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수단으로 떠오른 대학 간 통폐합
생존 수단으로 떠오른 대학 간 통폐합
  • 고유미 기자
  • 승인 2023.10.10 15: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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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시 발생하는 문제점과 대학 특성 고려해 위기 막아야

  최근 대학 간 통폐합 이슈가 대학가에서 가장 주요한 화두로 주목받고 있다. 대학이 처한 위기를 통폐합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학 간 통폐합 추진 현황과 이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학이 처한 위기
  자구책으로 제시된 통폐합

  대학가는 이미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외 현상으로 인한 대학 간 불균형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8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이 발표한 2023년 교육기본통계 분석 결과에 따 르면 대학 재적 학생 수는 전년 대비 74,692명이 감소했다. 지역대학의 위기 요인으로 꼽히는 수도권 중심의 대학 서열화 현상도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며 대학 수요 또한 수도권에 편중해 결과적으로 대학 간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감소하는 학령인구마저 수도권에 쏠리며 지역 대학 학생 수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학의 입학 정원 감소는 교원 확보와 학생 지원 체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고등교육을 주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연구 및 용역을 담당하는 역할도 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 운영에 심각성을 체감한 것은 지역 내 소규모 사립대학만이 아니다. 재정 위기에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사립대학과 더불어 지역 도내 주요 대학으로 꼽히는 거점국립대학 또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이는 대학 가의 전반적인 위기와 한계점을 드러내며 생존을 위한 대비책 강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이어졌다.

  대학 간 통폐합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이 택한 생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대학가에 한순간 불어온 추세가 아니라 이전에도 위기를 이유로 통폐합을 주도한 사례는 꾸준히 존재해왔다. 2000년대 교육부가 승인한 대학 간 통폐합 사례는 총 31건이며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이어졌다. 몇 년간 주춤했으나 2020년 초반, 여러 대학이 공식적으로 통폐합 추진을 진행하면서 통합 움직임에 앞장서고 관련 논의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지역 국립대학의 통합 사례로는 2021년 경상대학교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통합한 경상국립대학교가 있다. 또한 지난해 한경대학교와 한국복지대학교가 통합해 2023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했다. △강원대-강릉원주대 △명지대-명지전문대 △부산대-부산교대 △수원대-수원과학대 △숭실대-문경대 △충남대-한밭대 △충북대-한국교통대 등은 현재 통합을 진행 중이거나 논의를 시작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미달 위기 대학이 늘어났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미달 위기 대학이 늘어났다.<출처/한국경제>

 

  정부 주도와 제도 완화로
  통폐합 시도 이어져

  지난달 12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개정은 학령인구 감소 및 온라인 환경 확대와 같은 시대적 변화에 맞춰 완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규제 개혁을 통해 대학 간 통폐합과 학생정원 조정 등이 더욱 쉬워졌다. 기존 일반대-전문대 통합 시 전문대의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등의 요건을 삭제함에 따라 별다른 정원 감축 없이도 대학 간 통폐합이 가능해졌다. 또한 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을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한다면 정원을 따로 감축하지 않아도 통폐합이 가능하다. 기존 교육부가 규정한 통폐합 대상 유형은 △일반대학 간 △대학-대학원 △대학-전문대 △대학-산업대 △산업대-전문대 △전문대 간 총 6개였다. 이를 전공대학과 비수도권 사이버대학까지 확대함에 따라 구조개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컬대학30’(이하 글로컬대학 사업)은 위기 에 처한 지역 대학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와 교육부는 사업에 선정된 대학에 1,000억 원을 지원하며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집중 지원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이 강조하는 핵심 선정 기준은 혁신성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 확정안’에 따르면, 대학 간 통합을 통한 캠퍼스 공유 및 지자체·산업체와의 통합 등을 혁신 변화 예시로 제시했다.

  이에 발맞춰 사업 선정을 준비하는 대학들이 대학 간 통폐합을 추진하거나 구조조정을 시도한 사례도 보인다. 지난 6월 교육부는 ‘2023년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해 글로컬대학 예비 선정을 진행했다. 올해까지 예비 선정 대학 15개 중 10곳 내외를 선정해 최종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026년까지 30개 내외 대학으로 확대해 글로컬 대학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움직임에 따라 성급하게 대학 간 통폐합 절차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글로컬대학 사업 시안이 발표된 이후부터 통폐합 논의를 시작한 대학도 존재한다. 대학 전반이 필요로 하는 통폐합이 아닌 정부 혹은 지자체가 강조하는 요구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지적받고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 예비지정 신청 접수 현황 출처/뉴시스
글로컬대학 사업 예비지정 신청 접수 현황<출처/뉴시스>

 

  일방적 통폐합에 따른 양극화로
  갈등과 마찰 발
생할 수 있어

  대학 간 통폐합은 서로 다른 대학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약화하고 반발을 살 수도 있다. 통폐합을 경험하는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는 양 대학 간 △입시 결과 △캠퍼스 환 경 및 지리적 위치 △대학 평판 △인프라 등에 따른 차이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변화에 맞춰 택한 대안으로 입학 정원은 채울 수 있지만 도리어 소속 교원 의 일자리 불안정을 가져온다. 대학 규모와 학생 수에 따라 교원 비율을 충원해둔 상태라면 대학 간 통폐합 시 각 대학의 교수·강사만으로 전공 교원을 수용하기에 급급해진다.

  지난 5월, 충남대학교에서 한밭대학교와의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이어 통폐합 논의를 시작한 부산대학교와 부산교육대학교에서도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양 대학 간 논의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통폐합 절차를 밟아도 이에 따른 내부 분열이 불가피하다.

  통폐합 논의를 시작해도 대학이 시행할 교육 과정 및 시설 활용 계획에 대해 명확한 방침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통폐합 이후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과 교육부 주도 사업 선정을 위한 형식적인 통폐합은 비효율을 초래한다. 대학별로 학교 규모와 주요 학문 분야, 등록금 및 재정 현황 등이 달라 대학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리적 근접성 및 지역 위치 등 단순 외적 요건만으로 진행하는 기계적 통폐합은 각 대학의 특성을 간과한 행위다.

최근 대학 간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는 주요 대학 현황
최근 대학 간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는 주요 대학 현황<출처/중앙일보>

 

  위기 극복을 위해
  적합한 대안 마련 필요해

  대학 간 통폐합을 고려한다면 학내 구성원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학은 일방적 구조조정 형태로 진행 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대학 발전을 위한 방안이며 이후 추진할 운영 계획이 무엇인지 학내 구성원에게 알려 소통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과 대학의 이해관계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 주도의 통폐합 규정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통폐합으로 인한 문제를 방지하는 조치도 필 요하다.

  대학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각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교육부와 정부는 위기에 맞서 다양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대학이 직면한 위기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 간 위계화로 이미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통폐합이나 산학협력 추진 정도를 기준으로 소수의 지원 대학을 선정하는 방식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 역할을 보장하지 못한다. 대학균형발전과 고등교육 여건 향상을 위해서는 각 대학과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따라 대학이 직면한 위기를 인식하고 근본 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현상황을 극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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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 2023-10-20 21:27:21
참 안타까운 현상들입니다. 이런 주제로 기사 다뤄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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