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많은
대학생들은 “저희는 안녕하지 못 합니다”라고 답변할 것 같다. 높은 학비와 생활비로 이른 나이에 빚의 수렁에 빠지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20대 청춘인 대학생들에게는 ‘빚쟁이’라는 씁쓸한 주홍글씨가 새겨지고 있다. 가장 빛나야할 시기에 빚만 지고 있는 이 시대 대학생들의 아픈 현실을 들여다봤다.
우리사회 속
빚쟁이 대학생들
지난 3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빚을 안고 졸업하는 대학생 비율은 58.4%로 대학생 5명 중 3명이 빚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많은 대학생들이 빚을 짊어지고 졸업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대학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주원인은 ‘높은 등록금’이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르바이트나 장학금을 들 수 있다. 겉으로 보면 학내장학금 외에도 국가장학금이 존재해 대학생들이 장학금으로 충분히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이번년도 4년제 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 액수는 약 664만 원에 달하는 반면 국가장학금은 소득범위에 따라 연간 67만 원부터 480만 원까지만 지원된다. 국가장학금만으로 높은 등록금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소득분위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아 실제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생들도 많다. 이 때문에 당장 등록금을 내기 위해서 대학생들은 학기와 방학을 가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학생 신동민(24. 남)씨는 “국가장학금만으로는 등록금을 충당하기 벅차다”며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등록금을 벌고 있다”고 전했다.
배움의 대가,
학자금 대출
요즘은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으로도 등록금 충당이 어려워 대출에까지 손을 벌리는 대학생들이 많다. 대출을 결심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부가 학비 마련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해 주는 제도인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 제도는 ‘농어촌 출신 학자금 대출’, ‘든든 학자금 대출’,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로 총3개가 있다. 이 중 든든 학자금 대출의 경우는 대출원금과 이자 납입을 소득이 생기기 전까지 유예할 수 있으며 변동금리(2.7%)로 이자가 붙는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은 원금 상환 이전 기간 동안 이자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원금 상환 시점이 자유롭고 고정금리(2.7%)라는 장점이 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학자금 대출은 은행권 대출에 비해 저금리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이 대출들도 결국 대학생들이 짊어져야 할 빚이 된다. 정부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가장학금의 지원을 확대하고 학부 등록금 인하 등의 정책을 세우고 있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수가 2년 전보다 21% 증가했고 학생 1인당 빚도 5백만 원에서 7백만 원으로 34% 정도 증가했다. 현재 대학생들의 대출 수와 대출금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높은 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은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학생들이 이를 계획대로 갚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금 대출 납부를6개월 이상 연체한 학생들의 수가 현재 약 2만 명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은 학생들의 상환 능력이 부족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대학 졸업 후 소득이 생기면 그때부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든든 학자금 대출도 상환율이 68.3%에 불과하다. 이렇게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상환 능력이 부족해진 원인은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면서 등록금은 더 내야 하지만 취업시기는 점점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정된 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대출을 연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늘어가는 생활비
부담커진 학생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대학생 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총 생활비 대출액은 2년 전보다 올해 23.8%가 올라 약 1조 원에 달했다. 이는 학자금뿐만 아니라 주거비, 식비, 통신비, 교통비 등 생활비를 내기 위해 대출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취를 하는 학생들은 생활비가 월 평균 백만 원 가량 들며 자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평균 40만 원에 달하는 생활비가 필요하다. 대학생들의 입장에선 월 백만 원도, 40만 원도 모두 부담되는 액수이다. 대학생인 윤 모 씨(24. 남)는 “경인지역에서 자취를 하기 때문에 서울보다는 비용이 적게 들지만 한달 생활비로 월세까지 포함해 80만 원 이상의 돈이 들고 있다”며 “등록금 외에 매달 이렇게 큰 돈이 나가니 학생으로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헤어나올 수 없는 부채의 늪
한편 대학생들이 당장 급한 학비와 생활비를 대기 위해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까지 손을 벌리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고금리의 대출을 받다보면 점점 경제 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길을 걷게 되고 이른 나이에 신용불량자가 되기 쉽다. 이렇게 빚을 감당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 신용불량자가 지난해에만 약 육천 명으로 2년 전보다 9.4% 증가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에선 금융회사에서 받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하고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상환기간을 미뤄주거나 분할 상환, 이자 면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채무 조정 등의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대학생 부채 문제를 타계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에서는 “높은 학비가 학생들이 대출을 받는 원인인 만큼 정부는 지금과 같은 국가 장학금 형태가 아닌 실질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실현시켜야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대학생들은 학자금, 생활비 대출을 떠안은 채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대출로 인해 신용불량의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대학생 부채 문제는 단지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결국 부메랑이 돼 정부 재정에도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학자금 대출이라는 단기 대안이 아니라 등록금을 인하하는 등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대학생들에게서 ‘빚’이라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