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요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요
  • 고유미 기자
  • 승인 2022.10.04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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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개인적인 변화도 있어야 하지만 공공정책으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젠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서민순 젠더 전문관을 만나 봤다.

 

  Q. 젠더전문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젠더는 흔히 사회적 성이라고 하지만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지정 성별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역할 규범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죠.

  젠더전문관은 성평등을 이뤄내기 위해 정책을 젠더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직업이에요. 여성 정책과 관련 업무의 총괄을 맡아 부서 간의 조정을 담당하죠. 주로 여성 정책의 기반을 조성하고 지역에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는 데 기여해요.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이 젠더전문관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도봉구청 여성가족과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2012년부터 10년간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도봉구는 정책 전반에 성인지 관점을 반영하고자 2019년 6월부터 젠더전문관을 도입했어요. 올해 여성친화도시 재협약을 앞둔 도봉구에서 저는 정책의 총괄을 맡았어요. 현재는 여성친화도시 자격에 부합하는 5가지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에요.

  또한 도봉구의 성평등 의제를 발굴하고 실제 프로그램으로 이행하며 정책과 예산의 자문을 담당하기도 해요. 도봉구 내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덕성여자대학교와 같은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성평등 정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도 맡고 있어요. 앞으로도 구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적인 성평등 정책을 이뤄나가고 싶어요.

 

  Q. 젠더전문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20대에 가정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에서 상담사로 일한 적이 있어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들을 보며 단순히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제도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폭력이 발 생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회 구조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후 여성주의에 관심이 생겨 관련 교육을 받아 전문 강사 과정과 컨설턴트 과정을 이수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정책으로 이뤄지면서 성평등 관점의 정책 조정과 자문을 주도하는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행정 내에서 구민들에게 실질적인 공감을 유도해보고 싶어 젠더전문관을 지원했어요.

 

  Q. 도봉구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은 무엇인가요?

  서울시에서 최초로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도시가 도봉구예요. 이러한 도봉구만의 특색을 살려 복지 격차를 겪는 구민들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봤어요. 도봉구는 다른 자치구에 비해 노령 여성 인구 비율이 높고 종합 병원이 적어요. 지리적으로는 서울시 외곽 지역에 위치해 의료 접근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행정 서비스 측면에서 이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여성친화도시 고도화 단계를 진행하며 건강을 의제로 하는 ‘성평등 건강도시’ 사업을 시작했죠.

  전국 양말 공장 중 70% 이상이 도봉구에 있어요. 실제 양말 공장에 종사하는 고령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고용 여건을 마련하도록 추진 중이에요.

 

  Q. 여성이 안전한 도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20대 여성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쌍문1동을 중심으로 밝은 골목길을 조성한 ‘여성 안심 모람길’이라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시스템으로 어느 지역에서 여성 대상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관련 정책이 필요한지 관리하고 있어요. 도봉구 내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만들고자 해요. 앞으로는 도봉구 내 여성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파악해 이러한 정책을 권역별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Q. 일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요?

  많은 성평등 관련 정책들이 제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 혹은 정책을 운용하는 주체인 공무원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도봉구에서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10년 이상 진행했으나 모르는 구민도 많더라고요. 성평등적 관점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면 현재 우리사회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잖아요. 성평등적 사고를 강조하고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하지만 여전히 젠더 의식이 부족해 안타까워요.

  하나의 정책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서 간의 통합도 중요하거든요. 젠더전문관이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으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부서 간 고유 업무 영역이 있어 행정 칸막이가 공고하게 존재한다는 점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었죠. 제가 느끼는 현실과 실질적 정책 전문가의 역할은 차이가 존재 했던 것 같아요.

 

  Q.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에 여성들은 돌봄의 문제를 가장 크게 느껴요. 아직까지도 돌봄의 주체가 국가나 사회보다는 여성을 일차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공공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문을 닫으면 돌봄의 대상으로 남는 건 여성이에요. 자신의 직업을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해야 하는 여성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고 요. 이런 문제는 단순히 돌봄을 전담하는 여성들에게 금전적 지원만을 제공해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돌봄이 완전하게 사회 안에서 이뤄질 때 여성이 아이를 낳고도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산과 저출생 문제만을 바라보고 논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둘러싼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사회에서는 돌봄의 문제가 여성에게 치우쳐져 생계 주 부양자가 남성이며 중요한 역할은 남성이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하잖아요. 이처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아져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고 느껴요.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의 평등이 전제돼야 해요. 성평등은 단순히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없고 여러 분야의 사회적 문제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해요.

 

  Q. 우리대학의 학우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과 나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지 충분히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인간에게 가장 행복한 삶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사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가치대로, 가장 나다운 것을 실현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과거의 제가 사회가 맞춰놓은 길을 따라가거나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다수가 가는 길은 편하지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일쑤잖아요. 아무도 경험하지 않았던 곳이지만 제가 걸어보니 갈 만했던 것 같아요. 후배들이 이 길도 괜찮다며 제가 간 길을 따라오고 시도할 때는 보람도 느끼고요. 처음 가는 길이라고 무작정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도 후배 세대를 보며 사회적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 동참하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평등이 보편적 가치인 사회 안에서 차별과 배제 없는 평등한 삶을 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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