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건장한 이미지의 성인 남성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소방관 6만 5,935명 중 여성 소방관은 6,655명에 불과하다. 이에 편견과 한계를 깨고자 여성 소방관 최초로 소방대회에 참가하고 예능 프로그램 ‘사이렌: 불의섬’에 출연해 역량을 알리는 사람이 있다. 여성도 소방관으로서 능력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경기도 소방학교 소속 김현아 소방관을 만났다.
Q.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해 졸업 후 병원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한 적이 있어요. 병원에서 근무하면 119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이 모습을 보고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몸을 쓰는 일에 자신 있기도 했고 사람이 구출되길 기다리기보다 직접 사람을 구하는 일이 제 성향과 잘 맞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꿈꾼 후 응급구조사 업무 경력으로 구급 특채 전형에 합격해 소방관이 될 수 있었어요. 소방관은 사람을 구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가진 직업이에요.
Q. 소방관으로서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요?
저는 소방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해요. 소방학교는 신임소방관이 합숙하며 현장 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는 곳이에요. 현직 소방관도 현장 활동에 대한 훈련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교육도 소방학교에서 담당해요. 소방학교는 △화재 △구조 △구급 교육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는 화재 교육팀에 속해 △팀 단위 전술 △소방관 생존 과정 △화재 대응능력 평가 △실물화재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안전한 공간에 불을 지르고 그걸 진압하는 실물화재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돼 이와 관련된 교육을 주로 맡고 있어요.
Q. 2018년도 소방기술경연대회에 여성 소방관 최초로 참가한 소감이 궁금해요.
소방기술경연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소방기술경연대회는 전국 단위의 본 대회가 열리기 전 각 시·도 단위의 예선전에서 참가자를 선발해요. 예선에서 순위권에 들면 전국대회에 나가죠. 그해 열리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도 함께 준비했어요. 세 가지 대회를 동시에 준비하니 훈련 과정에서 체력적으로 지치고 대회를 준비하던 저를 보는 주변 시선이 좋지 않아 힘들기도 했어요. 여성 소방관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여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더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나요. 저를 향한 쓴소리가 오히려 원동력이 됐어요. 이유 없는 비난도 많이 받아 힘들었지만 대회를 완주하고 좋은 기록을 거뒀다는 데에 소방관으로서 얻은 만족감이 있어요.
Q.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사이렌: 불의 섬’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당시 소방청에서 각 소방서에 출연자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발송했어요. 체력적으로 우수한 직원들을 선발했는데 제가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어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여성 소방관이 남성 소방관에 비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며 여성 소방관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는데 여성들이 몸을 쓰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중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주어진 미션은 힘겨루기 종목이 대부분이라 소방관이 평소 하는 일과 달라서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각 미션을 사람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수월하더라고요. 게임에 참여할 때도 사람을 구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며 임하니까 능률을 올릴 수 있었고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프로그램을 보시고 많은 시청자분들이 저의 리더십을 칭찬해 주셨지만 저를 잘 따라준 팀원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슬럼프를 겪은 사례와 이를 극복한 방법이 있나요?
슬럼프는 큰 사건이 없는 평소에도 자주 느끼는 편이에요. 특히 소방관의 여러 업무 중 구급대원 일을 가장 오래 했는데 이때 슬럼프를 가장 많이 겪었어요. 구급대원으로 활동하면 긴급상황에 많이 출동하는데 막상 출동해 보면 긴급상황이 아닌 경우도 많아요. 위급하지 않을 때 신고를 하는 분들이 있어서 정작 생명에 위협을 받는 사람을 구할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도 체력을 할애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도 받고 회의감이 들었어요. 슬럼프가 올 땐 팀원들끼리 가벼운 사담을 나누면서 버티는 편이에요. 보통 출동을 다녀온 후 장비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방금 다녀온 출동 상황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 느낀 점을 공유해요. 팀원들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매번 소모적인 감정을 쌓으면 힘들어지거든요.
Q. 여성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요?
우리가 직접 구해야 하는 국민에게 소방관으로서 신임을 얻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쓰는 직업에 여자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실제로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임용시험 체력 기준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낮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여성 소방관을 일에서 배제하는 경우도 많은데 여성 소방관 중에서도 남성 소방관 못지않게 능력 있는 분이 많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제가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거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또한 여성도 충분히 힘든 일을 할 수 있고 행동하는 여자 소방관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할 수 있죠.
Q. 소방관으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희의 도움을 받은 분들이 고맙다는 말을 해주실 때 가장 보람차요. 저희를 통해 위급 상황을 해결하신 분들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해주시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좋아요. 특히 소방서로 선물을 들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런 분들이 오시면 저희는 선물을 받을 수 없어서 실랑이를 벌이게 되는데 그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서 되려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Q. 소방관으로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요?
저는 동료 소방관을 떠나보내고 더는 소방관이 순직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방학교에 지원했어요. 소방관들이 사람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지 않도록 위험한 상황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컸죠. 동료 소방관 중에서는 순직의 영향으로 그만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소방관 순직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영향을 끼치거든요. 그래서 소방관이 더 이상 순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저도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Q. 여성 소방관이나 관련 직종을 꿈꾸는 덕성여자대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체력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기분 상하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 만큼 노력했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그랬듯 들이받을 필요도 있어요. 그렇지 않고는 단단한 벽이 절대 깨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여성 소방관이 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체력을 열심히 기르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꼭 인정받길 바란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