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외교, 파견된 동물에 숨겨진 이면은?
동물 외교, 파견된 동물에 숨겨진 이면은?
  • 박소현 기자
  • 승인 2024.03.18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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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기보다 생명을 존중하려는 태도 가져야

  4월 초 한국을 떠나는 ‘푸바오’는 한국으로 파견된 중국의 판다 외교관이다. 모든 판다의 소유권을 중국이 가진다는 ‘판다 소유권 정책’으로 인해 만 4세가 된 푸바오는 곧 우리의 곁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간다. 푸바오와 판다 가족이 인기를 끌면서 동물 외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동물 외교의 실상과 변질된 동물 외교의 개선 방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역사 깊은 동물 외교

  ‘동물 외교’는 우호적인 국가 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자국의 희귀한 동물을 외교 수단 삼아 상대국에 파견하는 외교 형식이다. 동물 외교는 상대의 신뢰와 마음을 얻어 자발적인 행동을 이끄는 정치적 능력인 소프트파워를 통해 외교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 중 하나다. 역사, 전통, 문화, 예술에 대한 공감대를 상대국에 확산해 우호적 관계 협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넓은 외교의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동물 외교는 궁극적으로 전 국민과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장기적으로 펼치는 외교 활동이다. 전세계적으로 2,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 판다뿐만 아니라 △따오기 △키위새 △코알라 등 주로 멸종위기의 동물이 동물 외교관으로서 국가 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외교 사절 역할을 수행한다.

판다 ‘푸바오’의 3살 생일을 맞아 축하받는 모습 <출처 / 연합뉴스>
판다 ‘푸바오’의 3살 생일을 맞아 축하받는 모습 <출처 / 연합뉴스>

  동물 외교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기원전 46년 이집트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의 카이사르에게 기린을 선물했다는 기록인 ‘기린 외교’가 동물 외교의 시초격으로 남아있다. 685년에는 당나라 측천무후가 일본과 원만한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왕실에 판다 한 쌍을 보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우리나라 과거 역사를 들여다보더라도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낙타와 코끼리를 선물받았다. 이외에도 말이나 맹금류, 표범 같은 이국적인 동물이 역사적으로 동물 외교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한 이집트나 중국 같은 제국은 종속국으로부터 충성을 의미하는 뜻에서 타국의 동물을 공물로 받았다고 전해진다.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김치욱 교수(이하 김 교수)는 “국가 간 권력관계를 드러내는 외교 방식으로 동물 외교가 쓰이기도 한다”며 “초기 동물 외교는 이국적인 동물을 주고받으면서 외교 수단으로 사용해 사람들의 동경심을 자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물 외교는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일본과 러시아가 각각 아키타견과 시베리아 고양이를 교환했고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에 판다 부부 한 쌍을 보냈다.

 

  동물 외교가 가지는
  긍정적 측면은?

  동물 외교는 국가의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기능이 있다. △중국 판다 △호주 코알라 △인도 코끼리가 동물 외교의 긍정적 측면을 잘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김 교수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을 상대국에게 선물함으로써 상대 국가 국민에게 호감을 일으킨다면 자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야생 방사에 성공한 따오기
야생 방사에 성공한 따오기 <출처 / KBS뉴스>

 

  동물 외교는 멸종 위기종 복원 사업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대표적인 동물 복원 사례는 우리나라의 ‘따오기 복원 사업’이다. 따오기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도 멸종 위기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 따오기는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한 마리를 끝으로 멸종됐으나 2008년에 진행한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한 쌍의 따오기를 기증받았다. 그 결과 창녕군은 현재까지 총 580여 마리를 증식하는 데 성공했고 2019년부터 야생 방사를 시작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며 멸종 위기종의 생물다양성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변질된 동물 외교
  외교 갈등과 동물권

  동물 외교는 국제적인 외교 분쟁의 소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1968년 뉴질랜드가 미국에게 키위새 두 마리를 선물한 것을 기점으로 미국과 뉴질랜드는 ‘키위새 외교’를 진행해 왔다. 키위새를 보호하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동물원이 관객들에게 키위새 ‘파오라’를 직접 만질 수 있는 행사를 제공했다. 예민한 습성을 가진 키위새를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이 만지는 행위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자 동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뉴질랜드의 크리스 힙 킨스 총리까지 나서 동물원 행사의 전면 수정을 요청하자 동물원은 사과 성명을 내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동물 보호에 관한 경각심이 사라지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일한 관리 행태가 외교 분쟁을 유발한 것이다.

  푸바오로 유명해진 ‘판다 외교’의 시작은 1941년부터다.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 여사가 미국에 판다 한 쌍을 선물한 것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중일전쟁 당시에도 미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판다 외교를 진행했다. 이후 판다 외교의 본격화라 할 수 있는 1972년 미·중 수교 당시 중국이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판다 2마리를 미국에 보내면서 냉전 상황에서도 동물 외교를 통해 교류했다. 그 외에도 △영국 △미국 △벨기에 △캐나다 △한국을 포함한 19개국에 판다를 보내 우호적 관계의 상징처럼 판다를 선물해왔다.

  그러나 1973년 80개의 주요국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인 워싱턴조약을 맺자 판다 외교의 방식이 변화했다. 워싱턴조약 체결 이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사고팔거나 기증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중국은 동물 외교를 지속하고 판다 개체 수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판다를 선물하는 형식이 아닌 계약 기간이 있는 장기 ‘임대’ 형식으로 상대국에 보내기 시작했다. 판다 임대를 통한 경제적 외교 관계를 형성하는 사례가 잦아지자 이를 일컫는 ‘판다노믹스’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겨났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10년 기간을 두고 판다를 다른 나라에 임대하고 있으며 한 마리당 700위안(한화 약 12억 7천만 원)의 연간 임대료를 받는다. 만약 판다가 새끼를 낳으면 60만 달러(한화 약 8억원)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임대료와 사육비를 비롯해 판다 사육에 높은 비용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관리 책임이 있는 외교 대상국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반환하는 사례가 일어나기도 한다.

  만약 대여한 판다가 갑작스럽게 죽는 경우 외교 갈등으로 번지기 쉽다. 실제로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에 있던 판다 ‘린후이’가 사망하는 소식을 전하면서 외교 대립이 발생했다. 태국이 5억의 보상금을 중국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 외교가 만들어진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외교 방식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동물 외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 외교로 파견되는 동물은 주로 해당 지역에 사는 멸종 위기종인 경우가 많기에 동물이 거주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동물 외교로 인해 타국으로 떠난다면 동물이 거주하는 환경이 변화해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동물권리단체 PETA 제이슨 베이커 아시아지부 부회장은 “동물이 이동한 국가의 기후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으며 낯선 동물을 제대로 보살피거나 치료할 역량이 부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는 장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는 장면 <출처 / 뉴시스>

 

  동물 외교 개선을 위한
  앞으로의 방향은

  외교적 관점에서 동물 외교는 국가의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을 통한 문화 교류에 기여한다. 또한 우호 협력을 강화하고 국가 간 관계를 평화롭게 유지하는 방안이 된다.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로 인해 다양한 생물의 개체 수가 급감하며 멸종 위기종이 증가하는 가운데 동물 외교는 동물을 타국으로 보내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생태계 자원을 보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향후 동물 외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개체 수 복원을 돕고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일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 외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적지 않다. 판다 외교와 관련해 중국이 가지는 영토 분쟁 논란과 정치적 주권 귀속으로 불거진 국제적 문제를 희석하고 국가 이미지 회복을 위해 판다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동물 외교의 비판점으로 꼽히는 동물 복지와 동물권 논란을 다른 문제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원활한 동물 외교를 위해서는 동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문흥호 교수는 “동물 외교의 장점이 분명하게 존재하나 외교 사절의 당사자인 동물의 환경 또한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물 외교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동물의 권익을 보장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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