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연구에 가려진 에너지 다소비의 장, 대학
학문 연구에 가려진 에너지 다소비의 장, 대학
  • 덕성여대신문사
  • 승인 2021.12.06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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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녹색 공간 만들기 위한 노력 필요해

  대형건물의 과도한 에너지 소비 문제는 끊이지 않고 발생해왔다. 특히 대학은 에너지 다소비에서 항상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절대적인 전력 소모량이 크고, 건물이 노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에너지 다소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 기후위기를 부추긴다. 그러나 효율적 에너지 사용 인식은 미비한 실정이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앞장서는 대학들

  에너지연구원이 발행한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는 2억 3,000만 594*toe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매년 10위권을 유지하는 경제 규모 대비 높은 에너지 소비량을 보여준다. 전력량 대비 효율을 나타내는 에너지 효율 역시 OECD 35개국 중 33위인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대학은 건물 부문 에너지 사용 비중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 사용량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건물 업종별 에너지 사용량 중 대학이 1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8.5%를 차지하는 아파트 다음으로 크다. 서울대학교는 2007년부터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꼽혀 왔고, 2018년에만 5만 3,192toe를 배출했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가 넘는 경우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본다. 2,000toe는 우리나라 약 3,000가구가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다소비 대학은 2008년 80개교에서 2018년 122개로 급증했다. 122개 대학이 사용한 최종 에너지 사용량은 36만 4,240toe로, 42만 이상 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규모다.

  에너지 과소비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서울 소재 대학 32곳이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합치면 약 40만 톤이다. 이는 15만 5,000가구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동일하며,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이어진다.

2008년 이후 에너지 다소비 대학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제공/그린캠퍼스협의회>

 

  비효율적 대학 전력 사용
  과도한 남용으로 이어져

  2017년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 사용량 통계’와 ‘에너지 사용량 신고업체’에 따르면 에너지 다소비 대학의 원별 사용 비중량은 △전기 62.8% △가스류 35.2% △석유류 2.0% 등이다. 전기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대부분의 전력을 냉난방 시설로 소모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후한 시설은 에너지 성능 저하로 냉난방 효율을 떨어뜨려 필요 이상의 전력을 낭비한다. 그 밖에 제대로 절전이 이뤄지지 않는 강의실이나 전자제품도 주전력 소모처다.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박태윤 교수(이하 박 교수)는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있다 보면 난방시설과 전기시설이 과도하게 남용된다”며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모여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대학 연구시설 또한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환경공단은 “대학은 연구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며 “이러한 특성상 연구실 운영이나 대학의 신규 건물 증축이 대학 에너지 사용량 증가의 원인이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대표 연구기관인 서울대학교와 KIST는 실험실 및 연구시설이 밀집해 전력 소비가 크다.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연구시설을 24시간 가동하는 것이 큰 문제인데, 이는 전력 사용량 증감이 대학의 연구비 예산 확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공계 대학은 인문계 대학보다 실험실 사용 비중이 커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다”며 “장비가 24시간 돌아가기에 실험을 멈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기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친환경 캠퍼스 조성 위해
  녹색 에너지 활용하는 대학들

  각 대학은 에너지 과소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냉·난방설비 전환 및 운영 △LED 조명 교체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의 에너지 절감 사업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2012년부터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진행했다. 3만 5,000개의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화장실 및 주차장에 조명 제어 장치를 설치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교내 전력 소비량이 1,391**MWh 감소했다.

  대학의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1년부터 ‘그린 캠퍼스 선정 및 지원 운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 내 온실가스 감축을 돕고 교내 친환경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골자다. 대학도 에너지 절감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흐름에 맞춰 온실가스 감소와 기후변화 문제에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2019년 기준 그린 캠퍼스로 선정된 대학에게는 연간 1억 2,000만 원의 재정을 지급한다. △그린 인재 양성을 위한 친환경 교육과정 개발 △대학의 친환경 생활 실천 운동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및 온실가스 감축 전략 등의 기술 또한 지원한다.

  2018년 그린 캠퍼스 조성 우수사례에 선정된 한양대학교는 지원 재정을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 사업과 그린데이 캠페인을 실시했다. △고효율 보일러 설치 △LED 조명 기구 교체 △건물 태양광 설치 등을 실시했으며, 2010년 대비 2017년 전기 9.8%, 가스 17.4% 감소라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린 캠퍼스 운영,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린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서울대학교의 실정은 녹록지 않다. 태양관 설치로 전력에너지 자립률을 늘리는 등 여러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했다. 2019년 서울대학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대비 22% 증가했으며 1만 8,757톤의 온실가스를 초과 배출했다. 서울대학교는 규모가 큰 기관으로 24시간 가동하는 연구실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4%를 차지하기 때문에 감축 잠재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다.

  서울대학교 이외의 다른 대학들 역시 그린 캠퍼스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지속이 어려운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린 캠퍼스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지원금을 토대로 여러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지원금 지원이 중단되면 대학이 꾸준하게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지원금이 대학 예산 규모에 비해 큰 액수는 아니다”며 “이마저도 지원금이 끊어지면 학교 측에서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부족한 홍보 역시 그린 캠퍼스 활성화에 문제가 된다. 그린 캠퍼스 선정 대학의 학생들조차 그린 캠퍼스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정확히 인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대학의 에너지 사용 감소 동기 부족 △저조한 참여율 △사후 관리 미흡 등의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다.

2019년도 제7기 서울 그린 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 1팀 ‘그린하이’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출처/대자연>

 

  에너지 절감을 위한
  모두의 노력 필요해

  대학의 자발적인 녹색 주도 사업 추진이 어렵다면 타의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노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박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항목에 그린 캠퍼스 지수 항목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 사업을 평가에 도입한다면 에너지 절감을 위해 강제적으로라도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결국 에너지 절감을 위해선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시설 개선, 신재생 에너지 설치 등의 에너지 효율 정책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 개개인들의 생활 습관과 태도 변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박 교수는 “학교의 행정 시스템과 교직원, 학생들이 모두 노력하고 협조해야 그린 캠퍼스를 이룰 수 있다”며 “사회의 일원이 될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다른 기관들도 협조할 것이다”고 전했다.


  *toe: Ton of Oil Equivalent의 축약어로 석유 1t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나타낸 단위 
  **MWh: 전력량의 단위로, 1000KWh 만큼의 전력량이 1M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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