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과거에 비해 많이 확산됐다.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여성의 지위와 삶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주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쉽게 설명해준다면.
일단 페미니즘은 여성주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사회가 남녀를 균형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여성주의는 지금 사회에서 부족한 것은 여성들의 시각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수자들, 사회적인 약자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내어져야만 사회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보다 평화롭고 긍정적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추자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여성주의인 것 같습니다. 사실 여성주의는 굉장히 광범위한 범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주의가 딱 ‘무엇이다’라고 단정 지어 정의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적 역사 속에서 남성들의 가치라고 했던 것들은 높게 평가된 반면에, 여성들의 가치에 대해서는 저평가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비추지 않았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것이 조금 더 나은 사회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여성의 정치활동이나 사회 참여도 높아지고 여성의 능력이 남성보다 월등히 나타나기도 하는데 어떠한 제도 개선과 사회 인식으로 이렇게 여성이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저희 어머니 세대보다는 저희 세대의 사회가 조금씩 변한 것처럼, 저보다는 어린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40년대의 어머니 세대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딸들이 희생해 뒷받침해주는 역할 정도만 했었다면, 6,70년대 저희 세대는 사실상 비등하게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현재의 대학생들을 보면 교육을 평등하게 받는 것은 물론이고 성적과 성과가 남성에 비해 두드러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의 시작은 노동시장에 발을 들이면서부터입니다. 사법고시나 공무원고시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높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여성들이 얼마나 분포되어 있는지를 보면 한국은 그 비중이 정말 낮습니다. 여성들이 이렇게 사회에서 그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제도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라든지 호주제 폐지는 여성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입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사회가 법조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운동이 확산되고 페미니즘이 알려지면서 과거에 비해 여성법이나 사회의 눈들이 어느 정도 평등하게 변하고 있는데 아직 이루지 못한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저는 남녀의 평등 문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은 노동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우리는 노동을 통해서 먹고 살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의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훨씬 더 양극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여성은 남성에게 위축되어 정규직 여성은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단절기간이 지난 후 다시 복귀를 하려고 하면 20대 때 얻었던 자리보다는 임금도 낮고 작업 환경도 좋지 못한 자리로 배정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여성들은 남성보다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구요. 이런 문제에 대해 국가에서 회사 안에 보육시설을 마련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의 고용과 임금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난제다. 어떤 요인이 여성의 고용을 막고 저임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일단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이 확연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직종은 남성들 위주고, 어떤 직종은 여성들 위주입니다. 문제는 여성 위주의 직종의 노동 자체가 평가저하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또한 분리된 직종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여성에게 최상임금문제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재취업을 하는 여성들은 최저임금을 간신히 받고 사는 수준이므로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최저임금을 설정한 것처럼 최소한의 최상임금 또한 정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상 고용평등법이 확정됐지만 회사에서 여사원을 뽑기를 꺼려하는 문제는 정부가 고용감독을 통해서 개선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부차원에서 이뤄야할 점도 있다고 보고 더불어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단체에서도 노동 성차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연대의식을 키워야할 것입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여성노동영화제> 등 소소하고 작은 영화제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나고 있다. 또한 여성들만을 위한 기업들의 이벤트와 캠페인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물론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풀뿌리로서 조금 더 자발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여성의 시각을 담은 영화제를 비롯한 행사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벤트성으로 잠깐 이슈가 되었다가 사그라들면 아쉽겠지요. 기업들의 이벤트가 캠페인 같은 경우는 기업의 이미지나 상품 판매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차원에서는 여성을 위한 나름의 배려를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2007년에 서울시에서는 ‘여행(女幸)프로젝트’라는 것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여성들을 위한 주차 공간 개선이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요식행위 정도로 밖에 안 보입니다. 사실 서울시가 여성들을 위해서 해나가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정도의 눈에 띄고 관심이 집중될 수 있는 일에 집착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여성 고용이나 사내 보육시설 문제, 가정 폭력 문제 등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데 말이죠.
▲ 페미니즘과 매스큘리즘 둘 다 궁극적으로는 양성평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진정한 양성평등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연대의식인 것 같습니다. 성별 격차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격차도 벌어지지만 여성들 내에서의 격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성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연대의식이 없다면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없고 언제까지나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기만 하는 발전 없는 사회가 지속될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평등도 평화를 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금만 자신의 눈을 낮출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타인과 연대하고 소통을 하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