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사회는 바쁘고 치열한 삶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삶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임종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기자들은 지난달 28일 임종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효원힐링센터’를 찾아가 직접 임종 체험을 해봤다.
온전히 나를 회고할 수 있는 임종 체험
‘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라는 궁금증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효원힐링센터’로 들어섰다. 이번 임종 체험은 25명 정도의 중학생들과 함께 했다.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친구들과 떠들며 장난치기 바빴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모두 엄숙한 태도로 프로그램에 임했다. 임종 체험의 첫 순서는 영정사진 촬영이었다. 기자들은 마지막 모습을 예쁘게 담고 싶은 마음에 활짝 웃으려 했으나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경직된 채로 촬영에 임하게 됐다. 검은 리본이 붙어져 있는 액자에 기자들의 모습이 담긴 걸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영정사진 촬영이 끝나자 유언장을 쓰는 차례가 이어졌다. 기자들은 평소에 유언장을 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어떻게 유언을 써야 할 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 지 머뭇거렸다. 고민 끝에 그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감사함을 유언장에 담았다. 유언장을 작성한 후에는 낭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맨 처음으로 기자가 유언장을 낭독하게 됐다. 기자는 유언장을 한 줄, 한 줄 읽어나갔다. 유언장을 읽어나갈수록 기자의 삶에 있었던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들이 떠올랐다. 많은 일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했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유언장을 읽어나가던 낭독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가 떨렸고 중간중간 울음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어 입관 체험이 진행됐다. 아직 유언장 낭독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관의 뚜껑을 직접 열고 관 안에 들어가 앉았다. 뒤로 몸을 점점 눕히니 관 속은 정말 아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이어 관의 뚜껑이 닫히고 나니 몸이 움찔했고 이내 정말 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십 분 정도가 지나고 “관에서 나올 때는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나쁜 것을 모두 버리고 나오세요”라는 사회자의 말이 들렸다. 그렇게 관 뚜껑이 다시 열리고 빛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죽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정용문 효원힐링센터장(이하 정 센터장)은 “스스로가 살아있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웠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임종 체험의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센터에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나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들도 체험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얻고 간다”고 말했다.
그동안 죽음은 기자에게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임종 체험을 하고 나니 죽음을 막연하게 두려워해야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고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임종 체험을 통해 그동안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고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바쁜 삶에 치여 삶의 본질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임종 체험은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기회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