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공동체의 기로에 서서 신자유주의를 보다
시장과 공동체의 기로에 서서 신자유주의를 보다
  • 승인 2004.05.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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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과 공동체의 기로에 서서 신자유주의를 보다

 최근 주요 매스컴의 사회면에서는 연일 안타까운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생계를 비관해 일가족이 동반자살을 했다거나, 먹고 살기 어려워 어린 자녀나 노부모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애절한 사연, 아기의 분유 값을 벌기 위해 절도와 유괴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빚더미에서 헤어나기 위해 중국으로 인신매매되는 여성들의 참담한 심정 등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 지경이다.
 

 생계형 범죄의 증가와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중산층 붕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중산층 붕괴 현상은 소득과 무관한 상속재산, 즉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의한 재산격차가 커지고,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촉진되었다. 마름모형 계층구조에서 눈사람형 계층구조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중산층 붕괴 현상은 계급의 양극화 및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적인 원인을 경기침체에서 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라는 큰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의 기축원리를 통해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기축원리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다. 세계화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그 속에서 상호의존이 심화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즉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영역에서 지구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고, 어느 누구도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상을 세계화라고 일컫는다. 이런 세계화 현상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란 사회의 자원 배분을 시장원리에 위임하는 것, 결국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시장의 자유경쟁 하에서 실현하려고 하는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또한 모든 행위의 판단 기준을 시장원리에 두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무한경쟁과 자기책임을 강조한다. 시장원리는 수요-공급곡선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한경쟁 속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철저하게 자기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신자유주의의 논리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규제 완화, 국가 경영 개념의 도입, 환경 및 복지 예산의 축소,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이익집단에의 시장원리 도입 등을 관철시키려는 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속성은 ‘복지국가’의 해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래 복지란 중산층과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불평등 완화와 빈곤 계층에 대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기본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복지국가는 자유방임적 시장원리에 의해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복지를 베푸는 시혜적 성격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일부 복지국가에서는 실업급여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보장 정책을 통한 국가의 복지혜택을 노리고 일을 하지 않는 ‘복지병’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시장원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폐단을 도려내기 위해서는 일방적 시혜의 성격을 갖는 복지서비스를 중단하고 ‘생산적 복지’로의 전환을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복지국가의 해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의한 사회구조의 재편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던 생계형 범죄의 증가나 중산층 붕괴 현상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주창하는 ‘생산적 복지’는 일하는(혹은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복지혜택이 주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노동과 연계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빈곤 가정·장애인·노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은 복지 혜택의 기회가 줄어들 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복지의 근본이념을 부정하는 것이고, 사회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논리는 단순히 경제영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 사회, 문화, 미디어 등 사회 제반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각 영역에서의 경쟁 심화, 상품화, 시장화 현상은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같은 예측에 비추어 볼 때,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지배하는 비인간화된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하느냐, 인간성이 존중되면서 공존 공영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의 궤도를 수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삶은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인간성 존중과 삶의 질 향상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즉,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과 균등한 기회 접근이 보장되어야 하며, 사회의 기축 원리로서 경쟁과 배제보다는 상생과 포용의 원리를 채택함으로써 비인간화된 시장에 인간의 모습을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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