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소비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됐다. 이제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소비를 한다. 경제학적으로 활발한 공급과 소비는 사회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과도한 소비는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대인들이 겪는 중독현상 중 하나인 ‘쇼핑중독’에 대해 알아보자.
현대인들
쇼핑에 중독되다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다 TV홈쇼핑에 나오는 옷이 마음에 들어 고민 없이 결제하고, 길을 가던 중 발견한 가방이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한다. 이미 가지고 있던 가방과 비슷한것 같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SNS를 하다가 본 신발이 예뻐 곧장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슷한 제품을 사고 들뜬 기분으로 신발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와 같은 행동양상은 쇼핑중독의 증세이다.
쇼핑중독이란 쇼핑 또는 소비에 대한 과도한 충동이 나 집착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소비를 조절할 수 있으면 중독이라 하지 않으나 소비 조절이 불가하고 주변인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미칠 경우 이는 중독이라 볼 수 있다. 필요성을 생각하지 않고 물건을 구매하거나 자신의 경제력보다 더 많은 금액의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쇼핑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쇼핑중독은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TV프로그램 <동상이몽>에 쇼핑중독자라는 이름으로 나온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 손서영 양(이하 손 양)은 지금까지 지출한 옷 값만 약 천만 원인데도 입을 옷이 없다는 이유로 매일 옷을 구매했다. 손 양의 집에는 가격표를 떼지 않은 옷이 산더미만큼 쌓여있었다. 손 양의 어머니는 사다놓은 옷을 정리하고 빨래하는 것에 지친 나머지 방송에 출연해 딸의 쇼핑중독을 토로했다. 이처럼 쇼핑중독은 어린 학생에게까지 나타나 사회에 만연한 중독현상이 됐다.
빠르고 편리한 쇼핑 환경과
공허한 현대인들의 마음
많은 현대인들이 쇼핑중독에 빠지게 된 배경에는 쇼핑 매체의 다양화가 있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옷, 가방, 신발뿐만 아니라 생필품 역시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어디에서나 무엇이든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쇼핑중독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현대인의 ‘공허함’을 원인으로 꼽는다. 동상이몽에 출연했던 손 양 역시 공허함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쇼핑을 이용했다. 손 양의 부모님은 그녀가 어릴 적 이혼했다. 이혼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은 손 양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잦은 체벌을 가했다. 또한 현재 손 양은 시험에서 평균 92점을 받는 성실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지만 어머니는 그러한 손 양에게 더 높은 점수를 요구하며 냉담한 모습을 보였다. 부모님의 이혼과 어머니와의 마찰은 손 양에게 상처와 공허함을 줬고 손 양은 쇼핑을 통해 이러한 공허함을 채우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탤런트 이수나도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우울하고 공허한 마음을 한 때 홈쇼핑을 통해 해소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서영(21. 여) 씨 역시 과거에 쇼핑중독을 겪은 적이 있다. 박 씨 또한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쇼핑중독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박씨는 “돈을 벌기 위해 고생스럽고 힘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로 인한 고통과 공허함을 다시 돈을 쓰면서 해소하려 했다”며 “쇼핑을 통해 스스로에게 행복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큰 돈을 한번에 쓸 때 느끼는 쾌감과 새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기분도 매우 좋았다”며 “쾌감 그 자체도 쇼핑중독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또 다른 중독의 이유를 제시했다.
쇼핑중독으로
일상생활 곤란하기도 해
쇼핑에 중독된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는 것일까.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쇼핑중독자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신상녀’라는 별명을 가진 가수 서인영은 자신의 쇼핑중독 증상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녀는 “한정판이나 신상이 나오면 누군가 그것을 살까봐 식은땀이 났고 직원이 한 개 남았다고 하면 악몽을 꿨다”고 말했다.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을 하나라도 가지지 못하면 느끼는 불안감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까지 간 것이다.
정신적인 피해 외에도 피부에 직접 와 닿는 물질적 피해를 겪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생활비 부족’의 문제이다. 자신의 경제력보다 많은 돈을 쇼핑으로 사용하면서도 이를 주체하지 못해 다음 달 용돈 또는 월급을 또다시 쇼핑에 탕진해 버리는 이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이들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금액을 초과하여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사용한다거나 대출을 받으며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소비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쓰레기도 그만큼 증가하게 됐다.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올 때마다 휴대전화를 바꾸는 사람이나 한 번 입은 옷은 잘 입지 않고 끊임없이 옷을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닌‘이전의 것’은 버려야 하는 것일 뿐이다. 버려진 물건은 빈민국으로 팔려가기도 하며 쓰레기로 땅에 매립되기도 한다. 빈민국으로 팔려간 전자제품의 경우 빈민국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이를 분리하면서 그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한 매립되는 쓰레기 역시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이렇듯 과도한 소비, 즉 쇼핑중독은 단순히 개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쇼핑중독 해결 위해
자신과 주변인 모두의 노력 필요해
그렇다면 쇼핑중독은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우선 구매를 유혹하는 자극을 자신과 멀리 떨어뜨려 놓는 방법이 있다. 자극이 없으면 반응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몰 즐겨찾기를 취소해두거나 홈쇼핑이 나오는 케이블 TV를 끊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또는 집 청소를 통해 자신이 가진 물건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불필요한소비를 줄이거나 자신의 쇼핑 욕구를 말려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쇼핑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심각한 쇼핑중독의 경우 자극을 멀리 두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쇼핑중독은 대개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병과 함께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치료나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인지행동치료 역시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물건을 사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때 잠시 여유를 갖고 ‘이것이 꼭 필요한 것인가’를 따져보는 훈련으로 이뤄진다. 이때 주변인들 역시 중독자의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것은 쇼핑중독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쇼핑중독은 대개 마음 속 공허함을 채우고 쾌락을 추구하려는 욕구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그러한 마음의 상처를 쇼핑이 아닌 다른 취미생활을 통해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쾌감을 건전한 취미생활과 균형잡힌 생활방식으로 채우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쇼핑중독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존감이 낮게 나타난다. 그들의 삶에서 결여된 부분이 돈을 통해 채워지다 보니 그들은 돈이 곧 행복이라고 느끼거나 돈으로 치장한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다. 그러나 그들은 돈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직면과 자존감의 회복은 곧 모든 중독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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