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으로 전락한 여성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한 여성 노인
  • 박소현 기자
  • 승인 2024.05.2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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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노동 구조 개선해 여성 노인의 경제적 자립 도와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 나가는 사람 중 대부분은 ‘여성 노인’이다. 여성 고령자의 경우 남성보다 빈곤층으로 전락할 확률이 더 높다. 노인 빈곤율이 높은 한국에서 여성 노인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배경과 해결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경제적 자립 어려운
  여성 노인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7%에 달하는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65세 이상 여성인구 수는 지난해 이미 20%를 돌파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17%가 노인이며 10명 중 7명은 여성이다. 그러나 여성 노인 1인 가구는 생애 주기상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자본이 부족한 채 노후를 맞이해 경제적 불안감을 안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

  2018년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노인 빈곤율은 48.3%로 남성 노인 빈곤율에 비해 1.3배 가량 높았으며 이는 전체 회원국의 평균인 13.1%보다 3배 높은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발표한 ‘고령자의 성별 삶의 질 현황과 정책 과제’에 따르면 여성 노인의 연 소득은 전체 고령자 평균인 1,557만 원에 못 미친 1,168만 원으로 남성 노인 연 소득인 2,072만 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가부장적 제도에 따른 성별 분업은 남성이 가장으로서 생계 부양을 위해 노동하고 여성은 돌봄노동을 포함한 가사노동에 전념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사회구조는 노년층의 성별 분업으로 이어지면서 성별에 따른 빈곤 격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성 역할 고정관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저조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여성 노인의 경제적 자립을 어렵게 만든다.

폐지 줍는 여성 노인 <출처/한겨레>

 

  노동 영역과 가정에서
  이중으로 소외된 여성

  가부장적 제도는 여성의 노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남성은 생계 부양을 맡고 여성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 노인은 성차별적인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재현 교수(이하 남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길어 노후에 빈곤해질 위험이 크다"고 전했다.

  고령자 여성은 남성보다 빈곤층으로 전락할 확률이 훨씬 높다. 현세대 여성 노인은 가부장제와 남아 선호 사상으로 교육이나 취업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기에 주로 육아와 가사노동에 전념했다. 고정적 성 역할로 인한 가사노동과 육아 부담은 노년에도 지속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년 보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의 83.6%가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다.

  노동시장 내에서 성차별로 인해 발생하는 임금 격차와 경력단절은 총자산과 국민연금의 격차로 이어져 악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임금과 돌봄 부담은 결국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또한 출산과 양육 부담으로 생기는 경력단절로 인해 국민연금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한 여성 노인이 상당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중 남성은 239만 5천여 명, 여성은 181만 9천여 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64.4%와 37.5%로 큰 차이가 난다. 국민연금은 노동 이력과 소득에 비례하는 구조이기에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이후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성별에 따라 나타난 연금 격차는 여성 노인의 빈곤 현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적 빈곤이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 접근의 장애요인으로 꼽히며 여성 노인은 경제와 복지 영역에서 이중으로 소외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노화’를 자각하고 사회적으로 스스로가 쓸모없다고 판단해 구분 짓는 시기가 빠르다.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의 모호함을 일찍 경험하고 주체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기 쉽다. 현세대 여성 노인들은 젊은 시절 육아와 가사 노동을 도맡고 나이가 든 후에도 배우자 남성을 위한 돌봄노동까지 짊어진다. 여성 노인 또한 돌봄이 필요한 노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의 돌봄을 떠맡기 십상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정 내 돌봄노동을 도맡는 여성 노인은 점차 고립되면서 무능력한 사람으로 간주돼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한다.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여성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여성 노인 빈곤율 <출처/데이터솜>

 

  일자리 사업으로
  노인 빈곤 해결하나

  여성 노인은 재취업 시에도 저임금 일자리를 벗어나기 어렵고 서비스직과 같은 단순 반복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여성 노인 빈곤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 있다.

  정부는 노인의 지속적인 사회활동 지원을 통해 심화되는 노인 빈곤을 해결하고자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공익 활동형 △사회 서비스형 △민간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익 활동형은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대상이다. 환경 미화나 등굣길 교통 도우미와 같은 공익 업무를 담당하며 한 달에 30시간 이상 근무해 27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사회 서비스형은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고령층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자리다. 민간형의 경우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업체와 연결된 일자리로 △시장형 사업단 △취업 알선형 △시니어 인턴십 △고령자 친화 기업과 같은 유형이 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60세 이상의 ‘소득 만족도’는 25.6%로 전 세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일하는 노인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장년층은 퇴직 후 재취업 시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은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높고 이는 노년층이 될수록 더 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2년 12월 기준 60세 이상 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은 전체 연령 중 가장 낮다. 60세 이상 근로자가 다른 연령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고용 기간이 짧고 임금이 낮은 공공 일자리에 취업하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노인들이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해야 하는 현실이 노인 빈곤율과 자살율에서 나타난다”며 “근본적으로 노후소득보장정책을 잘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굣길 여성 노인 도우미 출처/백세시대
등굣길 여성 노인 도우미 <출처/백세시대>

 

  노인 문제의 핵심은
  여성 노인 빈곤

  여성 노인 빈곤을 해결하려면 이들이 노동시장에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참여형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청장년층 생산가능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갈수록 적어지는 노동 인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 능력이 있는 노인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령자가 기존에 일하고 있던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노동할 수 있도록 고용을 보장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여성 노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정 내에서 돌봄노동 강도를 완화해야 한다. 일차적으로 남성 배우자를 위해 담당하는 돌봄노동 부담을 줄여야 여성 노인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노후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노인 빈곤과 관련된 정책 논의에서 중점은 남성 노인이었다. 현시점에서 노인 문제의 핵심은 ‘여성’ 노인이 겪는 빈곤 문제다. 우리사회는 여성 노동 문제를 성별 임금 격차와 고용시장의 성차별에 초점을 두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여성 노인 빈곤이 발생하는 복합적 원인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 여성 노인의 빈곤 해소를 위한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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