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죽는다’는 것은 아주 먼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나 죽음은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시간에 선택하지 않은 방법으로 찾아온다.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만큼 우리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년층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웰다잉은 무엇이며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 사실을 알고 그는 스탠퍼드 대학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인생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다. 죽음은 새로운 것이 옛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이 만드는 최고의 발명이다.” 이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면 우리는 현재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웰다잉(well-dying)은 ‘준비된 죽음’ 또는 ‘좋은 죽음’을 뜻한다. 그러나 단순히 잘 죽는 것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 준비함으로써 후회 없는 죽음을 맞자는 것이 웰다잉의 취지이다. 웰다잉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퀘블러 로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병원에서 환자들이 임종에 이르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죽음학을 만들어냈고 이때 처음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사상의 영향을 받아 삶을 기준으로 죽음을 바라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큰 편이다. 그러나 웰다잉은 죽음의 입장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죽음에서 삶을 바라봄으로써 나의 삶이 유한함을 깨닫고 이 순간이 얼마나 귀중한 지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웰다잉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웰다잉 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진행된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웰빙과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웰다잉에 대한 관심 높아져
라틴어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은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는 중세 수도승들이 만나 외친 단어로 인간은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중세와는 다르게 지금은 죽음에 대한 성찰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죽음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웰빙(well-being)이 인기를 끌면서 한편에서는 웰빙의 일환으로 웰다잉도 인기를 끌었다. 잘 먹고, 잘 사는 건강한 삶의 가치와 함께 삶을 마무리하는 죽음에 대한 고민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 붐 세대가 정년을 맞이하게 되면서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자신이 죽은 후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건강할 때 미리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하고 장례나 납골당 준비, 상속 등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
웰다잉을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죽음을 준비하는 데에 바람직한 매뉴얼이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웰다잉을 위해서는 일단 살아있는 동안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20-30대에게는 피부로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실체와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웰다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리고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에 임박했을 때, 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서류이다. 과거에는 주로 자연사나 노쇠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병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치료가 어려운 말기 암이나 치료가 무의미한 병에 걸렸을 때 이를 치료할 지 말 지 사전의료의향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이 밖에도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자신이 원하는 장례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이나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해보는 것이 웰다잉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노력들이다.
실제로 웰다잉 후 사람들의 태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변성식 마음건강연구소 대표(이하 변 대표)는 “사람들에게 웰다잉에 대한 교육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지고 삶에 대한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고 밝혔다.
20-30대에게도 필요한 웰다잉 준비
우리나라의 죽음의 질은 OECD 국가 포함 40개 나라 중 32위로 꼴찌에 가깝다. 또한 자살률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웰다잉 준비는 단순히 노년층이나 환자들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노인이나 환자들을 중심으로 웰다잉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임종 체험이나 웰다잉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20-30대들에게도 웰다잉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변 대표는 “생명은 유한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나 계층을 떠나 웰다잉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죽음. 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나의 현재가 헛되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 그리고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