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도 스펙이 돼야 하나요?
취미도 스펙이 돼야 하나요?
  • 류수아 기자
  • 승인 2025.09.0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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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 떠올라도 그 일이 남들한테 말하기 괜찮은 취미인지 망설인 것이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온전한 나의 즐거움을 위한 활동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단순히 좋아한단 이유만으로 어떤 일을 취미라고 소개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갈수록 사람들이 취미 생활을 뒤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취미 활동도 결과물이 나와야 한단 강박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에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임금근로자 연간 근로 시간은 1,859시간으로 OECD에 보고된 주요 국가들 중 가장 길다.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여가시간은 소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아무 목적 없이 즐기기보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길 바란다. 취미활동 역시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취미를 높게 평가하곤 한다.

  또한 단순히 순수한 즐거움을 얻기 위한 취미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을 낭비로 여기며 확실한 결과물로 이어져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은 온라인 취미 수업을 홍보하는 문구에서도 알 수 있다. ‘6달 안에 나만의 음악 만들기’, ‘4주 만에 책 출판하기’ 등의 취미 광고는 과정보다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확실한 성과를 원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건설적인 취미라고 여길 만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취미 활동을 뒤로 미루거나 심지어는 자신의 취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즐거움과 자기만족을 위한 활동인 취미는 성과를 중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본래의 의미를 잃고 있다.

  여가시간이 부족한 현실도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여가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4.3시간으로 OECD 주요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참여한 여가 활동은 휴식 활동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 밖의 △취미·오락 △스포츠 참여 △사회 및 기타 활동 △문화·예술 관람 등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한정된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즉각적인 성과를 얻길 바라거나 차라리 휴식을 취한다. 어쩌면 이는 현대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취미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할 때다. 취미는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성과 중심 사회에서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바쁜 삶 속 쉬어갈 공간이 돼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 자신을 알아가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시간은 바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기댈 언덕이 돼 줄 것이다. 굳이 어떤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온전히 즐길 수 만 있다면 무엇이든 좋다. 잠시라도 무언갈 해내야 한단 압박감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보며 즐거움을 누리는 취미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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