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이 담긴 음악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이하고 표현하는 밴드가 있다. 6명의 전통 악기 연주가와 3명의 전통 보컬이 모인 국악 그룹 악단광칠이다. 악단광칠이란 음악을 하는 단체라는 뜻의 ‘악단’,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결성했다는 뜻의 ‘광칠’이 합쳐진 것으로,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악단광칠은 분단의 고통으로 지금은 갈 수 없는 이북 지역의 민요와 굿을 주소재로 음악을 만든다.
그들은 전통 음악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악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자문한다. 김현수 단장(이하 김 단장)은 “전통과 현대를 섞어 아예 다른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두 요소가 공존함과 동시에 새로운 느낌이 날 수 있도록 곡을 만든다”고 말했다. 방초롱 보컬은 “전통 음악을 단순 소재로만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과거 대중과 소통하던 의미가 담긴 옛 가사를 이용해 오늘날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고민한다”고 전했다.
황해도 음악을 소재로 활동하는 것은 결코 순탄치 않다. 황해도 음악은 국악인들에게도 접근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악단광칠이 팀을 결성하고 곡을 만들기 시작할 때까지도 황해도 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단장은 “처음에는 참고할 것이 많이 부족해 황해도 음악으로 밴드 음악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며 “많은 사람이 거치지 않은 만큼 워낙에 독특한 소재였기에 처음 만든 곡이 확실한 색깔을 띨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비로움과 낯섦 속에서 하나로 뭉친 악단광칠은 결국 황해도 음악을 활용해 변별력 있는 소리를 만들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이 담긴 시도는 음악과 무대에 광칠만의 특별한 색깔을 입히는 계기가 됐다.
악단광칠에게는 오늘날의 타 국악단과 다른 독특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전자 악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순수 국악기와 전통 보컬만으로 알찬 밴드 음악을 구성하는 것이다. 특히 각각의 특색을 가진 세 보컬을 잘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컸다. 이유진 보컬(이하 이 보컬)은 “서도 민요를 전공하며 음이 정확하지 않고 소리를 밀어 올리는 방식에 익숙해져 밴드 음악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순수 국악기로 밴드 음악을 연주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김 단장은 “국악기의 특성상 음역이 굉장히 좁아 악기의 다양한 소리를 찾는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아쟁이나 피리, 대금 등을 전통 악기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악단광칠 영역 안으로 끌어온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단원들은 악단광칠로 활동하며 전통과 음악에 대한 시각을 더 넓혔다. 이 보컬은 “악단광칠에 들어와 국악을 음악 그 자체로 대할 수 있게 됐고 여러 음악을 보는 시각도 다양해졌다”고 했다. 안민영 보컬도 이에 공감하며 “악단광칠에 처음 입단했을 때는 거부감도 들었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오래 했는데 결국은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답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국악의 현대화나 대중화 같은 개념도 교육으로는 많이 배웠지만 실천 방향에 대해서는 모호했는데, 현재는 역량 내에서 이 음악들을 잘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악단광칠은 공연을 하는 단원들도, 관람하는 관객들도 즐거운 공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들이 내세우는 슬로건은 ‘자유를 향한 일탈의 노래’다. 김 단장은 “같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자유에 대한 제약이 더 큰 사람들이 있다”며 “삶이 각박해 일탈조차 꿈꾸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이 슬로건으로 대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소리를 찾기 위한 악단광칠의 노력은 계속된다. 김 단장은 “세간의 평이 전보다 못하다고 할지언정 변화하는 소리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