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재정난으로 폐교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벚꽃 개화 순으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예사말이 아니다. 대학 폐교 문제는 단순 그 대학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상권들은 폐교 후 함께 몰락하고, 방치된 부지는 지역의 흉물로 전락해 유령도시를 형성하기도 한다. 필연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도에서 사라져 가는 대학의 빈자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폐교 후 방치된 대학부지
지역 거점에서 흉물로 전락
2020년도 수능 응시자는 43만여 명으로, 같은 해 대학 입학정원 49만여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2018년 교육부가 “2021학년도에는 신입생 5만 6,000명 미충원과 약 38개 대학의 폐교를 예상한다”며 “2025년에는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37만 6,000여 명까지 감소할 것이다”고 밝혔던 내용대로다.
이를 증명하듯 2021년 기준 총 18개 대학이 강제·자진 폐교했다. 14곳은 사학비리, 나머지 4곳은 재학생 충원 및 인건비 부담이 주원인이다. 2000년 광주예술대학교를 시작으로 △2012년 명신대학교 △2018년 한중대학교 △2021년 서해대학교 등이 줄줄이 폐교 절차를 밟았다. 동아대학교 기업재난관리학과 이동규 교수가 2021년 발표한 「인구변동과 미래 전망: 지방대학 분야」에 따르면 2042~2046년에는 385여 개 대학이 190개로 줄어들 것이라는 어두운 결과가 나왔다.
지역 상권과 교통망의 중심이었던 대학이 사라지고 부지가 훼손·방치되자 대학가 주변은 급격히 삭막해졌다. 빈 땅이 곧바로 재활용되지 않아 자리 잡고 있던 원룸촌이나 상가 등이 공동화 된 것이다. 이처럼 아무도 쓸 수 없어 흉물로 전락해버린 폐교대학 부지는 교육의 부재를 넘어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할 난제가 됐다.
지역경제 붕괴와 인구유출
필연적으로 유령도시 돼
각 지역에 위치한 대학은 지역상권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폐교하면 △지역 경제 붕괴 △지역 활력 저하 △치안 문제 등 지역사회에 크고 작은 악영향을 미친다.
먼저 대학 구성원들의 소비 활동으로 맥을 이어 온 주거 임대 사업과 요식업, 숙박업 등의 지역상권이 무너지며 인근 부지 가치가 폭락한다. 2018년 폐교한 서남대학교 인근은 월세를 10만 원대까지 낮췄음에도 찾는 이가 없어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김한수 교수(이하 김 교수)는 “대출까지 받아 집을 지은 원룸 업자들이 많은데 주 세입자인 학생이 없어져 전부 공실이 돼 버렸다”며 “원룸을 유찰하려 해도 매입할 사람이 없고, 서남대학교는 이미 여러 번 유찰을 시도하느라 감정가액이 5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거점 대학의 외부효과 감소는 지역의 연구 활동 상실로 이어진다. 대학 부속 문화시설과 교육시설 소멸로 지역주민에게 활력을 주던 여가활동 공간과 교육 참여의 기회가 단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작게는 봉사활동과 지역 행사 감소, 크게는 지역 혁신 발전까지 타격을 입는다. 이는 외지대학 진학과 인구유출을 야기하기도 한다.
대학이 나간 자리는 △무단침입 노숙자의 생활 공간 △외부인의 공포체험 장소 △범죄 장소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안전과 외부인 출입 통제를 책임질 관리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중대학교는 현재 출입문 곳곳이 부서지고 낙석이 굴러다니는 폐허 상태며 외부인이 들어와 체육관 천장의 전기선을 뜯어가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하다.
초·중·고 폐교 부지와 달리
정부에서 관리하기 어려워
2021년까지 폐교된 18개 대학 중 법인이 해산·파산한 9개 대학은 경북외국어대학교를 제외하고 임금이나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법인에서 타 교육 시설을 운영 중이거나 설립자 기여분 지급을 노리고 있어 청산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청산이 어려워 방치된 폐교대학 부지를 국가에서 사들여 공공시설로 운영하자는 목소리는 항상 있었다. 2020년 5월, 교육부와 환경부는 3,855개까지 늘어난 폐교대학 부지를 환경교육시설로 활용하자며 △학교 환경교육 내실화 △환경 교육 시설 조성 △야영장 구축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규제 완화 등에 동의했다. 그러나 막상 대학은 해당 논의에서 빠졌다. 초·중·고는 사립 재단 소유의 부지여도 관할 교육청에 귀속되는 등 청산 절차가 빠르지만 대학은 막대한 채무 누적 상황에서 폐교되는 경우가 많아 청산 자체가 지연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폐교대학 부지를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이유는 현행 법률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파산하거나 교육부 장관의 해산 명령이 있으면 법인은 해산해야 한다. 그러나 해산 사유만 공시하고 있을 뿐, 정부 개입을 가능케 하거나 청산을 유도할 만한 뾰족한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대학부지는 엄연한 사유지이므로 청산 과정에서 교육부가 관여할 수 없으며 해산 전 임원들이 전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85.4%가 사립으로, 소수 국·공립대학교를 제외하면 정부에서 부지를 직접 사들일 수조차 없으며 법인이 청산을 미뤄도 개입할 명분이 없다.
실질적인 부지 활용도 낮아
실현 불가능한 기존 해결책
내놓은 폐교대학 부지가 바로 매입되는 것이 최선책이겠지만 현실은 순탄치 않다. 대학은 교육용 시설로 등록돼 있어 자연녹지지역에 해당해 *건폐율 20%, **용적율 60%에 불과하다. 건폐율이 80%인 수익용 시설로 바꾸려면 건축물 용도 변경이 필수다. 문제는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하면서까지 매입할 사람이 적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폐교대학 부지의 소재지와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접근성이 낮고 근린시설과 지역 상권이 부재했다”며 “외곽지역에 있어 교육용 외의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려워 매각이 쉽지 않고 활용도도 낮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현행 법률상 정부에서 폐교대학 부지를 직접적으로 재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폐교된 국·공립대학교는 매각되지 않아도 국가가 인수해 재활용할 수 있으나 사립대학교의 경우 방법이 없다. 폐교대학의 청산 절차를 신속하게 종료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만이 최선인 상황이다. 수익용 시설 허가가 나면 상대적으로 부지 매각이 쉽게 이뤄지고 청산 절차도 원활해질 수 있다.
대학 폐교 가속화 시대
철저한 사전 준비 필요해
폐교대학 부지 재생에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야 하는 곳은 해당 대학이 소재한 지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폐교대학 부지 매각이 어렵다면 지자체에서 나서서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등 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초·중·고 폐교 위주로 이뤄지는 논의를 대학에도 비슷하게 적용하자는 취지다. 김 교수는 “지자체 예산이 충분치 않아 한계가 있다면 예산 투입이 가능한 부분까지 건물과 부지를 매입해 공공시설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기업 유치나 기존 공공시설 이전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학 폐교가 예상되는 시점부터 시설에 대한 용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해 △노인요양원·휴양소 △4차 산업혁명 연구단지 △평생교육원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공공기관 및 사기업 연수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건폐율: 대지 면적에 대한 대학 건물 바닥 면적의 비율로, 건폐율이 20%면 100평 대지에 지을 수 있는 건물 바닥 면적은 20평
**용적률: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각 층 바닥 면적의 합의 비율로, 숫자가 클수록 밀도를 올려 건축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