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벌거벗은 권력, 그리고 의사결정
권위, 벌거벗은 권력, 그리고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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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06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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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과 권위,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면서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다. 두 개념은 비슷한 어감이나 의미에서 큰 차이가 있다. 권력(權力, Power)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다른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혹은 자발적 동의로 어떤 일을 행하게 하는 영향력이다. 권위(權威, Authority)란 상대방의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집단의 지도자가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가 아닌 강제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권력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이 저서 『권력』에서 말한 “벌거벗은 권력(Naked Power)”이 되고 만다.

  한 집단의 지도자가 권위에 바탕을 두어 의사결정을 한다면 공동체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구성원들은 정책에 순응하고 동의하며,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행동하기에 공동체가 발전한다. 반면, 벌거벗은 권력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은 공동체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구성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의사결정자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강제력과 유인책에 의존하고, 이 때문에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써야 할 소중한 자원을 강제력과 유인책으로 사용해 불필요하게 낭비한다. 벌거벗은 권력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구성원들은 의사결정에 분노하고, 무기력해지며, 소속집단에 대한 애정이 식어 무관심해진다. 결국, 벌거벗은 권력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은 공동체를 와해시킨다. 이런 이유로 공동체를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벌거벗은 권력에 의존하고 있는지 아니면 권위에 의존하고 있는지 항상 자문해보아야 한다.

  요즈음 우리대학과 학교법인은 교육환경의 변화와 대학의 위기 속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우리대학과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자들은 항상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종종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교육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벌거벗은 권력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이 공동체에 가져올 손실은 너무나 크고 회복 불가능하다. 대학과 학교법인의 의사결정자들은 중요한 정책을 결정함에 앞서 구성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아니면 결정에 필요한 요식행위를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만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되물어야한다. 구성원의 자발적 동의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은 대학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지만, 벌거벗은 권력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은 대학발전에 독이 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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