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제재,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적제재,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24.10.07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의 테두리 벗어난 사적제재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 시급해

  최근 △국민 사형 투표 △비질란테 △모범택시 △배테랑2 등 사적제재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콘텐츠의 성행은 사회가 사법 체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에 사적제재가 성행하게 된 이유를 알아보고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사적제재는 어떻게
  우리 사회에 나타났나

  사적제재란 개인 및 사적 단체가 △국가 △권력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개인적인 제재를 가하는 행위를 뜻한다. 대표적인 사적제재 유형에는 온라인 폭로 및 비난과 물리적 가해가 있다. 먼저 온라인 폭로 및 비난은 온라인상에서 특정인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행위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경우 명예훼손의 책임을 진다. 물리적 가해는 신체를 활용해 폭력을 써 상대방에게 해를 가하는 제재를 말한다.

  사적제재가 나타난 이유로는 우리나라 법계에 따른 괴리를 논할 수 있다. 법계란 △인종 △민족 △문명권에 기초를 둔 법질서의 계통을 뜻한다. 대표적인 법계에는 대륙법계와 영미법계가 있다. 대륙법계는 문자로 기록된 법을 중심으로 문제 사안을 판단하며 영미법계는 과거에 이뤄진 판례에 기반해 판결을 내린다. 이에 따라 영미법계를 채택한 국가의 법관은 사건에 따라 융통성 있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반면에 대륙법계를 채택하는 국가는 이미 만들어진 법률 내에서 해석·적용해 처벌을 결정한다. 이 중 우리나라가 채택한 법계는 대륙법계다. 대륙법계의 특성상 이미 제정돼 있는 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판결을 내려야 하기에 국내 법관은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영미법계 국가에 비해 적은 형벌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국내 판결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선고를 정하는 기준인 *양형기준제 또한 법관이 자유로운 판결을 내리는 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양형기준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할 경우 판결문을 통해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성문법과 실제 판결 사이 격차가 존재한다. 단편적인 예시로 현재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따른 징역형은 최대 무기징역이다. 그러나 양형기준은 최대 8년형으로 법률과 실제 판결 사이 차이가 존재한다.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이하 하 연구원장)는 “국민들이 갖는 법에 대한 정서와 현실적인 양형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사회가 사적제재에 열광하는 원인은 수사와 재판을 포함한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에 있다”고 전했다.

 

2023년 성인 7,7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적제재 설문조사 <출처/SK 커뮤니케이션즈>

 

  법의 사각지대를
  비춘 사적제재

  사적제재의 특징에는 △직접적·즉각적인 정의 실현 △법의 사각지대 보완 △집단행동의 힘 실현이 있다. 사적제재는 법적으로 잘못된 경우가 많으나 앞서 언급한 특징들을 근거로 사적제재를 옹호하는 입장이 존재한다.

  올해 1월 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성립된 ‘배드파더스’가 대표적인 사적제재 사례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후 아이를 양육하는 배우자에게 양육비와 위자료를 미지급한 사람들의 △사진 △주소 △직장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던 사이트다. 여성가족부의 ‘한 부모 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3년도 기준 양육비 미지급률은 약 80.7%이며 피해 아동 수는 100만 명에 달한다. 양육비 지급은 아동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양육비가 원활하게 지급되지 않을 경우 아동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기회를 잃는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로는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 이후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를 통해 실질적인 양육비 지급이 이뤄지자, 법적 강제력이 없는 양육비 제도의 허점을 보완했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배드파더스가 활발히 운영되던 2019년 5월, 신상이 공개됐던 5명은 사이트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이하 구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에서 구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과 3심에서는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 기준 및 체계가 불분명하며 공개 내용이 지나치게 세부적인 점이 이유였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양육비이행법 개정에 크게 기여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신상이 공개된 이들의 명예 회복이 어렵다는 점과 양육비를 지급할 기회를 주지 않고 신상정보를 공개한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제재

  1997년, 우리나라는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보도하는 행위가 만연했다. 그러나 1998년, 대법원이 신상 공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해 이러한 관행이 크게 줄어들었다. 오늘날에는 ‘피의자 신상 공개제도’를 통해 범죄자의 신상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제재 과정에서는 신상 공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신상 공개는 가해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주변인의 신상이 공개되는 경우도 있기에 문제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고 2·3차 가해를 일으키는 심각한 범죄 행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또한 사적제재를 묵인한다면 이를 악용·남용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사적제재는 단어 그대로 ‘사적인 힘으로 행해지는 제재’이기에 공익과 정의를 가장한 범죄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지난달 25일, 두 명의 남성은 음주 운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 부부의 차를 제멋대로 가로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행 중 한 명은 차량 위에 올라타 부부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부부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남성의 행위는 사적제재를 남용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이하 이 교수)는 “형벌권은 개인이 국가 사법제도에 위임한 것이기에 국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벌을 집행해야 한다”며 “사적제재를 용인한다면 개인의 경제력이나 영향력 등에 의해 다양하고 부적절한 제재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적제재는 국가의 형벌권 근간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에 용인돼선 안된다”고 전했다.

‘에밋 틸 반린치’ 관련 기자회견 <출처/아메리카 나우>

 

  사적제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듯 사적제재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질서의 근간을 흔들기에 일부 국가는 사적제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2022년 3월, 미국에서 사적제재와 관련된 ‘반린치법’이 의결됐다. 미국의 경우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잔인한 폭력을 가하는 일을 ‘린치’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형사처벌 권한이 없는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인에게 임의로 사적제재를 가할 경우 최대 징역 3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은 단일법률을 통해 사적제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적제재만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법이 전무하기에 사적제재 종류에 따라 관련 법에 의거해 처벌한다.

  이에 입법부와 사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법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송효종 교수는 “국민의 법감정과 판결 간 격차가 있는 범죄는 사회에 미치는 해악 정도를 고려해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참여재판과 같이 국민이 재판과정에 참여해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할 수 있는 대회를 확대해 국민의 법감정이 형사사법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감정이 사적제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피해자 구제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현재 피해자 지원금은 가해자의 벌금으로 운영되기에 가해자가 벌금을 부과받지 않을 경우 지원이 어렵다”며 “가해자 벌금 이외에도 사적으로 운영되는 피해자 구조 기금 수납처를 마련해 피해자를 최대한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 처벌이 적절하지 못해도 피해자 구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과 별개로 사적제재는 엄연한 범죄다. 우리는 최소한의 보호장치인 법체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법의 집행 주체는 개인이 아닌 국가여야 한다. 사적제재를 없애고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선 결국 사법과 국민들 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정민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임양규
  • 편집인 : 이정민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6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엔디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