

  수면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선 사람들이 가장 쉽게 희생하는 요소가 됐다. 쉴 틈 없이 밀려오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을 줄이는 것은 마치 능률의 대가처럼 여겨진다. 수면의 중요성과 현대인이 겪는 수면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면은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

  “과제 마감이 내일인데 아직 반도 못했어.” “시험 기간이라 밤새 공부해야 해.”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놀았더니 수면 패턴이 완전히 무너졌어.”
  이런 말이 익숙하지 않은가? 한국 대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약 6시간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시험 기간이나 과제 마감 기간에는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우린 ‘바쁘니까 어쩔 수 없지’, ‘한두 시간 정도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며 수면 시간을 희생한다. 문제는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되고 △학업 능력 저하 △감정 조절 문제 △건강 악화로 이어진단 점이다. 수면은 단순히 피로를 푸는 시간이 아니다. 수면 중에 우리 뇌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일들을 수행한다.
  첫째, 기억을 정리하고 학습 내용을 공고화한다. 수면 중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선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고 낮 동안 학습한 내용이 뇌에 저장된다. 시험 전날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것보다 충분히 자고 시험을 보는 것이 성적 향상에 더 도움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감정을 조절하고 정서적 안정을 유지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가 과활성화되고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다. 그 결과 평소보다 쉽게 짜증이 나고 우울감과 불안감이 증가하며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진다.
  셋째, 뇌가 하루 동안 축적된 노폐물을 청소한다. 깨어있는 동안 뇌세포는 활동하면서 대사 부산물을 생성하는데 수면 중엔 글림프계가 활성화돼 이런 노폐물을 제거한다. 충분한 수면 없인 청소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저조한 평균 수면 시간을 기록한 한국<출처/해럴드경제>

 

  수면 부족과
  수면장애

  대학생들이 경험할 법한 수면 문제론 수면 부족과 수면장애가 있다. 수면 부족은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전 세계의 모든 수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성인의 수면 시간은 7시간에서 9시간으로 이보다 적게 자는 습관이 지속되면 수면 부족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생이 겪는 문제는 이런 ‘자발적 수면 부족’이다.
  반면 수면장애는 충분한 시간을 자려고 노력해도 잠들기 어렵거나 자는 동안 여러 번 깨고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는 등 수면의 질이나 양에 문제가 있는 의학적 상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수면장애론 다음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먼저, 불면증(Insomnia)이 있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깨는 증상이 주 3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흔한 수면장애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패턴 △과도한 카페인 섭취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Obstructive Sleep Apnea)은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코골이가 심하고 이유없이 두통이 잦거나 낮 시간에 극심한 졸음을 느끼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중년 남성들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한다.
  다음은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과 사건수면(Parasomnias)이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려고 할 때 다리에 불편한 감각이 나타나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증상이다. 사건수면은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보이는 질환으로 △몽유병 △야경증 △악몽장애 등이 포함된다.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특히 악화될 수 있다.

  수면 문제는
  왜 발생할까

  가장 흔한 수면 문제인 불면증은 △생물학적 요인 △심리적 요인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해 발생한다.
  우리 뇌에선 잠을 유도하는 물질 *GABA 또는 멜라토닌과 뇌를 각성시키는 물질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균형이 깨지면 불면증이 발생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티솔과 같은 호르몬은 우리 몸을 비상 상태로 유지시켜 편안히 잠들지 못하게 한다. 또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도 저해된다.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나 정서적 문제가 수면을 방해한다. 반드시 8시간을 자야 한다거나 오늘 못 자면 망한단 식의 극단적 사고는 오히려 잠들기 전 불안감을 키운다. 완벽주의 성향이나 걱정이 많은 성격 역시 수면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다. 잠이 안 온다고 해서 침대에서 오래 누워있거나 자려고 애쓰는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뇌가 침대를 잠자는 곳이 아닌 불안하고 각성하는 곳으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선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있다면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불규칙하고 각성을 유발하는 현대인의 습관은 불면증을 심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 스마트폰 및 디지털 기기의 사용은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침대에서 SNS를 확인하면 뇌가 업무 상태를 종료하지 못하고 각성 상태에 머무르게 되며 이는 수면을 유도하는 이완을 방해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뇌는 침대를 활동하는 곳으로 학습해 이완이 어려워진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취침 시간이 늦춰지면 주중과 주말의 수면 패턴 차이가 심해지는 사회적 시차 즉 주말에 잠을 몰아 자는 현상으로 이어져 피로가 누적된다. 잠을 쫓기 위해 마시는 커피나 에너지 음료 등의 카페인 과다 섭취는 잠드는 시간을 늦출 뿐 아니라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중간 각성 횟수를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매일 다른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불규칙한 일정과 일관성 없는 수면 패턴은 생체시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자연스런 졸음을 방해한다. 결론적으로 불면증을 해결하려면 이런 생물학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치료와 함께 잘못된 수면 습관과 생각을 교정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건강한 수면을
  하기 위해선

  좋은 수면을 위해선 규칙적인 수면 시간 유지가 필수적이다. 주말에도 평일과 1~2시간 이상 차이나지 않게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대략적인 일관성만 유지해도 효과적이다. 또한 아침 햇빛에 노출돼야 한다. 기상 후 30분 이내에 15~30분간 자연광을 받는 것을 권한다. 아침 햇빛은 약 16시간 후 자연스러운 졸음을 유도해 수면에 효과적이다. 카페인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 오후 2~3시 이후부턴 카페인을 피하고 디카페인이나 허브차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 낮잠은 조절해서 취침한다. 낮잠은 10~30분 이내로 오후 3시 이전에만 자야 한다. 늦은 낮잠은 저녁의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침대는 오직 수면 용도로만 사용한다. 침대에서 공부나 스마트폰 사용을 피해야 한다. 일어나서 침실 밖에서 독서와 같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활동을 하다가 피곤해질 경우 침대에서 숙면을 취해라.
  대학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활동적인 시기다. 하지만 수면을 희생하며 얻는 몇 시간이 결국 다음 날의 △생산성 △학습 능력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더 큰 손실로 돌아온다. 하루 7~8시간의 수면 투자로 나머지 16~17시간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더 나은 △학업 성취 △안정적인 감정 조절 △건강한 대인관계는 모두 충분한 수면에서 시작된다.
  오늘 밤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해 보자. 스마트폰을 침대 밖에 두고 오후 커피를 줄이고 30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 잠은 사치도 여유도 아닌 자기 관리의 필수요소이자 가장 중요한 투자다. 당신의 뇌와 몸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투자해라. 좋은 잠은 좋은 삶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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