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이 만들어낸 동양, 오리엔탈리즘
서양이 만들어낸 동양, 오리엔탈리즘
  • 고유미 기자
  • 승인 2023.11.13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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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을 향한 왜곡된 이분법적 사고에 적극적인 저항 필요해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이 만든 동양의 왜곡된 인식체계를 뜻한다. 현대사회에서도 오리엔탈리즘은 꾸준히 작동하고 있으며 우리의 사고를 지배한다. 오리엔탈리즘의 기원과 작동 체계를 알아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서구가 규정하는 동양
  오리엔탈리즘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지배를 정당화하는 관념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정의한다. 최근에는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나 고정관념, 태도를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쓰인다. 이는 떠오르는 태양, 해가 솟는 방향인 ‘동방’을 의미하는 단어 ‘오리엔트(Orient)’에서 유래한 말로, 서양을 지구 중심에 두고 그들의 동쪽을 일컫는 서양 중심 사고로부터 비롯됐다.

  오리엔탈리즘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1978년 저술한 <오리엔탈리즘>에는 동양이 서구 제국의 담론 속에서 비로소 ‘동양’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서구를 중심으로 병치한 타자로 배치됐음을 주장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 내재하는 차별적 시각을 지적하며 동양을 향한 왜곡된 편견을 폭로했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정의하기 이전까지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 취미나 동양을 연구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중립적 용어로 통용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양은 그저 지리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후진성, 미발달, 무능력한 모습이 문화적으로 규정된 부정적인 표상이었다.

  서구식 이분법은 서양의 모습을 보편성으로 규정하며 동양을 배척한다. 서양은 보편적으로 △이성적 △합리적 △진보적 △자아를 대표하며 동양은 이에 반대되는 △감성적 △열등함 △무의식 △타자를 나타낸다. 이러한 이분법적 대립 속에서 보편성을 대표하는 서양만이 올바르고 유일한 주체로 남아 배제되는 대립 항인 동양은 폭력을 경험하며 제거되고 타의에 의한 편견적 이미지를 주입받는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과 서양이라고 규정하는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인식론적 구별에 근거한 사고방식이다. 서양인들의 지정학적 상상력에 의해 동양이 만들어지며 파편적으로 인식돼 신비화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관념은 동양을 나타내는 문화와 예술 양식에서도 드러나며 서양이 인식하는 동양의 표상적 이미지를 제시한다.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
  제국주의 작동 기제는

  오리엔탈리즘은 관념적 담론인 동시에 서구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지배의 양식으로도 작동한다. 19세기 전후 서구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시기, 오리엔탈리즘은 문화적 지배의 수단으로 기능하며 타자에 대한 재현을 수월하게 만들었다. 또한 유럽 국가에 타자인 동양의 모습을 알려주며, 동양인을 새롭게 구성하고 창조해 지배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구 제국주의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열강이 주도하는 권력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서양이 근대를 이끄는 주체로 존재하고 동양은 서양에 의해 규정된 타자로 존재하는 결과를 남긴다. 동양이 타자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서양이 ‘동양의 타자화’에 의지해 국가 정체성을 강화하고 식민 지배 체제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의 근본적 원리는 우월한 발전 국가인 서구의 지배로, 미개하며 야만적인 동양이 진보할 수 있음을 전제한다. 피지배 국가인 비서구 주체들 또한 서구가 만든 동양의 이미지를 내재화하며 받아들인다. 피지배인 사이에서도 사회적 인식과 편견에 의해 서로를 타자화하며 재생산하는 방식을 내재적인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국주의가 작동하며 식민주의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18~19세기 제국주의에 동원된 학자들은 지배를 위한 정보조사의 목적으로 동양의 언어와 문화, 예술과 문학 등을 연구했다. 오리엔탈리즘 사고와 제국주의 사상이 맞물리며 동양의 문화를 다루자 동양인을 계몽하고 교화해야 한다는 담론이 제기됐다. 서구의 시선으로 묘사하던 담론과 지식, 문화적 재현물은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규율하는 체계로 변모했다. 문화적 지배 측면에서 비서구 국가들의 전통적 관습을 개조하며 서구의 근대식 기반을 도입한 과정 또한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한 결과다.

오리엔탈리즘 사고가 반영된 서구의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 사고가 반영된 서구의 제국주의<출처/중앙일보>

 

  성적 대상으로 환원된
  동양 여성의 이미지

  오리엔탈리즘이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비서구 국가, 동양의 여성들은 서구의 성적 환상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서구가 묘사하는 동양 여성은 객관적인 주체로 표현되지 않고 관능적, 성애적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우미성 교수(이하 우교수)는 책 <근대, 여성이 가지 않은 길>에서 “작품 속에서 재현된 동양 여성은 원시적이고, 순수하며, 복종적이기에 성적 파트너로 적합하다는 서구 남성의 잘못된 환상이 자리한다”고 말했다.

  오리엔탈리즘에서 비롯한 동양 여성의 대상화는 서구 제국주의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식민제국 사업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남성적 국가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고 여성은 제국주의 사업의 기표라는 역할을 수행했다. 여성에 대한 성적 시선이 서구 제국주의 남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주요 기제로 작동했으며 서구 여성-비서구 여성의 대조적인 이미지를 구성함으로써 제국주의적 남성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서구 내부 여성은 순결한 가정의 상징으로 대표하고 비서구 식민지 여성을 성적으로 문란한 이미지로 만들어내며 허구적 판타지를 창조했다. 오리엔탈리즘 관점은 동양과 여성을 같은 속성으로 배치하며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귀결됐다.

  동양 여성에 대한 과도한 신비화, 성애화는 현실에서의 편견으로 이어지며 차별 사례를 만든다. 성적 대상으로 전형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하며 잘못된 인식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극, 영화 속 재현되던 동양 여성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체적 모습을 상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 교수는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동양 여성들 스스로가 우리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연극 이 재현하는 동양 여성의 모습
연극 <나비부인>이 재현하는 동양 여성의 모습<출처/시사IN>

 

  타자화에 대항해
  오리엔탈리즘에 맞서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의 해답으로 △재현과 타자에 관한 연구 △인종주의적 사고 성찰 △권위가 만들어낸 관념의 무비판적 수용 경계 △지식인의 사회·정치적 역할을 제시했다. 대중과 지식인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전통 담론에 연루된 이들에게 저항하며 권력을 향해 진리를 표출하고 반대를 표명해야 한다. 직접적인 타자화에 대항하며 잘못된 편견적 이미지에 저항하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의 근간인 타자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이용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동양인으로서 타자일 필요성을 강조하며 오리엔탈리즘을 탈출하려는 것이다. 동양의 예술가들은 셀프-오리엔탈라이징을 택하며 자신이 가진 오리엔탈리즘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세계로 진출하고자 했다. 세계사회와 서양 국가는 오리엔탈리즘에 부합한 동양인을 환영하고 그렇지 않은 부가적 주체들을 배척하였기에 이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최근 K-POP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도 동양풍이 활용되고 있다. 동양으로서 한국, 동아시아가 소화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힘과 매력을 알리는 방식이다. 한류의 근원으로 나타낸 ‘동양풍’은 서구의 호기심에 응답하면서도 세계시장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주체적 모습을 나타낸다. 누군가를 좇거나 따라가야 하는 발전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매력을 드러내며 환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를 셀프-오리엔탈리즘이라 부르며 영미 음악과 예술을 뒤쫓던 과거를 지나 대중문화의 변방으로서 작동한다.

  오리엔탈리즘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여겨지던 과거의 편견을 성찰하며 이를 돌아보게 한다. 인식 개선을 위한 목소리에 앞장서고 서구가 규정한 이미지가 아닌 동양의 주체적 모습으로 남아있는 우리를 상상할 수 있다.

NCT 127 ‘영웅’ 뮤직비디오에서 재현한 동양적 이미지
NCT 127 ‘영웅’ 뮤직비디오에서 재현한 동양적 이미지<캡쳐/NCT 127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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