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경제 속 여성의 명과 암
주목 경제 속 여성의 명과 암
  • 전서우별 기자
  • 승인 2024.03.18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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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기준에 맞춰 주목 경제 활성화해야

  주목 경제 시대 속에서 어느 때보다 여성들이 경제 주체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주목 경제에 접근하기 수월하고 수입 창출이 쉽다는 이점이 작용하기도 한다. 주목 경제를 생업으로 삼는 여성들이 처한 경제적 딜레마와 사회적 인식 및 윤리적 문제를 탐색하고 주목 경제 속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와 관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주목 경제의 등장과
  불명확한 노동 경계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 ‘주목’과 ‘관심’은 돈이 된다. 타인의 주목을 이용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활동을 ‘주목 경제’ 또는 ‘관심 경제’라고 부른다.

  주목 경제는 시선을 끄는 사람인 정보 생산자가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이에 최근에는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경제적 행위자가 등장했다. 인플루언서란 ‘영향을 주다’는 뜻의 단어 ‘influen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뜻 한다. 크리에이터는 다양한 분야 및 소재의 콘텐츠를 제작해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며 많은 주목을 받아 수입을 창출하는 콘텐츠 ‘창작자’다.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는 SNS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게시물을 올리며 큰 파급력을 가진다.

  하지만 주목 경제와 인플루언서의 등장은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노동의 본질과 경계를 흐렸다. 주목 경제의 주요 행위자인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는 SNS 내에서 △협찬 광고 △리뷰 이벤트 △모델 △공동구매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나 직업으로 여겨지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인플루언서 활동을 수행하는 이들이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행위를 노동이자 직업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사회에서 직업으로 인정받더라도 노동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점이 직종 경계 구분을 어렵게 만든다. 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기업은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과 계약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하며 주목 경제 속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근로계약 없이 개인이 SNS에 남긴 정보와 영향력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는 직접적인 개입 없이 홍보와 같은 중개 역할만을 담당하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업에게 막대한 이윤을 창출시키는 무임노동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들의 경쟁과 SNS의 파급력을 다룬 드라마
인플루언서들의 경쟁과 SNS의 파급력을 다룬 드라마 <셀러브리티> <출처/넷플릭스>

  주목 경제 속
  여성이 처한 현실

  주목 경제 속 여성은 △BJ △유튜버 △스트리머 △블로거 등 다양한 형태의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경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서 발표한 ‘2019년 전 세계에서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을 작성한 인플루언서의 성별 분포’를 조사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300만 개 이상의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을 작성한 남성 인플루언서의 비율은 16%에 불과했으며, 여성 인플루언서의 비율은 남성의 약 5배에 달하는 84%를 차지했다.

  주목 경제는 성별에 따른 관심사와 경험이 콘텐츠를 생산·소비하는 자원으로 작용하며 특히 여성적 경험을 콘텐츠화하는 특징을 가진다.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뷰티 △쇼핑 △요리 분야의 콘텐츠 생산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홍익대학교 경영학전공 신형덕 교수는 “인플루언서가 주로 활동하는 뷰티 및 패션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주요 소비자가 여성이기에 콘텐츠를 생산하는 인플루언서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주목받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여성들이 ‘여성적’ 노동이라 여겨지는 사적 영역이나 소비적 영역에 종사한다고 인식되며 생산하는 콘텐츠에도 성별 관념이반영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누구나 주목 경제를 이용하면 노동 진입이 쉽다는 특성상 이를 활용해 이득을 얻고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주목 경제에 종사하기 시작한 여성 인플루언서와 여성 소비자는 개인정보 유출 범죄나 혐오 발언 노출에 취약하다는 이면이 존재한다. 2019년 방송학회지 논문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혐오 발언은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는 주목 경제 속 콘텐츠에 여성 혐오 발언이 포함될수록 후원 수익이 107% 증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3월 국내 유튜버는 연령제한 없는 실시간 방송에서 태국 여행 중 현지 여성 인플루언서를 상대로 성추행을 저지르는 장면을 송출해 논란이 됐다. 이에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대학원 문화 산업예술학과 김정섭 교수(이하 김 교수)는 “말초적이고 본능에 호소하는 콘텐츠와 자극적인 마케팅은 모두 직업적 윤리나 규범 및 사회적 감수성에 어긋나며 상업적 이익만을 우선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2019년 전 세계에서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을 작성한 인플루언서 성별 추이
2019년 전 세계에서 인스타그램 광고 게시물을 작성한 인플루언서 성별 추이 <출처/Statista>

  여성이 빠진
  경제활동 딜레마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경제적 독립은 남성에 비해 쉽지 않다. 그러나 진입이 수월하고 인플루언서가 얻는 인기와 수입에 한계가 없다는 장점이 존재하는 만큼 주목 경제 속 여성이 가지는 힘은 무한하다. 인플루언서와 같은 색다른 직업의 등장은 여성들이 다양한 경제 분야에 참여하고 도전하게 만들며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과 입지를 확립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과거 남성 위주의 경제에서 보조 역할에 머물던 여성은 주목 경제를 통해 큰 규모의 영향력을 전파하고 경제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

  많은 여성은 성공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되길 꿈꾸며 주목 경제 시장에 진입하지만 막상 업계에서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들은 사회 진출과 수익 극대화를 꿈꾸며 주목 경제에 접근한다. 그러나 진입 이후 빈번히 실패를 겪어도 주목 경제를 업으로 삼으려 한다. 직업적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까지 발생하며 단번에 거액을 마주할 수 있는 주목 경제 체계상 돈을 다루는 정당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진다. 주목 경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성의 경력단절을 유발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에 김 교수는 “인플루언서들은 대중의 주시와 주목의 대상이 되는 관심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야만 주목 경제 속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한탕주의적 접근으로 주목 경제 산업에 진입하는 여성이 늘어난다면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와 경력단절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목 경제 속 인플루언서 과잉시장을 나타내는 성장 규모
주목 경제 속 인플루언서 과잉시장을 나타내는 성장 규모 <출처/중앙일보>

  바람직한
  주목 경제를 위해

  건강한 주목 경제 체제를 만들기 위해 비판적인 태도와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주목 경제 체제 속 인플루언서와 기업 등의 공급자는 직업적 규범을 명확히 갖추고 건강한 주목 경제 생태계를 가꿔야 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며 “소비자와 수용자는 비판적인 피드백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주목 경제 속 여성들이 관련 범죄에 쉽게 노출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활동하는 뉴미디어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뉴미디어 관련 산업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제되지만 대부분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 정도로 그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모든 미디어를 규율대상에 포함한 미디어 통합법제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미디어 통합법 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주목 경제 속 여성 노동자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주목 경제 속 여성이 겪는 사회 진출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디지털 커리어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여성의 주목 경제 노동을 이해하고 지원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한국사회투자에서는 AI, 디지털 전환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여성의 일자리 진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AVPN 글로벌 사업의 일환인 ‘여성 디지털 커리어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목 경제 속에서 여성 인플루언서들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무엇보다 여성이 올바르게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돕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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