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사상검증, 우리사회는 안전할까
‘페미’ 사상검증, 우리사회는 안전할까
  • 고유미 편집장
  • 승인 2023.12.0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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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4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한 남성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만취 후 편의점에서 난동을 부리는 남성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아르바이트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건 당시 피의자는 “머리 짧은 것을 보니 페미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폭행한 이유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온라인상에서의 발화라고만 여겨지던 혐오 표현과 낙인 현상이 현실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뒤틀린 성차별을 보여준다.

  공간적 경계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현실 세계에서도 여성 혐오는 기저에 깔려있다. ‘페미’ 낙인을 찍어 사이버 공간에서 괴롭히거나 사상검증을 이유로 신체적인 폭행을 감행하는 등 현재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여성이라고 해서 신변에 위협이 생길까 우려하며 실제 현실에서도 차별을 겪게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26일, 게임 회사 넥슨이 올린 캐릭터 홍보영상에 남성혐오성 표현이 들어갔다는 일부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넥슨은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홈페이지에 사과글을 게시해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를 잠재우려 했다. 또한 SNS에 페미니즘 관련 글을 게시 했다는 직원이 ‘페미’로 지목됐으며 여러 게임사의 영상들 속 혐오성 표현이 존재한다고 언급되기 시작했다. 게임 업계에서 사상검증 논란이 불거진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에는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 적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이 항의하자 게임사는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사상검증은 순전히 개인의 사상을 검증해 밝히고자 하는 행위가 아니라 여성의 ‘페미’ 성향을 검증해 발각하려는 행위다. ‘페미 검증’으로 인해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해고 조치를 겪을 뿐 아니라 SNS 계정 등의 신상이 공개되며 심각한 신변 위협에 놓인다. 억지 주장으로부터 비롯한 사상검증을 용인하고 굴복하는 기업 또한 논란을 부추긴다. 건전한 담론을 지속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적인 공격 행위와 혐오 정서로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짧은 머리 길이를 ‘페미’로 규정하며 폭행한 사건 이후 SNS상에서 ‘숏컷 캠페인’이 이어졌다. 짧은 머리와 ‘페미’ 낙인은 폭력의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짧은 머리로 이어진 연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게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부당 해고 사례에도 여러 여성단체와 노동조합이 모여 시위를 전개했다. ‘페미’ 사상 검증은 점차 후퇴하는 우리사회의 모습과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보여준다. 여성에 대한 공격을 혐오 정서로 내보이며 차별을 답습한다. 모두가 안전하며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바람직한 메시지를 나눌 수 있도록 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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