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은 비효율적이다
종이신문은 비효율적이다
  • 주세린 편집장
  • 승인 2023.05.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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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바보야. 일은 많아. 비효율적이야. 쓰레기도 많아. 쓸모없는 자료 넘쳐나. 그래도 잘하고 싶다.”

  기사 작성을 위해 신문사 기록을 들춰보다가 발견한 누군가의 낙서다. 오늘, 퇴임 전 마지막 기자석을 남기며 되돌아보니 왠지 공감이 가 몇 번이나 곱씹어 봤다.

  1964년 창간한 덕성여대신문은 대학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으로서 기능해 왔다. 59년 동안 우리대학의 대소사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지닌 문제점도 다뤘다. 종종 20~30년 전 기사를 찾아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이 와 오래된 신문을 들여다보면 덕성여대신문이 지나온 역사에 놀라곤 한다. 역사는 흐르고 기사도 흘러가지만, 기자들의 마음가짐만은 변함없이 고여있다. 신문은 뜻이 있는 기록이며 기자는 그 뜻을 부여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자료를 읽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최근에는 기록의 방식이 다양해져 기사를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나 정리본이 등장했다. 뉴스를 세 줄로 요약하는 시대에 4,000자를 정독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종이신문의 영향력은 과거의 영광과 사뭇 달라졌다. 구독자는 연간 떨어지는 추세고 발행 부수도 줄어들었다.

  종이신문을 제작하는 과정은 비효율적이다. 언제든 간편하게 수정할 수 있는 인터넷신문과 달리, 한 사람이 확인한 정보를 다시 몇 사람이 달라붙고 되물으며 같은 글을 수십 번 고쳐야 한다. 그렇기에 종이신문은 뜻있는 기록이다. 최대의 비효율을 자랑하는 만큼 최고의 책임감도 자아내기 때문이다. 기자의 변하지 않는 마음가짐은
비효율성에서 나온다. 종이신문 발행 전, 교정쇄에 색색의 펜으로 교정 부호를 표시할 때 기자들은 저마다 사명을 갖고 더 나은 문장 한 줄을 남기려 애를 쓴다.

  덕성여대신문은 인터넷에서도 읽을 수 있으나 캠퍼스 곳곳에 놓인 종이신문을 펼쳐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대학의 발자취를 행간으로 읽어봤으면 한다. 무엇보다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그래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학우들의 반응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나의 임기는 끝이 났지만 덕성여대신문은 계속해서 역사를 쓸 것이다. 신문사에 몸담았던 선배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독자로서 덕성여대신문의 행보를 응원하겠다. 앞으로도 진실을 볼 정의로운 눈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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