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학 이념에 발맞춰 여성을 배우다
창학 이념에 발맞춰 여성을 배우다
  • 윤수아 기자
  • 승인 2024.04.08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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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 차미리사 선생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선여자교육회와 부인야학강습소를 설립해 당시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 해방 △성평등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가르쳤다. 우리대학은 여성 교육의 선구자인 차미리사 선생이 설립해 현대에도 그 뜻을 이어받았다. 차미리사 선생이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여성 교육을 주도했던 것처럼 현대사회에서 여성학 강의를 가르치는 우리대학은 여성 교육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창학 104주년을 맞아 우리대학에서 여성학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들을 만나봤다.

 

  한 번쯤은 꼭 수강해야 할
  ‘핵심’교양
  ‘여성과현대사회’, ‘여성과노동’ 김주희 교수

김주희 교수가 ‘여성과노동’ 강의를 하는 모습
김주희 교수가 ‘여성과노동’ 강의를 하는 모습<사진/김령은 기자>

  1. 우리대학은 여성 교육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나요?
  우리대학의 창립자인 차미리사 선생은 주로 소외된 여성을 교육 대상으로 삼았어요. 1920년 조선여자교육회를 조직해 구식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 해방과 성평등에 대해 가르쳤죠. 2002년 우리대학 학생들은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며 덕성의 뿌리를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 결과 차미리사 선생의 뜻깊은 공로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수십 년 만에 여성 교육을 위한 헌신을 인정받아 건국훈장을 받을 수 있었어요. 잊힐 뻔한 여성의 역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2. 우리대학에서 가르치는 여성학 강의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대학은 여성학과가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여성학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해 수업을 개설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대학 강의와는 달리 학생들이 직접 여성학 강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강의 개설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이는 배우고자 하는 여성의 열망에 응답하는 차미리사 선생의 교육 정신과 일치하기도 해요. 앞으로도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해 여성학 강의를 꾸준히 개설할 예정이에요.

 

  3. 학생들이 수업을 수강하며 특별히 배웠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학생들이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인지하고 이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여성학을 배우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구조부터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사회는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도록 만들어주는 여자대학이 존재하고 여성학 강의가 필요한 거죠.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페미니스트에게 필요한 자질이 자신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해 의견 내기를 주저하는 학생이 있어요. 그런 학생들에게 완벽한 페미니스트는 존재할 수 없으며 지금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해주는 편이에요.

 

  4.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성학 도서가 있나요?
  제가 집필한 책 <레이디 크레딧>을 추천하고 싶어요. 현대사회 속성에 대한 논의를 경제와 엮어 심층적으로 다룬 책이라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비교적 쉬운 책으로는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이라는 책이 있어요. 여성 노동자를 다루며 페미니즘의 대중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페미돌로지: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이라는 책을 추천해요.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아이돌 산업을 분석했는데 대중문화와 팬덤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읽어보길 추천해요.

 

 

  심리학과 여성학을
  함께 배우다
  ‘여성심리학’ 김미리혜 교수

김미리혜 교수가 ‘여성심리학’ 강의를 하는 모습
김미리혜 교수가 ‘여성심리학’ 강의를 하는 모습<사진/윤수아 기자>

  1. 기존 심리학과 여성심리학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심리학은 인간의 발달 체계를 다뤄요. 그러나 초창기 심리학은 남성의 발달 체계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여성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있어요. 발달 체계를 처음 연구한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연구 대상자도 남성 청소년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여성심리학은 성별 고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여성의 발달을 탐구하고자 해요. 임신·출산 등 여성만의 경험을 배우고 이에 따른 심리적 변화도 알아봐요. 남성보다 여성이 ‘열등’한 게 아니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죠. 그런 차이에 의해 현대사회 속에서 여성의 입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고자 해요.

 

  2. 여성심리학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나요?
  여성심리학은 여성이 겪는 사회 문제를 수강생들이 직접 알아보고 주체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해요. 그리고 다양한 자료를 접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다른 학우들과 나눠보면서 여러 관점을 접해볼 수 있게 하죠. 이런 학습 목표에 맞춰 여성심리학 수업에서는 △페미니즘 △성역할 △성평등 등을 주제로 이야기해보는 토론 수업과 토론 소감문을 작성하는 활동을 진행해요.

 

  3.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며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나요?
  토론 수업을 할 때면 열린 마음과 동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가르치는 편이에요. 차별적 상황을 예시로 들어 토론하는데 휴대전화 크기를 주제로 가져온 학생이 있었어요. 여성의 평균 손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휴대전화가 만들어진다는 내용이었죠. 그 학생이 주장한 의견에 근거를 요구하는 반응이 올라왔는데 연구참여자 성별 비율에 차이가 있거나, 휴대전화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는 없는지 등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댓글이었어요. 제가 토론 수업 때 강조했던 비판적인 태도를 학생들이 잘 실천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4. 앞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다뤄보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상대적으로 성평등을 달성한 국가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수업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성별로 너무 많은 것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소한 일에서도 집단을 나누다 보니 극단적인 대립구조가 형성돼 갈등이 발생하죠. 성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와 우리나라의 삶의 양식을 비교하며 차이점에 대해 분석하는 내용을 다루고 싶어요.

 

 

  여성주의 리더십을
  형성하다
  ‘여성학입문’, ‘여성주의소셜디자인’ 김도혜 교수

‘여성주의소셜디자인’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기획한 ‘미장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여성주의소셜디자인’에서 수강생들이 직접 기획한 ‘미장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사진/김령은 기자>

  1. 여성학이 낯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있나요?
  SNS나 책을 통해 여성학을 접했다가 어려워서 포기하는 학생이 많은 걸로 알아요. 그래서 제 수업에서는 여성학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크게 세 가지를 노력하고 있어요. 먼저 익명 소통 창을 활용해 학생들이 언제든지 책이나 수업 내용에 관해 질문하거나 의견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해요. 올라온 내용엔 바로 답변하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게끔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학기에 3~4번 정도 조별 토론 시간을 마련해요. 수업 이후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여성주의가 어떤 식으로 순환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세계사와 얽혀있는 여성학 이론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요.

 

  2. 여성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으면 하나요?
  아무리 노력해도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에 회의를 느끼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런 학생들에게 지금은 아무런 변화와 개선의 낌새가 보이지 않는 세상처럼 느껴지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조금씩 바뀌는 게 있다고 말해줘요. 학생들이 제 수업을 통해서 쉽게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의지를 배우길 바라요.

 

  3. ‘여성주의소셜디자인’에서 기획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여성주의소셜디자인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을 반영해 성평등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활동을 해요. 실제 학생이 제출했던 성평등 프로그램 중 장례식 문화와 관련된 기획이 신선했어요. 상주는 남자만 할 수 있는 등 한국의 장례식 문화가 굉장히 남성 중심적이잖아요. 장례식 문제를 여성주의적으로 재해석해 나만의 장례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은 ‘미장센: 미리 준비하는 장례 센스’라는 이름으로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의 지원을 받아 정식 행사로 진행되기도 했어요.

 

  4. 우리대학 여성학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점이 더 필요할까요?
  퀴어 관련 수업을 열고 싶어요. 단순 성소수자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퀴어 이론을 소개하는 수업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여성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여성학 연구소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대학의 여성학은 산발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장기적으로 여성학 강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문 기관을 설립하고 여성 교육에 대한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학문의 장이 필요해요.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우리대학의 여성학 강의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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